펜촉 일기(日記) - 김광자
뚝심 선 어둠을 쳐내고
강물 젖은 좀생이별을 담아 내는 부삽*
알밤(夜)을 달군 붉은 눈동자
동창(東窓)처럼 뜨겁게 달아
부삽의 혼마저 벌겋게 달아
시인을 태워 버릴 별꽃 문지른다
잉크 한 병 꽉 깨물고
척박한 황무지에 장밋빛 길 틔우길
목동의 겨울초막을 껴안고
시를 깎아 내는 설한(雪恨)의 강폭(江幅)소리가
기린자리* 눈을 찢는다
긴 밤 휘청대던 부삽질 끝머리로
새벽을 쉬 떠나보내고
시인의 참한 동안(童顔)을 바라보더니
대단한 시작(詩作)이라며 자근자근 눈 먹더니
이럴수가?!
졸음(拙吟)이라며 아침부터 울어
한나절도 울음 울어 그칠 줄 모른다.
*부삽 : 화삽.아궁이의 재를 치거나 불을 담아 옮기는 작은 삽.
*기린자리 : 북쪽 하늘에 자리한 별자리(밝은 항성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