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점 하나 - 이태수
작아지고 작아진다.
사실은 작아지지만은 않는다.
지난밤 꿈속에서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그 조그맣게 둥글어진
빈곳에서 눈을 떴다. 빠르지도
느리지 않게 아침이 오고
풋풋하게 뛰어내리는 햇살들.
다시 눈을 들면 여기는 여전히
먼지바람 흩날리는 세상,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과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수레의 헛바퀴 돌아가는 소리, 그 속으로
자꾸만 빨리어 들어가다 보면
저 망망한 허공의 점 하나.
지우고 지워낸다.
아무래도 지워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