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 김화순
천근의 허공 밀어내느라
가느다란 척추 안간힘으로 뒤튼다
몸은 철새의 길 따라 이동하고 싶은 걸까
바람 부는 쪽으로
부르르 부르르 깃털을 턴다
지상에 발목 잡힌 억새
까실까씰 깃털들 앙상해진 새처럼
하늘 한쪽 그러잡고 점점이 흩어진다
찬바람의 손길
꺼진 시간의 불씨 지피는 늦가을
저 소득 없는 분주한 날개짓
웅크려 모여앉아
봉긋, 비행의 노정 부풀리고 있다
김화순 시집"사랑은 바닥을 쳤다"[천년의 시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