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흔들린다? - 이규리
어금니 하나를 빼고 나서
그 낯선 자리 때문에
여러 번 혀를 깨물곤 했다
외줄 타는 이가 부채 하나로
허공을 세우는 건
공기를 미세하게 나누기 때문,
균형을 깨지기 위해 있는 거라지만
그건 농담일 게다
한쪽 무릎을 꺾으면 온몸이 무너지는 건
짐승만의 일이 아니다
다친 무릎 끌며 가서 보았다
인각사 대웅전 기둥이
균형을 위해 견디고 있는 것을,
기우뚱해 있는 저 버팀목까지도
서로 다른 쪽을 위해 놓지 않고 있는 믿음을,
그 처마 끝에서
풍경은 그저 흔들리는 게 아니라
공기를 조절하며 처마를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따금 소리내어 기둥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