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은 청춘이다 - 유문호
북한강에서는 청바지 냄새가 난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 가사마저 가물가물한
노래들이 강을 따라 둥둥 흘러 다닌다
상아의 노래라든지 그건 너라든지
거기 어디쯤 내 이야기일 것 같은 멜로디가
몸을 펴고 수줍게 드러눕는 것이다
밤이면 강가로 모여드는
안개같은 사랑들
목을 젖히고 털어 넣던 소주가
비틀거리는 젊음의
손끝에 팅그러져 나가
북한강 맑은 물위로 떨어져 흐르던
열 아홉이었던가 스물이었던가
경춘선 터질 듯한 열차에
나풀거리듯 매달려 지나면
그 뒤를 좇는 오래된 풍경들
얕은 바람에도 팽그르르 돌아가던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들이 무리지어 따라온다
훅 불어 날아간 민들레 홀씨처럼
이 땅 어딘가
천지사방으로 흩어져 살고있을 이름들
아무리 발돋음 해봐도 보이지 않던 미래가
선뜻 마흔이라는 재촉하지 않은 세월을 안겨주고
더욱 푸르게 흐르는
북한강은 내내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