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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522 호
단기 4341. 10. 31 (음력 10. 03)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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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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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대원소설상 -로맨스, 기타 소설-
상금
대상 1000만원 (인세 포함)
우수상 500만원 (인세 포함)
가작 100만원 (인세 미포함)
응모자격
● 연령, 학력, 성별 제한 없으며 신인 및 기성작가 참여 가능합니다.
● 응모작은 순수 창작물에 한하며 기존 출간 작품, e-book 출간 작품은 응모 불가합니다.
● 인터넷 사이트 연재작은 관련 사항을 기재하셔야 합니다.
응모분량
● 장편 : 200자 원고지 1300매 이상
(최소 분량 200자 원고지 600매 이상. 이후 시놉시스 첨부)
컴퓨터 작업 시 글자 크기는 10pt, 행간 160%, 표지 제외하고 150p.
전체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를 A4용지 1장으로 요약해서 첨부.
응모방법
● 우편접수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40-456
대원씨아이 제 2회 대원소설상 로맨스, 기타 소설 담당자 앞(우편번호 140-880)
● 방문접수
평일 오전 9시-12시/오후 1시-6시
대원씨아이 3층 니들북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원고 접수를 받지 않습니다.
● 이메일 접수
novelita@daiwon.co.kr
문의전화 : 김규진 과장, 02)2071-2091/2095
유의사항
● 수작업 제출 시 원고의 형태는 디스켓을 포함한 출력물이어야 합니다.
● 응모원고에 반드시 응모권을 붙이고, 기재사항을 꼼꼼하게 써주세요. 응모권 다운로드
● 접수된 원고는 결과발표 후 2개월 이내에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분에 한해서만 반송우표를 첨부할 시, 반환해드립니다.
● 원고 반환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원고 반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http://www.daiw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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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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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여가 시간이 없다.(서양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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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글터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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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와 닭도리탕
외래어
중복이 지났으나 무더위는 한창이고 여름도 많이 남았으니 건강 관리에 애써야 할 때다. 몸보신에는 먹을 것이 최고라고 하니, 음식 이름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로 알고 있는 음식 이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돈가스’와 ‘닭도리탕’이다. 돈가스는 기름에 튀겨 고소한 맛이 나서 대개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닭도리탕은 매콤달콤한 맛으로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돈가스’는 돼지를 뜻하는 ‘豚’의 일본어 한자음인 ‘돈’(とん)과 영어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영어 ‘가스’(カツ)가 붙은 말이다. 이는 서양 요리인 커틀릿이 변형된 일본 요리이며, 일본에서는 ‘cutlet’을 일본어식으로 온전히 일컬어 ‘가쓰레쓰’(カツレツ)라고도 부른다.(간혹 거리에 ‘가츠레츠’라는 간판을 단 일본 음식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 기준으로 보면 옳지 못한 표기다)
‘닭도리탕’은 ‘도리’가 ‘새’를 뜻하는 일본어 ‘도리’(とり)라는 주장 때문에 외래어로 생각되어 왔고, ‘닭새탕’이라는 말이 되므로 다듬어야 할 말로 여겨졌다.(‘닭볶음탕’으로 다듬은 바 있다) 그러나 근래에 ‘도리’가 일본어가 아니며 ‘도려내다’의 ‘도리다’이므로 ‘닭도리탕’은 우리 고유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실 ‘도리’가 일본어라는 그동안의 설에는 뚜렷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의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끼여들기
최근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가 크게 줄고 있지만 사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음주 운전 등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끼여들기'가 한몫 하고 있다. 잦은 '끼여들기'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도 못하면서 사고 위험만 높이고 거리 질서를 어지럽히는 잘못된 운전 습관이다.
앞글에서처럼 '차가 옆 차선으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을 '끼여들기'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끼어들기'로 써야 한다. '끼어들기'의 발음이 [끼어들기/끼여들기]로 나기 때문에 '끼어들기'와 '끼여들기'가 섞여 쓰이는 것 같다. 더구나 예전의 국어사전들은 '끼어들다'와 '끼어들기'를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끼이다(무리 가운데 섞이다)'와 '들다(밖에서 속이나 안으로 향해 가거나 오거나 하다)'의 합성어로 보아 '끼이어들다→끼여들다' 형태로 판단해 '끼여들다'로 잘못 쓴 것 같다.
국립국어연구원은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기 순서나 자리가 아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다'란 뜻으로 '끼어들다'만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그러므로 '끼어들다'의 어간 '끼어들-'에 명사형 어미 '-기'가 붙어 '끼어들기'란 명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날이 추워지면서 눈길이나 빙판길 등 도로 사정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 잘못 '끼어들기'를 한다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덮혔다, 찝찝하다
'노총각 선배 한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갈 때만 해도 즐거웠죠. 그런데 비행기에서 눈 덮힌 산들을 내려다보며 감탄하던 중 갑자기 전기다리미 선을 꽂아 놓은 채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니 확인할 수도 없고 찝찝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귀국해 부랴부랴 집에 가보니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더군요.'
위 글에는 우리가 흔히 잘못 쓰기 쉬운 낱말들이 있습니다. 우선 '덮다'의 피동사는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입니다. 따라서 '눈 덮힌 산'이 아니라 '눈 덮인 산'으로 써야 합니다. '산 정상 부근이 하얀 억새꽃으로 덮혔다'의 경우도 '덮였다'가 맞겠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경우도 '덮여서'가 맞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라는 뜻으로 '찝찝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지만 언제 물을 갈아넣었는지 알 수 없어 마실 때마다 기분이 찝찝하다' '영업사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계약을 했지만 뭔가 찝찝하다' '맘에 안 드는 선물을 사서 찝찝하다. 받는 사람은 어떨까'같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찝찝하다'란 말은 속어입니다. 속어는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입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 예문의 '찝찝하다'는 모두 '찜찜하다'로 바꿔 쓰면 됩니다.
결재, 결제
어느덧 2003년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쉽지만 올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려면 각종 업무나 금전적인 관계 등 이것저것 마무리해야 할 게 많습니다. 업무 서류나 금전적인 관계는 '결재' 또는 '결제'라는 절차를 통해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결재'와 '결제'가 철자와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국가 등 각 주체의 활동에는 창의적인 발상과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 또한 필요합니다. 업무에 대하여 책임있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안건을 승인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결재(決裁)'라고 합니다. '회장님의 결재가 있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내년 사업에 대한 결재가 났다'등의 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결재'는 보고와 허락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재가(裁可)'로 순화해 쓰면 '결제'와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습니다.
'결제(決濟)'는 일을 처리하면서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를 종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한이 만료되어 돌아온 어음을 결제해야 한다' '말일이 되기 전에 물품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지난달 카드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다' 등에서처럼 '결제'는 주로 돈과 관계된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서류에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하는 것은 '결재', 돈을 갚는 것은 '결제'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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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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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잠과 그리고 사랑 - 김승희
오늘도 밥을 먹었습니다. 빈곤한 밥상이긴 하지만 하루 세 끼를. 오늘도 잠을 잤습니다. 지렁이처럼 게으른 하루 온종일의 잠을. 그리고 사랑도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식은 숭늉처럼 미지근해져 버린 그런 서운한 사랑을.
인생이 삶이 사랑이 이렇게 서운하게 달아나는 것이 못내 쓸쓸해져서 치약 튜브를 마지막까지 힘껏 짜서 이빨을 닦아 보고 그리고 목욕탕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봅니다.
자신이 가을처럼 느껴집니다. 참을 수 없이 허전한 가을 사랑 하나로.
그래도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영원의 색인을 찾듯이 사랑하는 사람 그 마음의 제목을 찾아 절망의 목차를 한 장 한 장 넘겨 보아야 할 따름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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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현대시조 |
밀물 - 홍오선(洪五善)
무창포 아침나절 썰물이 빠진 자리 물 젖은 바다 나신(裸身) 드러낸 넓은 가슴 억만년 신비 벗은 듯 흥분하는 인파들.
애들은 애들대로 미칠 듯 좋아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졸지에 애가 되어 제 딴엔 보물 본 듯이 온 바다를 휘집네.
참 조개 애기 꽃게 숨어든 개펄 속을 파내고 후비어도 바다는 내숭떨고 밀물에 쫓긴 아이들 볼모에서 풀린다.
제 열(熱)에 지친 낙조(落照) 수평선 붉게 타면 집 나가 후회하고 돌아온 모정(母情)처럼 밀물은 모성애 되어 빈 자리를 채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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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고시조/한시 |
칠곡은 어디메고 - 이이
칠곡은 어디메고 풍암에 추색이 좋다 청상이 엷게 치니 절벽이 금수로다 한암에 혼자 앉아서 집을 잊고 있노라
<지은이> 이 이(李珥)1536~1584. 자는 숙헌(淑獻), 호는 율곡(栗谷) · 석담(石潭). 퇴계 이 황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성리학의 태두(泰斗), 일찍이 어진 어머니 사임당 신씨의 가르침을 받아 문필이 뛰어났으며, 29세 때 문과에 장원 급제하여, 선조 때에 대제학 · 이조판서 · 우참찬을 지냈다. 임진왜란이 일기 전에 유명한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국방에 힘쓸 것을 역석하였으나, 안일주의에 빠진 대신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임진란의 7년 풍진을 겪었다. 벼슬을 그만둔 후에는 황해도 해주 고산에 은거하며, 학문과 교화에 힘썼다.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다.
<말 뜻> 칠곡(七曲) : 고산 아홉 굽이의 일곱째 굽이. 청상(淸霜) : 깨끗한 서리, 곱게 내린 서리. 금수(錦繡) : 비단에다 수를 놓음. 한암(寒岩) : 찬 바위. 싸늘한 바위.
<감 상>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중 제7곡을 읊은 것, 황해도 해주 석담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그곳 수양산 아홉 곱이의 경치를 읊은 연시조 10수 중의하나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바위의 가을 경치가 좋기도 하구나! 맑은 서리가 곱게 살짝 내리니 절벽이 온통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구나! 싸늘한 바위 혼자 앉아서 그것을 바라보노라니 그 경치에 도취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잊고, 번거로운 세간사도 다 잊고 있다.
망아(忘我)의 경치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고산 일곱째 굽이의 황홀한 경치에 넋을 잃고 있는 율곡은 자연 속에 자아를 던져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요산망귀(樂山忘歸)'의 경지를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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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상/지혜/처세 |
유태인의 100가지 지혜 - A. 갤리언
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혀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혀를 사왔다. 이틀쯤 지나서 랍비는 그 하인에게 오늘은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도록 명했다. 그러자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이상하게 여긴 랍비가 하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혀를 사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너는 똑같이 혀를 사왔다. 그 까닭을 말해 보겠느냐?" 그 하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여섯 개의 쓸모 있는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눈, 귀, 코는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고, 입, 손, 발 세 가지는 인간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탈무드-
공로자
어떤 임금님이 병이 들었다. 그 병은 세상에도 없는 희한한 병으로 "암사자의 젖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암사자의 젖을 구해 오느냐가 문제였다. 어떤 머리 좋은 사나이가 사자가 살고 있는 동굴 가까이에 가서 새끼 사자를 한 마리씩 암사자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10일째에는 암사자와 그는 퍽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임금님 약으로 쓸 젖을 조금 짜낼 수 있었다.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 몸의 여러 부분이 서로 싸우는 백일몽을 꾸었다. 몸 안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다리는 만약 자기가 없었더라면 사자가 있는 곳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눈은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 장소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심장은 또한 자기가 없었더라면 도저히 여기까지 올 힘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혀가 다음 말을 주장했다.
"만일 말을 할 수가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자 몸의 각 부분은 일제히 소리쳤다. "뼈도 없고, 전혀 값어치도 없는 하찮은 부분인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지 말라!"
그런데 궁중에 사나이가 이르렀을 때, 혀는 "누가 가장 중요한가 너희들에게 알려 주고야 말 테다."라고 말했다. 임금님이 사나이에게 물었다.
"이 젖은 무슨 젖인가?" 그러자 사나이는 난데없이 말했다. "개의 젖입니다."
앞서 일제히 나무라던 몸의 모든 부분은 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알게 되어 모두 사과했다. 혀는 그들의 사과를 듣고 나서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암사자의 젖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부분일수록 자제심을 잃어버린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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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수필 |
꽃삽 - 이해인
첫째 묶음 : 고독을 위한 의자
겸허함의 향기로
오늘 오후 우편물을 가지러 아래층에 내려갔다가 하도 은은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걸음을 멈추게 해서 살펴보았더니 갓 피어난 동양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향기는 장미, 백합, 라일락, 아카시아 등의 향기 짙은 꽃들이 뿜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조용하고 기품 있는 것이어서 각별히 동양란을 아끼고 키우는 일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이들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우리 주변에도 양란처럼 화려한 멋스러움을 풍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동양란처럼 은은한 인품의 향기를 지니고 먼데서도 가까운 벗으로 다가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곧 겸허함의 향기가 아닐까? 자기가 아무리 훌륭한 일을 했어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떠벌리며 호들갑스럽지 않은 사람, 자기가 맡은 일에 성실하며, 남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사람, 늘 온유하고 친절한 분위기로 이웃을 대하는 사람, 욕심이 없는 사람, 조금도 비굴하지 않게 자신을 낮추면서 오히려 남을 올려주는 사람, 남의 자랑은 끝까지 들어주되 자기 자랑은 감추길 좋아하는 겸허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며, 오늘의 우리 가정과 사회, 안팎으로 새로운 변혁을 시도하는 우리나라에 참으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대단히 이름이 높고 훌륭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조차 많은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너무 지나치게 자기 자랑, 가족 자랑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느낀 일이 종종 있다. 옆 사람이 민망해 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끝까지 자기 말만 계속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혼자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지 남에게까지 자랑할 것은 못됩니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것이지 자기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라는 성경 말씀이 더욱 새로웠다.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자리일수록 우리는 말로써만이라도 겸양의 표현을 해야 하고, 굳이 자랑을 하고 싶다면 너무 큰소리로 당당하게 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은근한 말투로 해야 옳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수도원에 오래 살다 보면 숨어 피는 들꽃처럼 참으로 그 인품이 겸허하고 향기로운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이것만으로도 내겐 큰 기쁨이고 고마운 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h수녀님은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어떤 모임에 그가 빠져도 유난스레 이름을 불리지도 않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오랫동안 그를 가까이 해온 이들은 곧 그의 겸허한 인품에 매료된다. 2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체 불평을 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판단을 하지 않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앞장서되 일체 잔꾀가 없는 사람, 남을 위해서는 무엇이건 열심히 챙겨주면서도 자기를 위해서는 욕심이 없으며, 다른 이의 이야길 끝까지 잘 들어주는 사람, 남에게 잊혀지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힘에 겨운 일을 당해도 허둥대지 않고 조용히 기도 속에 머무는 그를 나는 늘 본받고 싶다. 먼데 있어도 향기로 말을 건네오는 한그루 동양란처럼 겸손의 덕으로 주위를 넉넉하고 향기롭게 하는 h수녀님 같은 이들이 더욱 많아지는 세상을 기대하고 꿈꾸어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19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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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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