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어둠을 씻다 - 김영언
숲으로 간다
아침 나비를 잡으러 갔다가
나비에게 잡혀 도리어 발을 잘리고
안개에 묶여 태초처럼 몸이 무겁다
나비 떼가 안개를 물고
겹겹 둥근 산등성이 두엇 펼쳐 펄럭이며
노을 너머로 훨훨 기억을 지울 때까지
발 없이 마냥 굵어진 마음으론
거침없이 하늘을 찌르고
손끝마다 빽빽이 별빛을 찍어대는
낙엽송의 꿈 한 자락 붙잡지 못한다
계곡을 조급하게 뛰어내리던 물이
큰 바위 몇을 돌아 넘지 못하고
발이 걸려 하얗게 화를 낸다
마을로는 길마저 흐르지 못한다
이제 하는 수 없이 숲을 그린다
절망처럼 차라리 가벼워진 마음을
어둠에 듬뿍 묻혀 휙 그으니
다시 계곡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정신이 반짝, 달빛이 눈부시다
바람이 나비처럼 날아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