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언제나 서른 네 살 - 함동선
쌀가마니 탄약상자 부상병이 탄 달구지를 보고
놀란 까치들이
흰 배를 드러내며 날아간다
후퇴하는 인민군 총뿌리에 떠밀리며
서낭당에 절하고 또 절하던 형님은
그 후에 다신 돌아오질 못했다
오늘도 낮달은 머리 위에서 뒹굴고 있지만
빛을 먹은 필름처럼 까맣게 탄 사진을 현상해서
천도재 올린 우리 식구들
절이 멀어질수록 풀벌레 소리로 귀를 막는다
나무껍질처럼 투박해진 세월은
내 얼굴의 돌팔매질을 해
물수제비 예닐곱 개나 뜨던 여름이 오면
형님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6.25를 기억하는 예성강처럼
언제나 거기에 있다
오늘의 시인총서"함동선 詩99選"[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