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6 - 류인혜
죽음같이 쓸쓸한 날은
물방울이 되어 구른다
소리마저 젖어
가라앉은 목청을 베고 누워
눈을 닫아 잠들고 싶다
푸른 물이 흘러가는 꿈을 꾸며
자라나는 잎새
함께 흐르고 싶은 그리움으로
자꾸만 옆으로 눕는다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는가
고개를 꼿꼿이 세워
살아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슬픔의 무게로 침묵하지 말아
수시로 물을 뿌려 목숨을 키우니
일으켜 세우면 일어나라
물뿌리개 높이 들어
충분히 젖어 들면
돋아난 날갯죽지가 펴지도록 하라
일어나는 떨림으로
다시는 쓸쓸하지 않아
사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하늘로 날아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