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끝 - 송수권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이 세상 즐펀한 노름판은 어데 있더냐
네가 깜박 취해 깨어나지 못할
그런 웃음판은 어데 있더냐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네가 걸어 온 길도 삶도 사랑도 자유도
고독한 쓸개들뿐이 아니었더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개좇 같은 믿음도 맹서도 저 길바닥에
잠시 뉘어 놓고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흰 배때아리를 뒤채는 속잎새들이나 널어 놓고
낯 간지러운 서정시로 흥타령이나 읊으며
우리들처럼 어깨춤이나 추며 깨끼춤이나 추며
이 강산 좋은 한 철을 너는 무심히 지나갈 거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송수권 시집"산문에 기대어"[문학의 전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