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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939호
2013.1.4 (음11.23) / 발송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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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master@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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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오늘의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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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 앤슬 애덤스(美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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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말글 / 한글바로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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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흐린 온누리
‘사람이 아니무니다.’ 코미디의 대사가 아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았던 ‘올해의 인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잡지가 1972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시작한 이후 사람이 아닌 것을 뽑은 첫 주인공은 컴퓨터. 당시 ‘경쟁자’는 베긴 이스라엘 총리, 대처 영국 총리, 영화 주인공 ‘이티’(ET)였다. 30년 전인 1982년의 일이다. 이렇듯 서양문화권은 한해를 마무리하며 사람이나 사물을 떠올리지만, 한자문화권인 한·중·일 삼국은 관념적인 한자로 지난해를 돌아본다.
<중국신문망>은 ‘올해의 한자’로 ‘멍(夢)’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림픽 개최와 유인우주선 발사, 노벨상 수상을 비롯한 ‘중국의 꿈’이 실현된 성취감을 담은 것이라고 언론은 풀이했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꼽은 ‘올해의 한자’는 ‘가네(金)’이다. 소비세 증세 논란 따위의 돈 문제로 떠들썩했던 일본 경제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한국의 <교수신문>이 고른 ‘올해의 사자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다. ‘정권 끝자락에서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고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세상’을 반영했다는 게 선정에 참여한 한 교수의 말이다.
한·중·일 삼국이 한자에 세상을 담아내는 방법도 다르다. 중국과 일본은 한 글자, 한국은 사자성어이다. 고려 중엽부터 전해오는 시조의 4음절 음보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방식의 다름은 ‘올해의 사자성어(한자·인물)’에서도 드러나는 걸 보니,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이 <생각의 지도>에서 공자의 후손과 아리스토텔레스 후손의 문화를 비교분석한 것은 괜한 게 아니었다.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이 되는 새해부터는 ‘올해의 낱말(글월)’도 뽑아보면 어떨까. ‘거세개탁’이라면 ‘두루 흐린 온누리’나 ‘흐린 세상’, 시빗거리 많은 세상이라면 ‘따따부따’(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다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처럼 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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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우리나라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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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 유영금
빈집에 던져진 지 오래다 밥 먹고 병원 가고 시 쓰고 잠들고
참 속 수술실꽃잎 짐승울음을 피운다 마약이 눈보라로 미쳐 날뛰고 꼬꾸라진 백사 한 마리 눈발을 휘돈다
해질녘 오르가붙은 명치를 뽑는다
살아서 산 적 없는 빈집 흰 뱀이 울고 간 서창에 꽃냄새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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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명상/지혜/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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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2 -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1. 꿈을 이루기 위한 스프
러브 맨
아무런 준비 없이 기회를 맞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준비는 되었지만 아직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편이 더 낫다. - 휘트니 영 2세
레스 브라운과 쌍둥이 남동생은 미국 마이애미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출생 직후에 두 아이는 남의 집 파출부와 식당 주방일을 해서 먹고 사는 마미 브라운에게 입양되었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활동 과다 증세와 끝없이 떠들어대는 성격 때문에 레스 브라운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장애자를 위한 특수 학급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학교를 졸업한 레스 브라운은 마이애미 해변의 시청 청소과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라디오 방송의 디제이가 되는 것이었다. 밤마다 레스 브라운은 잠들 때까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음악 프로그램 디제이들의 방송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찢어진 비닐 장판이 깔린 자신의 좁은 방을 방송 스튜디오라고 생각했으며, 헤어 브러쉬가 마이크를 대신했다. 레스 브라운은 그것에 대고 보이지 않는 상상 속의 청취자들을 향해 끝없이 이야기를 떠들었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둔 레스 브라운의 어머니와 남동생은 레스에게 그만 좀 입을 다물고 잠이나 자라며 고함을 지르곤 했다.하지만 레스 브라운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꿈을 먹고 살았다.
어느 날 레스 브라운은 시청에서 잔디 깎는 일을 하다가 말고 점심 시간을 틈타 그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을 찾아갔다. 용기를 내어 방송국 매니저 사무실로 찾아간 그는 디스크 자키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말했다. 매니저는 작업복 바지에 밀짚 모자를 쓴 이 봉두난발의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그러고 는 레스에게 물었다. "자네는 방송 일과 관련된 어떤 경험이나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는가?" 레스 브라운이 대답했다. "아뇨, 선생님. 그런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매니저가 말했다. "젊은 친구, 미안하지만 여기엔 자네가 할 만한 일이 전혀 없는 것 같네." 레스 브라운은 공손한 태도로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방송국 매니저는 그것으로 이 젊은 친구를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레스 브라운의 굳센 의지를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사실 레스 브라운은 단순히 방송국 디제이 가 되는 것 이상의 소중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자기를 친자식처럼 사랑해 주는 양어머니에게 멋진 집을 사 주는 일이었다. 디제이라는 직업은 단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에 불 과할 뿐이었다. 양어머니 마미 브라운은 늘 레스 브라운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레스는 방송국 매니저가 뭐라고 말하든 자신이 그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리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 지 않았다. 레스 브라운은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방송국을 찾아가 허드레 일자리가 없는가를 물었다. 마침내 두 손을 든 방송국 매니저는 레스에게 심부름하는 일자리를 주었다. 월급은 아예 없었다. 처음에는 레스 브라운은 커피 심부름을 하거나, 스튜디오를 떠날 수 없는 디제이들을 위해 점심과 저녁을 배달해 주는 일을 맡았다. 차츰 일에 대한 열성을 인정받은 그에게 디제이들은 캐디락을 몰고 가서 음악 그룹 템프테이션이나 슈프림, 다이아나 로스 같은 유명인들을 태워 오는 일을 맡겼다. 그들 중 아무도 레스에게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레스 브라운은 방송국에서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했다. 사실 그 이상을 했다. 디제이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기재 작동하는 법을 익혔다. 그들이 나가라고 내쫓을 때까지 방송실에 남아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배웠다. 밤이 되어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 레스는 낮에 배운 것을 연습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기회에 대비해 준비를 해 나갔다.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레스 브라운이 아직 방송실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락이라는 이름의 디제이가 생방송 중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시각에 방송국에 남아 있는 사람은 레스뿐이었다. 레스는 락이 저런 식으로 계속해서 술을 마시다간 방송을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 서 레스는 그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보았다. 락의 방송실 유리창 앞에서 왔다갔다하면서 레스 브라운은 안을 기웃거렸다. 그러고는 혼자서 외쳤다. '좋아, 락. 계속 술을 마시라구!' 레스는 오랫동안 이 기회를 기다려 왔으며, 이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일 락이 술을 더 사오라고 시켰다면 당장에 거리로 달려나가서 더 사왔을 것이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레스는 재빨리 뛰어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방송국 매니저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레스, 나 클라인이야." 레스 브라운이 대답했다. "네, 알고 있어요" 매니저가 걱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레스, 내 생각엔 락이 이 프로를 끝내지 못할 것 같네." 레스가 말했다. "네,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매니저가 지시했다. "다른 디제이에게 연락해서 상항을 설명하고 빨리 와서 방송을 대신 맡으라고 말해 주겠나?" "네, 선생님. 그렇게 할게요." 그러나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레스는 스스로에게 외쳤다. '자,기회가 왔다! 매니저는 아마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레스 브라운은 전화기의 다이얼을 돌렸다. 다른 디제이들에게 거는 전화가 아니었다. 레스는 먼 저 양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그 다음엔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두들 라디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이 방송을 이 방송을 들으세요. 내가 곧 방송에 출연 하니까요." 15분쯤 기다렸다가 레스 브라운은 방송국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클라인 씨, 아무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자 클라인 씨가 말했다. "젊은 친구, 자네 혹시 스튜디오 안의 방송기기들을 작동하는 법을 알고 있나?" 레스 얼른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선생님." 레스 브라운은 방송실 안으로 돌진하듯이 뛰어들어갔다. 그러고는 술에 취한 락을 살며시 끌어낸 다음에 전축판 앞에 앉았다. 그는 이제 준비가 되었다. 사실 너무 오랫동안 굶주려 왔었다. 레스 브라운은 마이크의 스위치를 가볍게 올렸다. 그런 다음 첫 방송을 시작했다. "여기를 보세요! 여기에 내가 왔습니다. 이름하여 엘비(LB), 즉 여러분의 매력적인 친구 레스 브라운입니다. 나를 능가할 디제이는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것이며,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나는 오직 한 사람뿐이구요. 젊고, 독신이고, 사람과 사귀기를 좋아하는 남자. 틀림없이, 확실히 여러분을 만족시켜 드릴 행동파 디제이! 여기를 보세요. 나는 여러분의 사랑하는 친구 러어어어어브 맨입니다.!" 자신의 소개와 함께 레스 브라운은 일사천리로 진행해 나갔다. 그리하여 청취자들과 방송국 매니저를 단숨에 사로 잡았다. 이 운명적인 시작과 더불어 레스 브라운은 라디오 방송, 정치, 대중 강연, 텔레비전 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나가기 시작했다.
- 잭 캔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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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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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제4장 - 유전자 기계 (1/2)
세포는 유전자의 화학 공장이다 유전자의 수동적 피난처로서 생긴 생존 기계는 처음에는 경쟁자들과의 화학전과 우연한 분자 충격의 피해로부터 몸을 지키는벽을 유전자에게 제공하는 데 불과했다. 처음에 그들은 수프 속에서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유기 분자를 먹이로 하고 있었다. 이 편한 생활이 끝난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활발한 햇빛의 영향 밑에서 수프 속에 형성된 유기적인 먹이가 모두 다 사용되어 없어졌을 때였다. 오늘날 식물이라고 부리고 있는 생존 기계의 주요한 갈래는 생존 기계 스스로가 직접 햇빛을 사용하여 단순한 분자로부터 복잡한 분자를 만들기 시작하여 원시 수프의 합성 과정을 더 높은 속도로 재연했다. 동물이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갈래는 식물을 먹든지 다른 동물을 먹든지 하여 식물의 화학적 작업을 가로채는 방법을 발견했다. 생존 기계의 두 갈래는 다양한 생활 방법으로 자기의 효율을 높이려고 더욱 교묘한 책략을 발달시켜 부단히 새로운 생활 방법을 개발해 갔다. 이 두 갈래에서는 그 곁갈래에 또 곁갈래가 생겨 특수화된 생활 양식을 진화시켰다. 그들은 각각 바다에서, 지상에서, 공중에서, 땅 속에서, 나무 위에서 나아가서는 다른 생물체 내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만 힘써 왔다. 이 가지 뻗기가 오늘날 우리를 감동시킬 정도로 동식물의 다양성을 생성하게 된 것이다.
개체는 세포의 군체 동식물은 여러 가지 세포로 모든 유전자의 완전한 복사가 분배되어 있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 왔다. 이와 같은 것이 언제, 왜 혹은 독립적으로 몇 번이나 생겼는가는 모른다. 어떤 사람은 몸을 세포의 군체(colony; 집단)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몸을 유전자의 군체, 세포를 유전자의 화학 공장으로서 적합한 작용 단위라고 생각하고 싶다. 몸은 유전자의 군체일지라도 행동 양상은 끊임없이 그 자체의 개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하나의 동물은 통제된 전체로서, 즉 하나의 단위로서 행동한다. 주관적으로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하나의 군체가 아닌 하나의 단위라고 느끼고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선택은 다른 유전자와 협조하는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적은 자원을 건 치열한 싸움에서는 공동체적인 몸의 내부가 무통제적인 것보다 중추에 의해 싸움에서는 공동체적인 몸의 내부가 무통제적인 것보다 중추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 쪽이 유리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간의 상호 공동 진화가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개개의 생존 기계가 상호간의 공동체적인 성질을 갖는다는 점을 간하기 쉽다. 확실히 그것을 발견 못하는 생물학자가 많고 그들은 나와는 의견을 달리한다. 다행히 저널리스트들이 이 책의 나머지 부분 속에 있는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대부분 의견의 불일치는 학술적인 것이다. 자동타의 성능을 논할 때 양자나 소립자에 관해 말해 보았자 소용이 없듯이 생존 기계의 행동을 논할 때 유전자의 말을 끄집어내는 것은 지루하고 불필요할 때가 많다. 사실 일반적으로 개체라는 것은 그 전체 유전자를 후세대에게 보다 많이 전하려고 '애쓰는'것이다라고 생각해 두는 것이 많은 경우 편리하다. 나는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따라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이상 '이타적 행동'과 '이기적 행동'은 동물의 어떤 개체가 별개의 개체에 대해서 행해지는 행동을 말한다.
동물의 행동 이 장에서는 '행동', 즉 동물이라고 불리는 생존 기계가 대체로 이용해 온 재빠르게 움직이는 묘기에 대해 기술한다. 동물은 민첩하고 활발한 유전자의 운반자, 즉 유전자 기계가 되었다. 생물학자가 쓰는 의미로 '행동'의 특징은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이다. 식물도 움직이기는 하나 매우 느리다. 고속도 영화로 보면 덩굴식물은 활동적인 동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물 운동은 사실상 비가역적인 생장이다. 한편 동물은 식물보다 수십만 배나 빨리 움직이는 방법을 발달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물의 운동은 가역적이고 무한히 반복할 수가 있다. 동물이 빠른 운동을 하기 위하여 진화시킨 기관은 근육이었다. 근육은 증기 기관이나 내연 기관과 같이 화학 연료로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해서 기계적 운동을 발생시키는 엔진이다. 단지 차이점은 근육의 직접적인 기계적이 증기 기관이나 내연 기관의 경우처럼 증기압이 아닌 긴장의 형태로 생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육은 가끔 끈이나 경첩이 붙은 지렛대에 힘을 주는 점에서 엔진과 유사하다. 우리의 몸에서 지렛대는 뼈, 끈은 힘줄 그리고 경첩은 관절이다. 근육의 움직임의 엄밀한 분자적 측면에 관해서는 대단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나, 나는 근육 수축의 시간적 조절 문제에 대해 더 흥미가 있다. 당신은 어느 정도 복잡한 인공 기계, 예컨대 편물 기계, 재봉틀, 베틀, 자동 병공장, 건초 묶음기 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력은 전동기나 트랙터로부터 공급된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조작 타이밍의 복잡성이다. 밸브가 올바른 순서로 개폐되고 강철 손가락이 재치 있게 건초의 단을 묵고 칼이 나와서 그 끈을 자른다. 대개의 인공 기계에서는 굉장한 발명품인 캠(cam)에 의해 시간적 조절이 행해지고 있다. 이것은 편심륜 또는 특수한 형의 바퀴에 의해 단순한 회전 운동을 복잡하고 리드미컬한 패턴의 조작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뮤직박스에서도 같은 원리가 사용되고 있다. 그 밖에 증기 기관이나 자동 피아노와 같은 기계에서는 어떤 패턴의 구멍을 뚫은 카드나 두루마리 종이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단순한 기계적 타이머가 전자 타이머로 대체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형 컴퓨터는 복잡한 시간적 조절이 일어나는 운동 패턴을 발생시키는 데 사용되는 다재다능한 대형 전자 장치의 예이다. 컴퓨터와 같은 근대적 전자 기기의 기본적 구성 요소는 반도체이다. 그 중에 낯익은 것으로 트랜지스터가 있다.
뉴런과 컴퓨터 생존 기계는 캠과 펀치 카드 등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행동의 시간적 조절에 쓰고 있는 장치는 컴퓨터와 공통점이 많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조작은 전혀 다르다. 생물 컴퓨터와 공통점이 많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조작은 전혀 다르다. 생물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신경 세포, 즉 뉴런은 그 내부 작용이 트랜지스터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확실히 뉴런에서 뉴런으로 전해지는 신호는 디지탈형 컴퓨터의 펄스(pulse) 신호와 조금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개의 뉴런은 트랜지스터에 비해 정교한 데이터 처리 단위이다. 세 개의 다른 부품과 연결되는 트랜지스터에 비해 하나의 뉴런에는 다른 성분과의 연결이 수십만에 이른다. 뉴런은 트랜지스터보다 정보 처리의 속도는 느리나 과거 20년간 전자 산업계가 추구해 온 소형화라는 점에서는 많이 앞서 있다. 이것은 인간의 뇌에는 수십억 개의 뉴런이 있는데 하나의 두개골에는 겨우 수백 개의 트랜지스터밖에 넣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식물은 움직여 다니지 않고도 생활하기 때문에 뉴런을 필요로 하지 않으나 대부분의 동물 집단에서는 뉴런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동물의 진화에서 일찍이 '발견'되어 모든 집단에게 계승되거나 또는 독립적으로 몇 번인가 재발견됐을 것이다.
뉴런은 세포이다 뉴런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가 세포이고, 다른 세포와 같이 핵과 염색체를 가지로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세포막은 가늘고 길며 철사 모양의 돌기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뉴런에는 축삭 돌기라는 특별히 긴 '철사'가 한 가닥 있다. 축삭 돌기의 폭은 현미경적인 것이나 길이는 수미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 가닥의 길이가 기린의 목의 전체 길이에 이를 정도로 긴 축삭 돌기도 있다. 축삭 돌기는 보통 다발로 되어 있어 많은 섬유로 된 굵은 케이블을 형성한다. 이것이 신경이다. 신경은 몸의 어떤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마치 전화 케이블 간선처럼 메시지를 운반한다. 어떤 뉴런은 축삭 돌기가 짧고, 신경절 또는 더 큰 경우에는 뇌라고 하는 밀집된 신경 조직의 집합 속에 수용되어 있다. 뇌는 기능상 컴퓨터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복잡한 입력 패턴을 분석하여 저장되어 있는 정보와 조회하고 나서 복잡한 출력 패턴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뇌-근수축의 제어와 조정 뇌가 생존 기계의 성공에 실제로 공헌하는 방법으로서 중요한 것은 근수축의 제어와 조정이다. 뇌가 이것을 행하기 위해서는 근육으로 통하는 케이블이 필요하다. 그것이 운동 신경이다. 그러나 근수축의 제어와 조정이 유전자의 효과적인 보존에 이어지는 것은 근수축의 타이밍이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타이밍과 어떤 관계가 있을 때뿐이다. 깨물 것이 입 속에 있을 때만 턱 근육을 수축시키고, 뛰어 쫓아야 할 이유도 그 대상이나 뛰어 도망해야 할 이유가 존재할 때에만 다리의 근육을 주행시의 패턴으로 수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자연 선택은 감각 기관, 즉 외계의 물리적 사건의 패턴을 뉴런의 펄스 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갖추도록 되어 있어 동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뇌는 감각 신경이라는 신경삭에 의해 감각 기관-눈, 귀, 맛봉오리-등에 이어져 있다. 감각계의 작용이 매우 난해하다고 하는 것은 그것들이 가장 고가인 최량의 인공 기계에 비교해서도 훨씬 복잡한 패턴 인식을 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타이피스트는 전원 필요 없게 되어 말을 인지하는 기계와 손으로 쓴 문자를 읽는 기계로 교체되어 있을 것이다. 타이피스트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필요로 할 것이다.
진화 중에 감각 기관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근육과 연결되어 있던 시기가 있었다. 말미잘은 현재도 이 상태에서 별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의 생활 양식에서는 그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근수축의 타이밍 사이에서 더욱 복잡하고 간접적인 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매개물로서 어떤 종류의 뇌가 필요했다. 굉장한 진보는 기억이라는 진화적 '발명'이었다. 이 장치에 의해 근수축의 타이밍은 직전의 과거의 사건만 아니라 먼 과거의 사건의 영향도 받게 될 수 있었다. 디지털 컴퓨터에서도 기억, 즉 메모리가 그 본질적인 주요 부분이다. 컴퓨터의 기억은 인간의 기억보다 확실하지만 그 용량은 작고 정보 수정의 기술은 많이 떨어진다.
생존 기계의 행동에서 가장 뚜렷한 특성의 하나는 합목적성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동물의 유전자의 생존에 필요하도록 잘 계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는 싫다. 물론 그럼에는 틀림없으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의도적인 행동에 잘 닮아 있다는 것이다. 동물이 먹이를 '찾거나'배우자를 찾거나, 또는 잃은 새끼를 찾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 때 경험하는 어떤 종류의 주관적 감정을 그 동물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감정에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 바라는 것을 '머리에 그리는 '상' 또는 '목적' 내지 '설계도'가 포함되어 있다. 누구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적어도 현대의 생존 기계에서는 이 합목적성이 '의식'이라는 특성을 발달시켰음을 알고 있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철학자는 아니지만, 다행히도 목적에 따라 동기가 주어지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생존 기계의 일을 말하는 것은 쉽고 생존 기계가 실제로 의식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미해결 상태로 남길 수도 있으므로 우리의 현재 목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들 생존 기계는 기본적으로 극히 단순하여 무의식의 합목적적 행동의 원리는 공학의 어디에나 흔히 널려 있다. 이 고전적인 예는 와트(James Watt)의 증기 기관의 조속기이다.
피드백 이것에 포함되는 기본 원리는 음(-)의 '피드백(feedback)'이라는 것으로 이에는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목적 기계', 즉 의식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양 행동하는 기계 내지 물건은 사물의 현재 상태와 '바랐던' 상태와의 차이를 재는 일종의 측정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기계는 더 열심히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 기계는 자동적으로 차이를 줄이려고 한다. 이것이 음의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리고 '바랐던'상태에 도달하면 기계는 멈춘다. 와트의 조속기는 증기 기관의 힘으로 도는 한 쌍의 볼(ball)로 되어 있다. 볼은 각각 돌쩌귀가 붙은 암(arm)의 끝에 붙어 있다. 볼이 빨리 돌수록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암을 수평 위치로 밀어 올리는데 이에 반하여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 암은 엔진에 증기를 보내는 밸브에 연결되어 있고, 암이 수평 위치에 접근하면 증기의 공급이 감소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엔진이 지나치게 빨라지면 공급되는 증기의 양이 줄고, 엔진은 느려지게 된다. 엔진이 너무 느리면 밸브에 의해 보다 많은 양의 증기가 엔진으로 자동적으로 보내져 엔진은 다시 속도를 되찾는다. 이와 같은 목적 기계는 종종 도가 지나치거나 시간이 지연되는 것 때문에 진동을 일으킨다. 이 진동을 억제하는 부속 장치를 조립하는 것이 기술자에게 요구되는 솜씨이다.
와트가 조속기에 대해 '바랐던' 상태는 하나의 일정한 회전 속도이다. 분명히 이 기계는 의식적으로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의 '목표'란 단순히 기계가 도달해야 하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현대의 목적 기계는 더욱 복잡한 '살아 있는 것과도 같은' 행동을 달성하기 위해 음의 피드백과 같은 기본 원리를 확대하여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유도 미사일은 얼핏 적극적으로 목표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정 거리 내의 표적을 발견하면 표적이 도망치려고 지그재그로 가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 등을 계산하여 때로는 그것을 '예측'까지 하여 추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것이 행해지는 방법의 상세한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는 여러 종류의 음의 피드백, 실행 전에 결함을 예기하고 행하는 피드백 과정의 제어(feed-forward), 그리고 기술자에게는 잘 이해되어 있고 현재로는 생물체의 활동에 널리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기타의 원리가 포함되어 있다. 원격 조정하는 식으로 외부에서 전달되는 의식은 전혀 없다. 가령 문외한이 그 신중하고 의도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보고 미사일이 인간 조종사에 의해 직접 조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컴퓨터 장기 유도 미사일과 같은 기계는 본래 의식 있는 인간의 손으로 설계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서 마치 의식 있는 인간에 의해 직접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잘못이다. 이와 같은 오해의 또 하나의 예는 "컴퓨터는 기사가 명한 것밖에 못하기 때문에 컴퓨터는 진정한 의미로 장기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왜 오해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가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장기는 이 점을 설명하는 데 매우 좋은 예이므로 간단히 다루어 보기로 하자.
컴퓨터는 아직 명인과 상대할 정도로 장기의 명수는 못되나 잘 두는 아마추어의 실력 정도는 될 것이다. 대개 아마추어의 상수 실력 정도는 된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마추어의 상수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 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장기를 두는 데 어떤 컴퓨터를 이용하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프로그램 작성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로 분명히 그는 인형을 실로 조작하는 인형사처럼 계속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가 장기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짜서 컴퓨터에 넣는다. 이때부터 컴퓨터는 독립한다. 즉, 자기의 수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대전자를 제외하면 인간의 개입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프로그램 작성자는 가능성이 있는 말의 위치를 모두 예측하고 만약 일어날지도 모르는 각각의 말의 위치에 대한 솜씨를 기다란 리스트로 하여 컴퓨터에 입력시켜 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다. 장기에서 가능성이 있는 말의 위치는 너무 많아서 그것을 전부 다 써 넣기도 전에 이 세상이 끝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필승의 작전이 발견될 때까지 가능성이 있는 모든 수와 가능성이 있는 모든 수 읽기를 헛되게 시험토록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짤 수는 없다. 가능한 장기 게임은 은하계의 원자 수보다도 많다. 그래서 컴퓨터가 장기를 두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것에 관한 상세한 미해결 문제에 이 이상 깊이 개입하는 것을 그만하자. 사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가장 잘 된 프로그램일지라도 아직 명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프로그램 작성자의 역할은 오히려 아들에게 장기를 가르치는 아버지의 역에 가깝다. 그는 컴퓨터에게 개별적으로 가능한 수 모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경제적으로 나타낸 규칙에 따라 게임의 기본적인 수를 가르킨다. 그는 그라 뜻 그대로 알기 쉽게 "비숍은 대각선으로 움직인다"라고 하지 않고 수학적인 언어로 다음과 같이(단, 더 간단히)말한다. "비숍의 새운 좌표는 본 X 좌표와 본 Y좌표의 양방에 동일 정수(단, 부호는 필히 동일하지 않아도 좋다)를 더 함으로써 얻어진다." 그리고 그는 같은 종류의 수학적 또는 논리적인 말로 쓰여진 어떤 '충고'를 프로그램에 짜 넣는다. 보통 우리말로 하면 "왕은 무방비 상태로 두지 말라."라고 하는 힌트나 기사에 의한 '겹장'과 같은 유효한 책략이 그것이다. 이 상세한 것은 흥미를 끌게 하나 너무 개입하면 옆 길로 너무 빠져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 컴퓨터가 실제로 승부를 할 때 그것은 이미 독립하고 있고 명수의 도움은 필요없다. 프로그램 작성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특수한 지식의 리스트와 전략과 기술에 대한 힌트 간에 균형이 맞게 짜 넣어서 컴퓨터의 상태를 가급적 좋게 하는 것이다.
유전자-생존 기계 행동 제어 유전자는 또한 직접 스스로 인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자기의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 그것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 후에는 생존 기계가 독립하기 시작하여 유전자는 그 속에서 그저 점잖게 앉아 있게 된다. 그것들은 왜 그렇게 수동적이 될까? 왜 부단히 고삐를 잡고 지시를 척척 하지 않을까? 시간적 지연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그 해답이다. 이 사실은 공상 과학 소설(SF)에서 끄집어낸 다른 예를 들면 잘 알 수 있다. 호일(Fred Hoyle)과 엘리엣(John Elliot)의 저서 (안드로메다의 A)는 마음 설레는 책이다. 그리고 우수한 공상 과학 소설이 다 그렇듯이 그 배경에는 흥미 깊은 과학적인 문제점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 묘하게도 이 책은 이들 기초가 되는 문제의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뚜렷한 서술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내가 여기서 그것을 똑똑히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저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200광년이나 멀리 있는 안드로메다좌에 어떤 문명 세계가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문화를 먼 외계에까지 전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직접 여행 따위는 논외이다. 광속은 우주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속도의 이론적인 상한선이다. 거기에다 기계 공학적 문제를 생각하면 사실상의 한계는 광속보다 훨씬 더 낮다. 또한 외계 전체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무선 전파는 우주의 다른 장소와 교신하는 좋은 수단이다. 모든 방향으로 신호를 발송하는 힘이 있으면 아주 많은 세계(그 수는 신호가 가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에 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 전파가 광속으로 가더라도 그 신호가 안드로메다로부터 지구까지 오는 데는 20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거리로 말미암아 결코 통화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로부터 송출된 메시지가 각기 12대를 지난 사람들에 의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와 같은 거리에서 서로 말을 교환한다는 시도는 분명히 헛된 일이다. 이 문제는 곧 우리에게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무선 전파가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데는 약 4 분이 걸린다. 우주 비행사는 짧은 문장으로 말을 교환하는 습관을 버리고 통화라기보다 편지와도 같은 긴 혼잣말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페인(Roger payne)이 지적한 대로 바다는 어떤 독특한 음향 특성을 갖추고 있다. 일정한 깊이에서 헤엄치고 있는 혹고래들의 엄청나게 큰 소리의 노래는 이론상 세계의 모든 곳에서 들려야 할 것이다. 그것들이 실제로 매우 먼 곳에 있는 친구와 교신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렇다면 그것들은 아마도 화성에 있는 우주 비행사와 같은 곤란에 직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수중의 음속으로 하면 그 노래가 대서양을 횡단하여 회답이 오기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린다. 나는 고래들이 서로 말을 교환하지 않고 8분간이나 계속 독백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들은 그 후 노래의 처음으로 돌아와 또다시 그 노래 전부를 되풀이하여, 매번 약 8분씩 완전한 사이클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이야기 속의 안드로메다 사람도 같은 일을 했다. 회답을 기다려 봤자 별다른 수가 없으므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모아 멀리멀리 이어지는 방대하고 끊기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 수개월을 한 사이클로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우주로 계속해서 발사했다. 그러나 그들의 메시지는 고래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거대한 컴퓨터의 건설과 프로그램 작성에 관한 암호화된 지령이었다. 몰론 그 암호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숙련된 암호 해독자의 손에 걸리면 거의 어떤 암호라도 해독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암호 작성자가 일부 간단히 풀 수 있도록 만든 경우는 그렇다. 조드렐 뱅크(Jodrell Bank) 전파 망원경에 걸린 이 메시지는 실제로 해독되어 컴퓨터가 조립되고 프로그램이 작동됐다. 결과는 인간의 파멸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안드로메다 사람의 의도는 당연히 이타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컴퓨터는 세계를 장악하여 독재 정치를 수행하다가 결국 영웅의 도끼에 의해 파괴된다.
우리의 관점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안드로메다 사람이 지구상에서 생긴 일을 조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인가라는 문제이다. 그들은 컴퓨터가 척척 해내는 것을 직접 제어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들은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정보가 그들에게 미치려면 200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주인에게서 일반적인 방침의 지시를 받는 것까지도 불가능했다. 넘을 수 없는 200년이란 벽 때문에 그 지령은 모두 미리 짜여져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그것은 장기를 두는 컴퓨터의 경우와 똑같이 프로그램되어 있었을 것이나 국부적인 정보의 흡수에 관한 능력과 융통성은 훨씬 컸을 것이다. 이것은 그 프로그램이 지구상만 아니고 진보된 기술을 가졌다면 어떤 세계에서도, 즉 안드로메다 사람이 상세한 상태를 알고 있지도 않은 어떤 세계에서도 통용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예언한다 안드로메다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나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컴퓨터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의 유전자도 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러나 유전자는 암호화된 지령을 보낸 안드로메다 사람에 상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지령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조작 인형을 실로 조작할 수 있는 것처럼 유전자가 우리를 직접 조종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시간 지연 때문이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데 작용한다. 이것은 세계를 조정하는 강력한 방법인데 그 속도는 매우 느리다. 배(embryo)를 만드는 데는 몇 개월 동안 인내 있게 단백질 합성의 실을 조작해야만 한다. 반면에 행동의 특징은 빠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수개월이라는 시간 단위가 아닌 몇 초 또는 몇 분의 1초라는 시간 단위로 작용한다. 이 세상에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부엉이가 머리 위를 휙 지나가고 키 큰 풀숲이 부시럭거리며 포획물이 있는 곳을 알려서 1/1000초 단위로 신경계가 팔딱 흥분하여 근육이 떨리고 누군가의 생명이 구해지기도 하고 또는 잃기도 한다. 유전자는 이와 같은 반응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안드로메다 사람처럼 자기의 이익을 위해 컴퓨터를 조립하여 '예측'할 수 있는 한 불의의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하여 미리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 두는 것뿐이다. 그러나 장기 게임이 그렇듯이 생물은 너무도 많은 경우의 사건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있어 도저히 그 모두를 예측할 수는 없다. 장기의 프로그램 작성자의 경우처럼 유전자는 스스로의 생존 기계에 생존술의 각론이 아니라 살기 위한 일반 전략이나 일반적 비결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영(J.Z. Young)이 지적하였듯이 유전자는 예언과 비슷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존 기계의 배가 만들어질 때, 그 배에게 닥칠 생명 위험이나 문제는 미래의 일이다. 어떠한 맹수가 어떤 숲속에 숨어 있는가, 어떤 발빠른 포획물이 눈앞에 튀어나와 지그재그로 도망치거나 하는 것은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예언자도, 어떤 유전자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다. 북극곰의 유전자는 곧 생겨날 생존 기계의 미래가 춥다는 것을 틀림없이 예측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생각하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전혀 생각조차도 못한다. 그것들은 그저 묵묵히 두터운 모피를 만든다. 이것은 그것들이 이전의 몸으로 항상 해 온 것이고 그것들이 또 유전자 풀 속에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또 지면에 눈이 올 것을 예언하고 그 예언은 모피를 백색으로 위장한다. 북극의 기후가 급변하여 아기곰이 열대의 사막에서 태어나든디 하면 그 예언은 빗나가 그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아기곰은 죽고 그 속의 유전자도 망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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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고사성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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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獸食人(솔수식인) 率(거느릴솔) 獸(짐승 수) 食(먹을 식) 人(사람 인)
맹자(孟子) 양혜왕상(梁惠王上)편의 이야기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가르침을 청하자, 맹자는 그에게 사람을 몽둥이로 죽이는 것이 칼로 죽이는 것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양혜왕은 다름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라는 맹자의 물음에 양혜왕이 다른 점이 없다고 하자, 맹자는 말을 계속하였다.
주방에는 살찐 고기가 있고, 마굿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들은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다가 사람을 잡아먹이는 것입니다. 짐승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조차도 사람들은 미워하는데, 백성의 부모가 되어 가지고 정치를 해나가는데 짐승을 몰아다가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면(不免於率獸而食人) 백성의 부모노릇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率獸食人이란 폭정으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 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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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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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자서전. 시민의 불복종 - 간디 / 함석헌 역
제2편
5. 남아프리카로 갈 준비
내가 그 관리에게 간 것은 분명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급함과 지나친 노여움은 내 잘못에 비하면 턱없이 과한 거였다. 그것으로 내쫓은 것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내가 그의 시간을 빼앗은 것은 5분도 채 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내 말을 참지 않았다. 그는 내게 온순히 돌아가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자기 권력에 취해서 지나치게 행동했다. 그 후 나는 그 관리는 참는 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을 모욕하기가 일쑤였다. 그 사힙은 사소한 불쾌감에도 성을 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일은 자연히 그 대부분이 그의 조정에서 처리될 것이었다. 나는 그와 화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비위를 맞춰 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내가 고소하겠다고 한번 위협한 이상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이 나라의 고린내나는 정치를 좀 알게 되었다. 카디아와드는 조그마한 나라들이 뭉친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정략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나라들 사이의 소소한 음모, 관리의 권력투쟁의 모략, 이런 것이 일상사였다. 군주들은 언제나 다른 것들에 좌우됨으로써 아첨하는 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사힙의 경호원에게조차 곱게 보여야 하고, 사힙의 쉬라스테다르는 그 주인의 눈이요, 귀요, 그의 통역이기 때문에 주인보다도 한층 더했다. 그 쉬라스테다르의 뜻이 곧 법이요, 그의 수입은 언제나 그 주인 사힙보다도 많다고들 했다. 그것은 과장인지 모르지만 그는 확실히 제 월급 이상의 살림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분위기는 아주 독약같은 것이어서, 어떻게 하면 상해를 입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을까가 내게는 문제였다. 나는 완전히 기가 죽어 버렸고 형도 그것을 분명히 알았다. 우리는 둘 다 내가 어떤 자리에 취직이 되면 이 모략적인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모략이 아니고는 장관의 자리나 판사의 자리는 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힙과의 싸움 때문에 나는 도저히 내 일을 해나갈 수가 없었다.
포르반다르는 그 당시 행정부 관리 밑에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군주의 권력을 좀더 확보하기 위한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었다. 또 메르 사람들에게서 징수하는 토지 임대료가 너무 과하기 때문에 그 일로 인해 행정관을 만나려 하고 있었다. 그 관리는 인도인이지만 그 거만한 태도는 사힙보다도 더 심하였다. 그는 유능은 했으나 그 힘 때문에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왕을 위하여 다소 권리를 더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메르 사람들을 위해서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 그들의 문제가 세밀히 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는 놀랐다. 그래서 이 일에 있어서 나는 적잖게 실망했다. 나의 사건 의뢰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확보할 길이 없었다. 썩 잘한다고 해야 주재관이나 지사에게 탄원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보아야 그들은 우리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하고 탄원을 기각해 버릴 것이다. 그런 결정을 규제할 수 있는 어떤 규칙이나 있다면 무엇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사힙의 뜻이 곧 법률이었다.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포르반다르에 있는 메만 상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제의가 형님에게 왔다.
우리는 남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큰 상사입니다. 그런데 당장 법정에다 4만 파운드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소송은 장기간 계속됐습니다. 우리는 가장 유능한 변리사, 변호사와 계약하고 있는데, 만일 계씨를 보내 주신다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고 본인에게도 좋을 줄 압니다. 계씨께서는 우리보다도 더 잘 우리 변호인들을 지시하실 수 있을 것이고, 그분 자신으로서는 세계의 새로운 곳을 보게 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형님은 그 문제를 나와 의논했다. 나는 단순히 변호인들에게 지시만 할 건지 아니면 법정에도 나갈 것인지 확실치 않았으나, 어쨌든 나는 마음이 끌렸다. 형님은 문제의 상사인 다다 압둘라 회사의 주주의 한 사람인 고 셰드 압둘 카림 자베리에게 나를 소개했다. 그는 나에게 자신있게 말해 주었다.
조금도 어려울 것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유력한 유럽인들을 친구로 가지고 있는데 당신은 이제 그들을 잘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 상사에 필요합니다. 우리의 통신 거래는 주로 영어로 하게 되는데 거기에도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물론 우리가 초대하는 것이니까 비용이 드실 것도 없습니다. 제가 일을 보아 드리는 것은 얼마동안이면 됩니까? 나는 물었다. 그리고 보수는 얼마나 됩니가? 1년이상 걸리진 않을 겁니다. 보수는 의식주 일체를 제외하고 귀국 1등 여비와 1백5파운드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변호사로 가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상사의 한 사무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쨌든 인도를 떠나고 싶었다. 또 새 나라를 보고 새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데도 마음이 끌렸다. 또 형님에게 1백5파운드를 보내면 집안 살림을 도울 수도 있었다. 나는 흥정을 더 하지도 않고 그 주문에 결정을 짓고 남아프리카로 갈 채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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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동서고전/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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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 7장 아르고 호 선원
1. 아폴로니오스 로디우스
아폴로니오스 로디우스(Apollonius Rhodius : 기원전 295~215년경)는 헬레니즘기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 시인이며 후에는 로도스에 가서 살았기 때문에 아폴로니오스 로디우스라 하였다. 젊을 때 칼리마코스와 파나이티우스에 사사하였고 장년이 되어서는 왕자 프톨레마이오스 8세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왕자가 왕위에 오른 후에는 이름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세 번째 높은 사서관 직위에, 아레토스테네스(당대의 으뜸가는 학자) 후임으로 올랐다.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긴 스승 칼리마코스가 감정적인 시문을 써서 그를 따오기 같다고 비꼬았는데, 따오기는 딴 사람이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먹는 날짐승을 말한다.또한 아폴로니오스가 대표적인 서사시 '아르고나우티카'를 발표하자 칼리마코스는 크게 힐난하며 분량만 많은 엉터리 시문이라고 비난하였다. 두 사람의 이 격렬한 갈등은 칼리마코스의 승리로 끝난 것 같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폴로니오스는 로도스로 은퇴하였다. 그러나 이 서사시는 옛적에는 물론이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이전 단 하나의 서사시로 찬양받고 있으며 서구 중세의 문집에도 드물게 남아 있는 헬레니즘 작품이다. '아르고나우티카'는 네 권으로 엮은 긴 서사시로 황금양모를 찾아 탐험에 나선 해적 성향의 원정대 아르고 호 선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로폰티스해와 흑해를 넘어 콜키스 나라에 가서 공주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모를 약탈하고 다누베, 포 및 로네 강과 지중해, 북아프리카를 거쳐 테살리아의 이올코스로 귀한한다는 것이 대략의 줄거리다. 청중들도 토막토막의 이야기는 이야기꾼으로부터 자주 들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과 끝맺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사랑장면도 아폴로니오스 이전에 아이스큘로스, 소포클레스 및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시에 주요 소재로 빈번히 상연되었다. 이 중에서 대본으로는 에우리피데스 시만 현존한다. 아폴로니오스의 시문 및 오비디우스의 '헤로이데스'나 '변신 이야기' 에서는 일층 낭만적으로 각색되었다. 로마의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아이네아스와 디도의 연대담은 아폴로니오스의 메데이아에 큰 폭으로 의존한 소재이다. 아폴로니오스보다 훨씬 오랜 옛날부터 '아르고나우티카'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다른 구전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으며 특히 끝맺음 이야기는 자주 등장하는 시문의 좋은 소재였다. 호메로스의 '오듀세이아'에도 이아손과 아르고 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가 낭독회에서 관중의 폭풍적 갈채를 받고 왕립도서관의 고위직에 제수된 것이 칼리마코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 같고, 이는 결국 아폴로니오스로 하여금 로도스로 추방 혹은 자의망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은거지에서 작품의 퇴고를 거듭하며 생애를 보냈으나 이것저것 이야기의 군더더기만 보태져 더 좋아지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2. 아르고나오테스 아르고 호의 선원이라는 의미의 아르고나우테스(Argonauts)의 이야기는 트로이가 함락되기 대략 80년 전에 있었던 일로, 모험을 좋아하고 패기에 넘친 젊은이들의 해적 성향을 띤 원정대의 이야기이다. 테살리아 왕 아타마스는 왕비에게 싫증이 나자, 후처 이노를 얻었다. 이노는 테베의 이름난 왕 카드모스의 딸로 그녀를 제외한 자매 세 사람은 흠잡을 데 없는 삶을 보냈다. 그런데 이노가 후처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본부인 네펠레에게 아들과 딸이 있었기 때문에 계모 이노의 학대를 염려하였는데 과연 그 걱정이 맞아 떨어졌다. 이노는 네펠레에게서 태어난 왕자 프릭소스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농부에게 나누어 줄 씨앗을 살짝 볶아 놓았다. 이듬해 파종을 하니 싹이 나지 않고 수확도 없었다. 이에 왕이 사람을 보내 이 참사에 대한 신탁을 받아오게 하였는데 이노에게 매수된 사신은 왕자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허위신탁을 받아왔다. 기아의 위협에 마주친 군중은 왕자를 희생공양하라고 아우성쳤다. 마침내 왕자가 제단에 섰는데 이 때 갑자기 황금털을 가진 큰 양이 나타나 왕자 프릭소스의 여동생 헬라를 태우고 달아나 버렸다. 이 양은 어미 네펠레의 간절한 기원으로 헤르메스가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헬라는 양을 타고 유럽-아시아 간의 해협을 지나다가 그만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고, 이후 이 바다를 헬라의 해협, 즉 헤레스폰트라 부르게 되었다. 결국 왕자 프릭소스 혼자만 흑해를 넘어 콜키스 나라에 도착하였다.
콜키스 나라 사람들은 성깔이 매우 사나웠으나, 왕인 아이에테스는 프릭소스를 후대하고 성인이 되자 자기 딸 칼키오페와 결혼시켰다. 그를 태우고 온 양은 잡아 제우스에게 바치고 황금양모는 왕 아이에테스에게 주니 왕은 이것을 아레스 신전의 나무에 걸어두고 뱀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그런데 프릭소스에게는 이올코스의 왕인 아이손이라는 삼촌이 하나 있었는데, 그만 이복동생인 펠리아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펠리아스는 살모네우스의 딸 튜로가 낳은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이다. 튜로는 한밤중에 변장을 하고 나타난 포세이돈을 연인 에니페오스로 잘못 알고 관계하여 넬레우스와 펠리아스라는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불륜을 감추기 위해 튜로는 갓난 아이를 산에다 내다 버렸는데, 마침 지나가던 망아지에게 펠리아스가 발로 차이는 바람에 얼굴에 멍이 들어 회색반점으로 남게 되었다. '회색'이라는 뜻의 펠리아스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어쨌든 산에 버려진 이 쌍둥이는 얼마 후 말을 몰던 목동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구하였다. 장성한 펠리아스는 수많은 왕족을 죽인 후 스스로 왕권을 장악하고 아이손까지 없애고자 하였으나 모친의 만류로 감옥에 가두었다.
당시 아이손에게는 왕국의 정통을 이어받을 어린 왕자 이아손이 있었다. 왕비 알키메데는 어린 아들 이아손을 멀리 켄타우로스 나라의 케이론에게로 도피시켜 키우게 하였다. 세월이 흘러 늠름한 젊은이가 된 이아손은 용감하게 펠리아스를 찾아 떠났는데 마침 에우에노스(혹은 에니페오스)강의 범람으로 여행이 지체되었다. 이아손은 여기에서 한 노파가 강을 건너는 것을 도와주다가 급류 때문에 한쪽 신을 잃게 되는데 노파는 바로 헤라 여신이었다. 참주자 펠리아스는 일찍이 친척의 손에 죽을 것이며 특히 한쪽 발에만 신발을 신은 사람을 각별히 주의하라는 신탁을 받은 바 있었다. 마침 한 나그네가 나타났는데 한쪽만 신을 신고, 다른 쪽은 맨발인 채였다. 그러나 그 밖에는 나무랄 데가 없는 젊은이였다. 거침없이 시내로 들어선 이아손을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나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들인 펠리아스만은 한쪽만 신을 신고 있는 것을 보며 겁을 내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나그네에게 고향이 어디이며, 왜 왔느냐고 물었다. 이아손은 집안의 영예를 되찾고 제우스 신이 부친에게 맡긴 이 나라의 통치를 바로잡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당신의 조카이며, 무력이 아닌 정의의 법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그는 펠리아스에게 재산과 가축은 모두 소유해도 상관없고 그저 통치권과 왕관만 내 놓으면 아귀다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펠리아스는 꾀를 내어 고인이 된 프릭소스가 황금양모를 찾아와 나라의 상징으로 삼으라 하였으며 또한 신탁도 있고 하니 한참 젊은 그대가 이 일을 완수하면 왕국을 곧 넘기겠다는 조건을 내놓았다. 그 탐색길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살아온 예가 없음을 알고 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이아손은 곧 승낙하고 차비를 서둘렀다. 이 소식을 듣고 그리스의 명문 집안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니 장사 헤라클레스, 악장 오르페우스, 예언자 몹소스, 에키온, 텔라몬과 펠레우스, 휼라스, 나우플리오스, 폴룩스와 카스토르, 의사 아스클레피오스, 그 외 남장 처녀 아탈란테 등을 합쳐 50명이나 되었다. 헤라 여신은 이아손을 충동질하고 후원하였다. 이아손은 황금잔에 포도주를 따라 제우스 신의 이름으로 원정을 맹서하고, 바다에 헌주하고 죽음도 불사한 모험을 다짐하며 아르고 호로 대망의 모험길에 올랐다. 출항 후 처음으로 닻을 내린 곳은 렘노스 섬으로 여자만 사는 기이한 나라인데 사유인즉 아프로디테 숭배를 태만히 한 죄로 몸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하자 남자들이 그 곳 여자들을 기피하고 트라키아 노예여인들과 사랑에 빠지니 이에 격분한 여자들이 남자를 모조리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명 늙은 왕만은 우두머리로서 이 곳의 통치자인 공주 흄시퓰레의 도움으로 큰 궤에 들어가 바다에 띄워 보내져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여성들은 남성이 아쉬웠던 터라 아르고 호 대원들을 환대하였으며 출범할 때는 식량, 포도주와 의복까지 공급해 주었다. 다시 출범한 아르고 호는 사모트라케에서 오르페우스 비의를 지나고 헬레스폰트를 지나 한 섬에 닿아 그곳 왕 큐지코스에게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섬을 떠난 후 바람이 강해지고 방향이 바뀌어서 다시 그 나라의 돌리오네스 지역으로 돌아와 잠시 대피하였다. 바로 그 날 밤 큐지코스 왕은 괴선 침입의 급보를 받고 대피해 있던 아르고 호 대원을 공격하였다가 원정대원에게 전멸당하고 왕 또한 살해되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살육으로 은혜를 피로 갚은 셈이 되었다. 이아손 일행은 크게 슬퍼하며 장례를 치르느라고 12일을 보냈다. 당시 큐지코스의 젊은 왕비 클레테는 남편의 죽음을 너무나 비통해한 나머지 목을 매었다. 이에 요정들이 애통해하고 슬퍼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니 마침내 이것이 샘으로 솟구쳤다. 사람들은 이 샘을 클레테 샘이라고 불렀다.
한편 몹소스는 물총새의 징조를 보고 제우스의 모친 레아 신에게 공양할 것을 권하고 일행은 큐벨레 혹은 레아 신의 영산이 딘듀모스에 제사를 지냈다. 이 때 산의 유일한 샘에서 맑은 물이 뿜어나오는 징험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이를 이아손 샘이라고 불렀다. 이후 순풍이 불자 출범을 하였는데, 얼마 후 일행 중에서 헤라클레스가 없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사정은 이러하였다. 같은 일행 중에 휼라스라는 젊은이가 샘에 물을 뜨러갔다가 샘물이 흐르는 못에서 그에게 반한 샘의 요정에 목이 감겨 물 속으로 끌려가 버렸다. 마침 부러진 노를 새로 만들기 위하여 참나무를 고르러 숲으로 들어간 헤라클레스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젊은이의 이름을 부르며 숲속 깊이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출범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결국 일행은 헤라클레스가 빠진 채 다음 섬으로 갔다. 이 섬에는 괴력을 갖고 악취를 남겨 놓는 하르피아이라는 날짐승과 한 노인이 외롭게 살고 있었다. 이 노인은 아폴론에게서 예언술을 전수받은 노인인데, 신들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한다고 소경으로 만들어 이 곳으로 유배당한 것이었다. 하르피아이는 바로 '제우스의 사냥개'라 불리며, 음식물마다 와락 덤벼들어 먹어 치우고는 악취만을 남겼으므로 이 곳에는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을 발견한 일행은 가죽만 남은 가엾은 노인을 위하여 하르피아이를 퇴치하려 하였으나 이리스가 내려와 신의 사냥개를 죽이지 말라 하므로 하르피아이를 혼만 내주고 멀리 쫓아버렸다. 노인은 젊은 장사들과 같이 만찬을 들면서 원정대에게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피하는 지혜를 알려주었다. 즉 슘플레그라데스(충돌하는 섬)는 물에 떠 있어 서로 부딪치게 되어 있으니 비둘기가 바위사이로 날아가는 시각을 측정해서 그 시간 안에 재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노인과 헤어져 떠 있는 바위에 다다랐을 때 일행은 비둘기를 바위 사이로 날아가게 하였다. 섬이 무서운 힘으로 움직여서 부딪쳤으나 비둘기는 꼬리 깃털만 걸렸을 뿐 무사히 빠져 나갔다. 이 요령으로 힘껏 노를 저어 빠져 나오니 배의 뒷장식만 떨어져 나갔을 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섬은 아테나 여신의 힘으로 뿌리를 내려 고정되고 다시는 뱃사람을 괴롭히지 않았다.
항해는 계속되었다. 약자를 못살게 구는 아뮤코스라는 왕을 죽이고, 마리안듀니 섬에 가니 그간 아뮤코스에게 괴롭힘을 당한 왕 류코스가 크게 환대를 해 주었다. 그러나 그 곳에서 한 대원이 수퇘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또한 가장 우수한 키잡이 티퓨스가 병사하였다. 다시 길을 떠난 일행은 아레스 섬에 닿아 전쟁의 신인 아레스의 새를 쫓고 상륙하였다. 이 때 막 지나간 태풍에 난파당한 4명을 구해 식량과 의복을 주고 배에 동승시켰다. 이 일행은 바로 프릭소스의 아들이자 콜키스 왕의 외손자들이었다. 근처에는 여전사의 나라 아마존족이 살고 있었는데 아레스신을 닮아 매우 호전적이라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었느나 풍향이 좋아 충돌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또한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찍히며 매여 있는 카우카소스 산정이 멀리 바라다 보였으나 별 도리가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마침내 황금양모의 나라 콜키스에 도착하였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용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헤라 여신이 아프로디테에게 이들 일행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였다. 사랑의 여신은 자기와 사이가 좋지 않은 헤라의 청에 놀랐지만 응낙하여 에로스를 시켜 콜키스의 공주 메데이아가 사랑에 빠지게 하였다. 마술사라는 뜻을 가진 메데이아는 기막힌 요술을 부릴 줄 알아 선원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왕궁으로 들어가 환대를 받았다. 호기심으로 문에서 엿보던 메데이아가 대장 이아손을 쳐다보는 순간 에로스는 그녀의 가슴 깊이 사랑의 금화살을 쏘았고 이에 메데이아는 달콤한 사랑의 고통으로 안절부절 못하였다. 만찬이 끝날 때, 왕 아이에테스는 그들의 일행이 누구이며 이 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아손은 자기들은 신의 아들 또는 손자로 그리스에서 출범하였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황금양모를 찾아가려고 한다고 대답하였다. 이말을 듣고 분노에 찬 왕은 이들을 국외로 내쫓아 버릴까 하다가 혼내주기로 작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적의는 없으니 용감성이 입증되면 황금양모를 양도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왕은 그들에게 불을 뿜는 2마리의 놋쇠발 황소에 쟁기를 매어 밭을 갈고 카드모스 왕이 퇴치한 용의 이빨을 뿌려 주는 일을 하도록 제의하였다. 이 이빨은 뿌리면 거기에서 무사들이 솟아나와 뿌린 자에게 무기를 들고 돌진하는 신기한 이빨이었다. 잠시 말이 없던 이아손은 그 조건을 승낙하였다.
온밤을 늠름하고 우아한 이아손에게 마음을 빼앗겨 조이던 메데이아는 아비의 의도와 궁지에 물린 이아손을 도울 방도를 곰곰이 생각하였다. 배로 돌아간 일행이 오랫동안 회의를 계속하는데, 이 때 전에 폭풍우에서 구해준 왕의 외손자가 나타나 메데이아의 마술을 귀띔해 주고 메데이아가 마음만 먹으면 이아손을 승리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결국 다른 도리가 없었던 차라 그 방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메데이아는 사련으로 부친을 배반하고 이방인을 도와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휩싸여 죽음까지 생각하였다. 그러나 전에 없이 생의 환희에 매혹을 느낀 메데이아는 자신의 능력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기로 하였다. 마침내 메데이아는 조카를 통하여 이아손을 숲 속에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져 아무말도 나누지 못했다. 한참 있다가 메데이아는 몸에 바르면 하룻동안 절대 패하지 않는 신통력을 가진 고약을 이아손에게 건네주고 이아손은 그녀와 결혼을 굳게 약속하였다. 날이 밝자 숲을 낀 산허리는 왕과 구경차 모여든 군중들로 가득하였다. 놋쇠발의 황소가 콧구멍으로 불을 뿜으며 달려오자 일행은 경악하였다. 그러나 이아손은 두려움 없이 두 마리 황소 앞을 가로막고 목을 어루만지다 멍에를 매어 쟁기를 끌도록 하니 모여든 군중은 하나같이 그 담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다음으로 용의 이빨을 밭고랑에 뿌리고 흙을 덮자 거기에서 무기를 든 무사들이 솟아나와 이아손에게 덤벼들었다. 이 때 메데이아가 일러준 대로 큰 돌을 무리 속에 던지자 무사들은 자기들끼리 창을 휘두르며 싸우니 밭고랑을 피바다로 만들며 모두 죽어 버렸다. 마침내 이아손이 승리를 거두었으나 왕 아이에테스는 약속한 황금양모를 건네주지 않았다. 이 양모는 아레스 신전이 있는 숲에 걸어 놓고, 거대한 뱀이 지키고 있었다. 이아손은 메데이아와 함께 숲으로 가서 마법의 약으로 공룡같은 이 뱀을 잠재우고 황금양모를 걷어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배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전력으로 노를 저어 바다로 빠져 나갔다. 뒤늦게 이를 안 왕이 왕자 압슈르토스(메데이아의 이복동생)에게 추격을 명하니 일행은 큰 위기에 처하게 되나 다시 메데이아의 계략으로 양모를 돌려준다고 속인 후 왕자를 죽여버렸다. 왕자가 죽자 추격군은 흩어지고 일행은 무사히 바다로 나아갈 수 있었다.
괴물 세이렌의 유혹을 물리치고, 험악한 스큘라족과 무서운 카퓨브디스 소용돌이도 무사히 통과한 일행은 이오니아해를 지나 드레파네(코르푸) 섬에 닿았다. 이 섬에서 왕 알키누스의 환대를 받고 있는데, 콜키스 군이 밀려와서 메데이아를 내놓지 않으면 섬을 파멸시키겠다고 위협하였다. 이 섬의 왕은 평화를 바랐고 왕비 아레테 또한 메데이아가 이아손의 배우자가 아니면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왕비는 몰래 이아손을 만나 빨리 결혼을 하도록 일러주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잔치는 이올코스에서 하기로 하였다. 콜키스인은 메데이아가 이아손의 처임을 인정하고 이해를 하였으나 이제는 자기네도 이 나라에 남겠다고 말하였다. 메데이아 없이 귀국하면 처형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원만히 해결된 후 알키누스 왕과 작별을 고하고 방향을 크레타로 잡아 항해를 하는데 갑자기 폭풍이 불어닥쳐 일행은 리비아 해변의 거대한 모래구릉 슈르테스까지 떠밀려 오게 되었다. 대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무거운 배를 어깨에 메고 트리토니스 호로 가서 배를 호수에 띄우고 바다로 향하였다. 그러나 너무나 모연하여 수로를 찾지 못해 난감해 하던 차에 마침 호수의 신 트리톤의 은총으로 수로를 찾아 바다로 나오는 데 성공하였다. 일행은 다시 항해를 계속하여 크레타에 상륙할 차비를 하였다. 그러나 메데이아는 이 곳에 옛 청동족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탈로스가 살고 있으며 이 괴물은 한 쪽 발목 이외에는 완전히 청동으로 되어 있다고 일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괴물이 나타나 배를 부수려 하니 메데이아는 하데스의 사냥개를 불러 청동인은 파멸시켜 주기를 기원하였다. 이 기원은 영험을 발휘하여 청동인은 큰 바위를 아르고 호로 던질 찰나 괴물은 발목에서 피를 쏟으면서 가라앉아 죽고 말았다. 드디어 그리스로 돌아온 젊은이들은 각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고 이아손은 항금양모를 펠리아스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데 그 동안 경악할 일이 일어나 있었으니, 펠리아스가 이아손의 부친을 자살하게 만들고 모친 또한 그 비통함으로 인해 세상을 뜨고 말았던 것이다. 이아손은 이 사악한 펠리아스의 행위에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고 메데이아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에 메데이아가 펠리아스의 딸들을 불러 아버지의 젊음을 되찾게 할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늙은 양을 토막내어 약초를 잠은 끓는 물에 놓고 주문을 외워 그 물 속에서 어린 양이 튀어나와 껑충껑충 뛰어가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마침내 펠리아스에게 독한 수면제를 주어 재우고, 딸들을 불러 아버지를 토막내라고 하니 오랜 주저 끝에 딸들은 아버지를 토막내어 솥에 넣고 메데이아의 기적적인 주문을 기다렸다. 그 사이 메데이아는 궁을 빠져 나와 그 도시를 떠나버렸다. 결국 이아손은 펠리아스의 딸들을 통해 원수를 갚은 것이다. 일설에는 이아손의 부친을 소생시켜 젊음을 다시 찾게 하였다고도 한다. 어떻든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위하여 악마 같은 일과 선량한 일을 성심껏 하였으나 끝내 이아손은 그녀를 배반해 버렸다. 즉 펠리아스가 죽은 후 메데이아와 함께 코린트로 가서 두 아들까지 낳고 잘 살던 이아손은 신의를 저버리고 코린트 공주와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코린트 왕은 메데이아가 불원간 자기의 딸을 해칠 것으로 짐작, 메데이아와 그 두 아들을 곧 국외로 추방시켜려 하였다. 이아손이 주는 황금도 마다하고 비통한 심정에 죽음까지 생각한 메데이아는 마침내 신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옷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죽음의 독을 바른 뒤 상자에 넣어 아들을 시켜 신부에게 보냈다. 신부는 희색만면하여 이 옷을 받아들고 걸쳐 보았는데, 과연 바로 전신에 극도의 열기가 뻗치면서 쓰러지더니 시신까지 녹아 없어져 버렸다. 메데이아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귀여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임을 직감하였다. 과연 새 신부의 죽음을 안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먼저 두 아이들을 죽였다. 그러자 메데이아는 용이 끄는 2륜차를 타고 지붕을 넘어 날아서 그 곳을 떠나 버렸다. 이아손의 생애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자기의 과오를 깨닫고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빠져 새상을 헤매다 지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기도 하고, 아르고 호의 그늘 아래서 쉬고 있을 때 그를 영웅적인 삶으로 인도했던 바로 그 배의 들보가 떨어져 이에 맞아 죽었다고도 한다.
메데이아 메데이아(Madea)는 콜키스와 왕 아이에테스(헬리오스의 아들)와 이듀이아(오케아노스의 딸로 아이에테스의 둘째부인) 사이의 딸이다. 메데이아나 이듀이아라는 말은 모두 '간교한' 또는 '빈틈없는'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메데이아는 숙모 키르케(오듀세이아 서사시에서 오듀세우스와 1년간 같이 산 요정)와 마찬가지로 마술에 능하고 헤카테를 숭배하였다. 아르고 호 선원의 대장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 황금양모의 탈취에 협조하고 같이 콜키스를 탈출하였다. 아비 아이에테스는 아르고 호 선원을 토벌하기 위해 메데이아의 이복동생 압슈르토스를 지휘자로 추격함선을 보냈으나 메데이아가 황금모피를 돌려주겠다고 꾀어 동생을 죽이고 추격을 모면하였다. 그 후 아르고 호와 그 일행은 그녀의 비상한 꾀에 도움을 받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무사히 그리스로 돌아왔다. 아르고 호 대원들과 같이 이올코스에 귀착한 다음 메데이아는 빈사상태에 빠진 이아손의 아비 아이손을 마술로 살려내고, 솥에 약초를 다려 아이손에게 주입하여 혹은 그 솥에 넣어 젊음을 되찾아 주었다. 메데이아는 왕위를 찬탈한 이아손의 숙부 펠리아스에게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의하였는데, 우선 늙은 양으로 시범을 보인 후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아비를 솥에 넣기 위해 마취시켜 토막을 내라고 하였다. 주저하던 딸들이 마침내 그녀의 말에 속아 아비를 죽였다. 이 범죄로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헤라여신의 버림을 받아 이올코스를 떠나 코린트로 향하였다. 그런데 메데이아와의 사이에 이미 많은 아들까지 둔 이아손은 코린트의 왕 크레온에게 잘 보여 공주 글라우케와 혼인을 하게 되어 메데이아에게 이혼을 요구하였다. 이에 앙심을 품은 메데이아는 독을 바른 값진 의상을 신부에게 보냈고, 이것을 입은 신부는 그대로 타 죽고 말았다. 복수를 감행한 것이다. 왕 크레온이 급히 공주를 구하려 와서 딸의 옷을 잡았지만, 오히려 같이 불에 휘말려 죽게 되고, 메데이아는 조부 헬리오스의 날개달린 용이 끄는 이륜마차로 도망쳐 코린트를 빠져 나왔다.
메데이아는 아테네로 와서 후사가 없는 왕 아이게우스에게 아들을 낳을 것을 장담하여 혼인을 하고 그 왕비가 되어 메도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 아테네에 나타난 테세우스를 보고 단번에 아이게우스의 아들임을 눈치챘다. 메데이아는 왕을 설득하여 테세우스를 마라톤 평야를 황폐케 하는 사나운 미노스의 수소와 겨루도록 하였다. 테세우스가 무난히 이 황소를 퇴치하자 이번에는 왕위를 찬탈할 위험인물이라고 왕에게 귀띔하여 연회석상에서 독배를 주어 죽이려 하였다. 이 때 테세우스의 대검을 본 아이게우스가 자기 아들임을 알아차리고 술잔을 쳐서 떨어뜨렸다. 자신의 음모가 들통나자 메데이아는 도망 혹은 추방되어 아들 메도스와 함께 콜키스로 귀향하기로 하고 먼저 아들을 콜키스로 보냈다. 그런데 메데이아의 아비 아이에테스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페르세이스(아이에테스의 이복형제)가 메도스를 감옥에 감금하고, 메도스가 자신을 코린트 크레온의 아들 히포테스라고 이름을 댔는데도 없애려 하였다. 그러자 이미 선왕의 시살로 민심이 뒤숭숭했던 콜키스는 한발이 닥쳐 농작물의 불황이 겹쳤다. 아르테미스의 여사제로 변장하고 콜키스로 온 메데이아는 페르세이스에게 희생공양 의례를 자신에게 맡기면 한발을 끝내게 할 수 있다고 진언하였다. 메데이아는 소년을 보기 전까지는 희생제물이 크레온의 아들이라 한 페르세이스의 말만 믿고 소년을 제물로 바치려 하였다. 크레온의 가족에 대한 원한이 가슴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성을 다하여 엄숙한 희생제의를 계획하고 의식을 진행하려던 차에 메데이아는 희생제물이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 메도스라는 것을 알게되자 곧 아들에게 칼을 넘겨주었다. 메도스는 뒤돌아서 지체없이 페르세이스를 찔러 죽여 조부 아이에테스의 복수를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메도스는 주변나라를 정복하여 콜키스를 대국으로 만들고 어미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메디아라 하였다. 메데이아의 마지막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에우페모스 에우페모스(Euphemus)는 티튜오스의 딸 에우로파와 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르고 호 대원으로 모험에 참가하였다. 뛰어난 준족으로 발을 적시지 않고도 물 위를 걸었다고 한다. 고향은 펠로폰네소스 최남단 타이나룸 곶으로, 거기에는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전설로 남아 있는 것은 없으나 에우페모스는 아르고 호 탐험에서 민첩한 발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아르고 호가 충돌하는 바위섬에 접근했을 때는 그 곳을 빠져 나갈 때를 알기 위해 비둘기를 날렸고 자신도 가보고 돌아와 동료들에게 더 빨리 노를 젓도록 재촉하였다. 아마 배를 앞질러 뛰어갔거나 또는 바위와 배 사이를 왕래하며 배를 끌었을 가능성도 있다. 마치 네레이데스와 테티스가 남편 펠레우스를 태운 아르고 호가 떠 있는 바위에 도달했을 때 그랬듯이! 에우페모스는 북아프리카 큐레네 항구도시를 건설한 그리스인들의 선조신으로 존숭되는데 내려오는 전승은 다음과 같다 리비아 해안에서 큰 폭풍을 만난 아르고 호는 내륙 멀리까지 밀려 올라갔고 대원들은 12일 동안이나 배를 메고 끌며 겨우 트리토니스 호수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바다로 나가는 수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데 그때 해신 트리톤이 큐레네의 젊은 왕 에우류퓰로스로 변신해서 나타나 바다로 나가는 수로를 알려주고 환영의 뜻으로 흙덩이를 주었다. 이것을 에우페모스가 받아서 보관하였는데 꿈에 흙덩이가 여아로 변하여 자기 젖을 빨게 하였더니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데리고 동침하였다. 자신의 행위에 가책을 느끼는 에우페모스에게 그녀는 자신이 해신 트리톤의 딸이며 아나페 섬(크레타 바다 풍랑 속에서 갑자기 솟아난 초승달 섬을 발견한 대원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근방의 바다에 집을 지어 주면 후에 바다에서 다시 나와 자신을 돌보아 준 것과 마찬가지로 에우페모스의 후손을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잠에서 깨어난 에우페모스가 이아손에게 이 꿈이야기를 해주니 이아손은 그 흙덩이를 바다에 던지면 섬이 생겨날 것이라고 해몽하였다. 몇 해가 지나자 이아손이 해몽한 바와 같이 그 흙덩이가 가라앉은 곳에서 칼리스테 섬이 생겨났다. 핀다로스에 의하면 아르고 호에서 바다에 던진 흙덩이는 칼리스테 해변으로 쓸려갔으며, 만일 에우페모스가 타이나룸의 하데스 나라 입구인 고향바다로 가져갔다면 그리스인은 아프리카 전역을 지배하였을 것이라고 윤식하였다. 이 전설의 원천에 관한 언급은 없느나 이야기를 전한 큐레네(칼리스테)인들의 구미에 맞추어 생겨난 것으로 추측된다. 섬은 커졌으며 에우페모스 자손들은 아르고 호가 기항하였던 렘노스 섬(에우페모스 처의 출생지)에서 번성하였다. 그 후 튜레니아인들에게 쫓겨나자 그들은 스파르타로 갔다. 에우페모스 사후 여러 대가 지나 후손 테라스는 칼리스테 섬으로 가서 자신의 이름을 따서 테라(현 산토리니)라고 이름붙였다. 더 후대에 와서 테라 섬의 그리스인은 에우페모스 후손인 바토스를 따라 리비아로 가서 새로운 도시 큐레네를 건설하였는데 이 곳은 바로 에우페모스가 흙덩이를 받은 고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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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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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2 - 류시화
화장지와 기차와 행복
나는 인도의 뭄바이 거리에 서 있었다. 10월이었지만 날은 여전히 무더웠다. 나는 공중수도에서 얼굴을 닦기 위해 멈춰 섰다. 인도는 더운 나라라서 도심의 거리에는 공중수도가 흔히 눈에 띈다. 나는 배낭을 옆에다 내려놓고 수도꼭지를 틀려고 몸을 숙였다. 그때였다. 한 인도인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아무 말도 없이 내 배낭을 뒤적이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 배낭 안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꺼내더니 한 손에다 마구 휘감아 가져가는 것이었다. 화장지의 주인인 내 존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서 어이가 없었다. 인도는 화장지가 귀한 나라이고 화장실에서도 물로 뒷처리를 하는 관습 때문에 많은 부피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 두툼한 두루마리 화장지를 가방에 넣어갖고 다녔던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를 정신이상자쯤으로 여겼으나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 화장지는 내 물건인데 왜 함부로 가져가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인도인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게 왜 네 꺼냐? 네가 잠시 갖고 있는 것이지."
아열대의 뜨거운 태양 때문이었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약간 현기증이 났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그 속으로 바람이 들어온 듯했다. 그 동안 나는 그런 비슷한 말을 명상서적에서 많이 읽었었다. 이 화장지는 네 것이 아니다. 네가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네 것이 될 수 없다. 네 것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평범한 인도인 남자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자 왠지 현기증이 일었다. 나는 물이 쏟아져 나오는 공중수도 옆에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인도인 남자는 내 화장지를 손에 감은 채로 멀리 가버렸다. 나는 약간 화가 나기도 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래, 다 가져가라.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니까 다 가져가라구."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나머지 화장지를 또다른 인도인에게 빼앗기기 전에 얼른 배낭 안에 감춰버렸다. 어쨌든 화장지가 내 배낭 안에 있는 한 그것은 내 꺼였다. 며칠 뒤 나는 뭄바이에서 아그라로 가는 2 등칸 열차 안에 있었다. 40시간 정도 걸리는 긴 여정이었기에 나는 기차표 파는 여자에게 볼펜을 선물하면서까지 어렵사리 좌석표를 구했다. 좌석은 세 명이 앉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두 좌석이 마주보고 있어서 앞쪽 의자에도 세 사람이 앉고 내 자리에도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이 앉았다. 나 말고는 모두 인도인이었다. 터번을 두른, 독수리 같은 인상의 시크교인도 있었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줄곧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기차는 한밤의 누추한 정거장을 느릿느릿 빠져나갔다. 조금 가서 어떤 인도인 남자가 우리 좌석으로 다가오더니 엉덩이를 들이밀고 끼여앉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당연히 자기 자리인 것처럼 좌석 한켠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자리엔 네 명이 앉게 되었고 당연히 내 자리는 비좁아졌다.
두세 정거장을 지나가자 또다른 남자가 다가와 우리 좌석에 끼여앉았다. 그 역시 아무런 양해의 말도 없었다. 세 명이 앉게 되어 있는 좌석에 다섯 명이 앉았고, 내 자리는 형편없이 좁아졌다. 기차가 뭄바이를 떠난 지 두 시간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 서른여덟 시간의 긴 여정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자리가 좁아져서 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댈 수도 없었다. 나는 잔뜩 구부린 자세로 차창에 얼굴을 부벼대야만 했다. 그러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잠결에 피곤을 느낀 나는 습관적으로 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대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것이 걸리적거려서 눈이 떠졌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좌석 등받이와 내 등 사이의 좀은 공간에 또다른 인도인 남자가 와서 턱하니 걸터앉아 있었다. 정말 상식밖의 행동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불편한 자세로 서른다섯 시간을 더 여행하느니 차라리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편이 나았다. 화가 난 나는 벌떡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서 내 좌석표를 꺼냈다. 그리고는 좌석표도 없이 무례하게 끼여앉은 인도인들에게 일일이 보여주며 소리쳤다.
"이 자리는 내 자립니다. 이 표를 보세요. 여긴 내 자리라구요. 그러니 당신들은 다른 데로 가시오. 여긴 내 자리니까 내가 앉을 겁니다."
그러자 그 중의 한 남자가, 외모로 보아 쉰 살 정도 돼 보이는 평범한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 자리를 너의 자리라고 주장하는가? 이 자린 네가 잠시 앉았다가 떠날 자리가 아닌가? 넌 영원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인가?"
또다시 훅하고 뜨거운 바람 같은 것이, 현기증 같은 것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기차표 한 장을 사 갖고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가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남자의 말이 대단히 옳지 않은가. 잠시 앉았다가 떠나갈 자리를 놓고 나는 왜 어리석게 내 자리라고 소리높여 주장한단 말인가.
세 번째로 내가 머릿속 뜨거운 바람을 체험한 것은 올드델리의 거리에서 물건을 살 때였다. 히말라야 산중 마을들은 한 해의 절반 정도가 폭설로 길이 차단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주민들은 주로 은공예나 자수 등 수공예품을 만든다. 나는 뉴델리 옆의 올드델리의 거리에서 그 수공예품들을 발견하고 반가움이 일어 몇 개를 사고자 했다. 내가 다가가서 물건값을 묻자 인도인 청년은 우선 내 얼굴부터 살폈다. 내가 초보 여행자인가 아닌가를 살피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그는 1천 루피라는 터무니없는 값을 불렀다. 우리 돈으로 3만 원에 해당하는 실로 거금이었다. 아마도 나를 돈 많은 일본인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초보 여행자가 아니었다. 나는 인도인 청년을 째려보며 "1백 루피!" 하고 값을 내렸다. 그러자 그는 얼른 "150루피!" 하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방금 전에 1천 루피라고 했다가 금방 150루피로 값을 내리면서도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나는 이번에는 더 값을 내려 70루피를 불렀다.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110루피를 외쳤다. 남는 게 없어 그 이하로는 도저히 깎아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흥정을 계속한 결과 마침내 나는 그 물건들을 모두 합해 70루피에 살 수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의 영리함에 스스로 뿌듯했다. 1천 루피를 부른 것을 70루피에 사다니! 이것은 후일의 여행담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물건값으로 70루피를 받은 인도인 청년은 종이에 물건을 싸서 내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나는 기분이 좋아서 돌아섰다. 그때였다. 내 등뒤에 대고 그 청년이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아 유 해피?"
너 행복한가? 그런 뜻이었다. 물건을 그렇게 싸게 사서 넌 행복한가? 행복하다면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그 행복은 얼마나 오래 갈 행복인가? 그런 뜻이었다. 순간 나는 현기증이 일어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다시금 뜨거운 바람 같은 것이 내 머릿속을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돌아서서 인도인 청년에게 왜 그런 걸 묻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문제다."
인도인 청년은 말을 마치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 앞에서 감히 내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다. 내 영리함을 한껏 발휘해 물건을 이토록 싸게 샀으니 참으로 행복하다.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많은 여행을 하고 많은 가르침을 접했지만 나는 인도에서의 이 세 가지 체험을 잊을 수 없다. 그때 머릿속으로 훅하고 불어들어온 뜨거운 바람 때문에 한동안 내가 나 같지 않았고, 내 삶이 내 삶인 것 같지 않았다. 어느 곳을 갈 때나, 어떤 것을 수중에 넣었을 때나, 그 말들이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 이 글은 류시화 산문집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에 실렸던 것으로, 책이 절판됨에 따라 여기에 재수록한 것임.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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