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 김기문
풀씨에는 조그만 거울이 있다
자신을 비추는 내면이 있다
바람을 타고 알지 못하는 세계로
펼쳐갈 그의 초록빛 미래
풀씨에는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있고
까르르 함박웃음이 감춰져 있다
농부의 낫이 허리를 자를 때까지 잡초로 살며
자리를 지킬 줄 아는 지혜
그러기에 정갈한 모든 것을 매달고
성자처럼 이슬은 반짝인다
나무야 바위야 끝간 데 없이 뻗은 길들아
풀씨 하나 날리려고
산은 첩첩이 돌아앉고
계절은 성큼 다가서는가 보다
누가 함부로 부질없다 하리
인생은 하찮은 일상에서 풀씨를 키우는 과정이거니
마음에 담아둔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고
물처럼 낮은 곳을 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