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 주병율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내 발밑을 묻지 않겠습니다
저 강물은 흐르며 흘러가는 곳을 모르고
나는 내 발밑의 깊이를 모르니
해지고 빈자리 마음에 남아서
저녁 새들의 소란도 가볍습니다
여기에 무엇을 더 일러
다시 또 산은 산이라서 푸르고
강은 강이라서 깊다고 하겠습니까
어둠이 내리고 소요의 한 때를
저들이 저토록 가벼이 날고 흐르는 이유를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겨울 잔설을 토닥거리며 오던 길
꽃 지고 바람 부니 그 길도
그저 흔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