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 이돈희
하늘이 너무 맑아
할 말이 없습니다
차라리
하얀 국화꽃 무리같은
구름 한 점
떠 있으면 좋겠습니다.
해 넓은 들판
꿈을 이룬 나락들은
종갓집 새댁보다도 다소곳합니다
무논을 헤집던
농부 같은 하얀 새들은
눈바람이 두려워 남쪽으로 떠나가고
아스라한 북녘 하늘에서
기러기떼 날아들어
우물 같은 하늘에 엽서를 띄웁니다
세상에 새들은 가고 싶은 곳 오고가는데
걸어서 갈 수 없는 산하가 있습니다
만날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가 될 수 없어 한 서리는 이 가을에
하늘이 너무 맑아
눈시울이 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