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華嚴 - 김해자
위태로이 솟은 바위
홀로 거친 파도에 휩싸인다
날카로운 바위에 온몸 부딪치며
파도는 거친 물보라를 일으킨다
바위에 부서지는 것은 파도인데
깎이는 것은 바위구나 굳은 나구나
뼈 없는 당신이 나를 빚었다
파도여 거품이여 형체도 없이 온전한
몸이여 지치지 않은 사랑이여
내가 아픈 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다
당신도 나의 고집 때문에 아프게 밀려갔을 것이다
모난 나여 못난 나여 내가 닳아 흔적 없이
사라질 때까지 아프자 함께 뒹굴자
2006년 시작 "가을호"[시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