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서 - 강인한
나의 위치는 화분
산하가 다 보이는 곳이다
나의 향함은 다만 결실
목숨의 마디마디를 끊어 강물에 띄워 보내는 일이다
푸르른 바람 앞에 서면
나는 기가 된다. 펄럭인다
애련과 사랑으로 가득히
스치는 풍경에도
펄럭인다
바람 속에 나부끼는
나의 팔다리에서 움이 돋아
나의 온몸에 비늘이 돋아
서걱이다가
그 하나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나는 발가숭이로 선다
떨어져나간 나의 분신들은
천 조각 만 조각 고향의 하늘 속에서
데모를 하고
유서가 되고......
하루의 피곤한 눈물이
줄줄이 흐르는 꽃
그래 나는 당신 앞에서 울음을 참으며
울음빛으로만
핀다
높은 바람 속에서는
때로 기가 되어 보기도 하나
당신 앞에 서면
끊어도 끊어도 죽지 않는
목숨이 된다
내가 밟아온 길에서는
흙먼지만 날리고
언제나 계절이 없던 것을
나의 모국어는 강
흙탕물이 붉게 흐른다
밤마다 밤마다 골수에 흐르는 붉은 눈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