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 박재분
그 해
버스를 타고 지나오면서 보았다
나무도 짐승도 불길에 휩싸여
한순산 잿더미로 변한 강원도 일대
거대한 산의 주검에서
기적처럼 눈을 뜬
칡넝쿨 하나가 땅바닥을 기어 가파른
언덕을 넘고 있었다
여름은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며
그의 등을 밀어 주고
칡넝쿨은 삼보일배 삼보일배
어린 손바닥 하늘로 받쳐들고
동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오늘
저 산맥들이 불끈 일어서서 푸르게
백두대간을 내달리는 것은
동해 바다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온
칡넝쿨 때문임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