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詩) - 김춘수
왜 저것들은 소리가 없는가
집이며 나무며 산(山)이며 바다며
왜 저것들은
죄(罪)지은 듯 소리가 없는가
바람이 죽고
물소리가 가고
별이 못 박힌 뒤에는
나뿐이다 어디를 봐도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이 천지간(天地間)에 숨쉬는 것은
나 혼자뿐이다.
나는 목메인 둣
누를 불러볼 수도 없다
부르면 눈물이
작은 호수(湖水)만큼 쏟아질 것만 같다
―이 시간(時間)
집과 나무와 산(山)과 바다와 나는
왜 이렇게도 약(弱)하고 가난한가
밤이여
나보다도 외로운 눈을 가진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