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 이경
무엇이 저리 깊고 긴 울음으로 태어났을까
집을 지을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더
울어야 했을까 우는 일에 생을 다 써버리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 가지에 숨어
울음의 기둥을 세웠을까
울음으로 울음을 밀어 올려
설음의 키가 태산준령의 봄을 넘을 때까지
울음소리가 산을 울리고 하늘을 울려
울음과 울음 사이 한 까마득한 시간을 가두어
대낮이 텅 비어 고요할 때까지
골 속 골 속 찾아다니며 꽃을 피웠을까
꽃을 지우고 산을 지우고 허공을 지워
울음의 집을 지었을까
산과 골짜기와 사람과 마을들이
모두 그 집에 들어가 낮잠이 들도록
이결 시집 "푸른 독"[시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