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처럼 - 박창기
바람 부는 날 대숲에는
깊은 소리가 울린다
심장을 찢을 듯한 소리로 다가온다
대나무는 제몸에
바람을 온통 담을 수 있어도
곧디 곧은 절개가 꺾이기 싫어
온몸으로 맞선다
몇 번의 달램, 까탈스런 휘몰이에
통째로 기울다가 또다시 일어선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 세상에서
오히려 당당함이 자랑스러워
더 크게 세상에 외친다
입은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것이
모진 바람에 맞서서
푸르름을 방패로 이웃을 갈무리고
하늘만 바라보는 바보스런 대나무는
스스로 가는 길을 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