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게 밥을 먹인다 - 나태주
한밤중에 깨어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는다
이런, 이런, 태엽이 많이 풀렸군
중얼거리며 양쪽 태엽을 골고루 감는다
어려서 외할머니는 괘종시계 태엽을 감는 것을
시계에게 밥을 준다 그랬다
이 시계는 아내보다도 먼저 나한테 온 시계다
결혼하기 전 시골 학교에 시계장수가 왔을 때 월부로 사서
고향집 벽에 걸었던 시계다
우리 집에도 괘종시계가 다 생겼구나!
아버지 어머니 보시고 좋아하셨다
오랜 날, 한 시간마다 한 번씩 하루에 스물네 번씩
그 둥글고도 구슬픈 소리를 집안 가득 풀어놓곤 했었다
어려서 외할머니는 시계가 울릴 때마다 시계가
종을 친다고 말씀하곤 했었다
시계 속에 종이 하나 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결코 의심할 줄 몰랐다
그러나 이 시계 고향집 벽에서 내려지고 오랫동안
헛방에 쑤셔 박혀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몇 해 전 우리 집으로 옮겨 온 뒤
다시 나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
친구야, 밥이나 많이 먹어 밥이나 많이 먹어
나는 새벽에 잠깨어 중얼거리며 시계에게 밥을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