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 최광임
달이 기우는 곳 산골로 따라가
그만그만한 언덕배기 너와 나
맞배지붕으로 앉아 한 계절만 살았으면 해
마당에는 산벚꽃나무를 옮겨 심고
복사꽃 꺾어 나비 한 마리 잠재워 두고
처마 밑 풍경에 달을 매달아 놓는 거야
밤새도록 기울지 않는 달이 뎅그렁뎅그렁 울고
비가 와도 지지않는 꽃잎 등불 삼아
고즈넉한 눈으로 너를 읽었으면 해
도란도란 사르트르와 보바리를 이야기 하다가
돌돌 흐르는 도랑물에 귀를 담그고
정갈한 언어로 붉은 버찌 수태시켜
잠에서 깨어나는 나비를 타고
주름지지 않는 세월 유영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