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鳴) - 백인덕
수도꼭지를 잘못 잠갔는지
설핏 잠결에
웬 처녀의 노란 하이힐 소리.
비스듬이 누운 왼쪽 귀로 걸어온다.
-끝만 말려 올라간 노란 편지들,
다시 돌아눕기 귀찮아
온 영혼을
왼쪽 귀에 옮겨놓으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분명하다.
어쩐다,
어쩐다,
슬그머니 일어나 동그란 비수 아래
흰 모가지를 늘여 들이민다.
-관통당한 시간의 푸른 내부들,
아침이면
한바탕 하늘이 울어주리라.
백인덕 시집 "오래된 약"[리토피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