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임정일
외등은 혼자다
달은 어디로 갔을까
이런 밤이면 데리고 온 발자국이 깊었다
발자국으로 푸른 안개가 바다처럼 차올라
별들은 모두 수면 위로 몸을 던졌다
영혼들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바다로 간다고 했다
나는 고립한 우주의 바다를 보았다
수없이 되고자 했던 모자란 꿈들이
투신하는 저녁
바다는 잠시 길을 열어 영혼을 인도하고
나는 온몸이 해초에 감기는 꿈을 꾼다
외등은 혼자다
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밤이면 바닷고기들은 하늘을 날았다
바닷고기들은 아가미를 열어 은빛 비늘들을 쏟아 놓았다
나는 온몸에 비늘이 돋는 꿈을 꾼다
비늘이 돋아 발자국을 이끌고
고립한 바다 한가운데 외등을 세운다
외등 아래 사내의 지느러미가 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