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말귀에 - 박곤걸
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서서
빈 손 털고
천근 만근 어깨 짐을 벗는다 한들
마음 자락을 얼룩지어 놓은
이 허물을 다시 어쩌랴
무거운 욕망의 부피를 동여매어 놓은
질긴 집착의 밧줄에
꼬리표를 매달았던
이름 하나를 떼어낸다.
하늘이 일러주는 말귀에 눈을 열고
느지막에 쓰는 시가 신앙이듯 깊어
너를 벗어나는 삼매경(三昧境)이라 한들
너를 비워내는 무아경(無我境)이라 한들
마음이 거울이라, 다시 닦으려니
검은 얼국이 번지는
이 세상 젖은 바람이야 씻어낼수록 자국이 남는
이 번민을 또 어쩌랴
다시 하늘을 우러러 마음 하나 씻으려니
문명의 편리에 아주 익숙해져서
사상은 매연에 너무 찌들었고
제 스스로 고운 때깔이 나지 않는
헛된 허울뿐을 이제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