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을 - 정진규
여름을 여름답게 들끓게 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가을이 왔다
모든 귀뚜라미들의 기인 더듬이가 밤새도록 짚은 울음으로도
울음으로도 다 가닿지 못한 어디가 따로이 있다는 게냐 사랑
으로 멍든 자죽도 없이 맞이하는 가을의 맨살에 오소소 소름
이 돋는다 이른 새벽길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바닷가
민박집 여자의 아침상도 오늘로 접어야 하리 늘 비가 축축하
다 부끄럽다 이 손으로 따뜻한 네 손을 잡겠다 할 수는 없구
나 딸이 늦은 시집을 간다는 편지를 객지에서 받는다 노동의
지전을 센다 마지막 가을에 익숙해졌다 서둘러 돌아가야 하리
왜 이토록 서성거리는 게냐 슬픔이 떠난 자리는 늘 불안했다
낡은 입성으로 오는 마지막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