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인사 - 강인한
사층 교실에서 구운몽을 읽는데
운동장 건너편이 문득 환해진다
그늘진 산자락을 밟고
온몸 가득 꽃을 피운 나무 한 그루
지난 한 해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더니
북풍받이 기슭에서
겨우내 어렵사리 꽃눈을 마련하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알은체를 한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저 산 너머 개발 지구엔 모래바람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허물을 트는 동네 아낙들이
잎 피는 나무 아래 모여 있으리
운동장 저편에 오도카니 서 있는
돌배나무 한 그루
수업 중인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꿈결보다 낮은 소리로 하얗게 하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