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햇빛속으로 들어오다 - 박일만
햇빛 맑은 오후다
손가락을 맞대어 들여다보면
아이 하나가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온다
투명한 눈을 가진 아이, 투명한 이마를 반짝이며
미끄러지듯 건물을 빠져 나와
맑은 햇빛 속으로 들어온다
놀이터에서 아이는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 속으로
손을 넣고 한참을 토닥이다가
무언가를 꺼낸다
아! 햇빛이다
한줌 햇빛을 공기 속으로 날려보내는 아이
비상하던 햇빛이 아파트 그림자 속으로
날아가 그늘을 밝힌다
사라지는 그림자, 생산되는 순수,
눈부시다
키 작은 나무들 일제히 숨을 토하며
아이의 주위에서 몸을 흔들어 댄다
햇살들이 하나, 둘, 나뭇잎을 타고 놀며
맑은 웃음을 터뜨린다
깔, 깔, 깔 ― 하, 하, 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