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논다 - 유안진
보이지 않는 이가 들리지 않는 음성으로 부르는 길로, 쑥
대공 가시덤불 엉겅퀴 개망초가 가고 있다. 도마뱀과 제
꼬리를 잘라서 전갈을 먹여가며 함께 따라가고 있다
걸어가 본 적 없는 그 길이 내 발자국을 데리고 가고 있
다. 신어 본 적도 없이 낡아버린 내 두짝 신은 서로를 부
축하며 곁길을 가고 있다. 발자국을 데려가는 길이 신발을
데려가는 길과 다르다
보이지 않는 이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불러주는 길은
늘 발자국만 앞서간다, 가 본 적 없는 길이 데려가는 내
발자국의 꿈은 오늘도 내일일까, 발도 신을 찾아 신고 앞
서간 발자국을 따라 가는 그 언제가 오겠지, 사랑처럼 늘
그렇게 혼자서만 앞서가는 가슴 또는 눈, 눈 또는 눈물,
아니 꿈 또는 현실처럼
ㅡ『시안』2005.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