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토정비결 - 전영순,하정화
<본초류>
17.더덕 - 인삼의 사촌
더덕은 그 모양이 도라지나 인삼뿌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사삼이라고도 한다. 독특한 향이 살아있으며 그 향기가 멀리 번진다. 따라서 더덕의 독특한 향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산에 갔을 때 후각신경만 곤두세우고 다니면 된다. 그러다가 더덕 냄새를 맡게 되면 그 냄새의 발원지를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더덕은 군생하므로 한곳에서 많은 더덕을 채취할 수가 있다. 분류학상으로 보면 더덕은 도라지과, 혹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뿌리의 모양은 비대하고 방추형이며 덩굴진 줄기는 감겨서 뻗어 올라가는데 그 길이는 2m 이상에 이른다. 또한 8월에서 9월 사이에 넓적한 종 모양의 자색 꽃이 가지의 끝에 피는데 더덕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온다. 오래된 옛 문헌에서도 더덕에 대한 기록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명의별록}에서는 '더덕잎은 구기잎과 비슷하다.'고 하였다. {본초강목}에서는 '1,2월에 싹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아욱잎과 비슷하다. 8월에서 9월 중에 줄기가 자라는데 높이가 1,2척이 된다. 잎은 뾰족하고 길어 구기잎과 같으나 작으며 톱니가 있다. 가을에 잎 사이에서 작은 자주색 꽃이 피는데 모양은 방울같고 피면 다섯 갈래로 찢어진다. 모래땅에서 잘 자라고 황토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라고 비교적 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고려도경}에서는 '관에서 매일 내놓는 나물에 더덕이 있는데, 그 모양이 크며 살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더덕을 약으로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인 식품으로 쓰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에는 2월에 옮겨 심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자연산만으로는 모자라서 재배를 하기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원래 더덕은 깊은 산에서 저절로 자란다. 들이나 언덕, 강가의 모래무지, 산기슭 그리고 심지어는 해발 2천 미터 이상의 고원지대 등 도처에 자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생 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인공으로 재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 수출을 해오다가 근래에 와서는 통조림으로 가공하여 수출되기 이르렀다. 더덕의 어원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1431년에 간행된 {향약채취월령}이나 {향약집성방}에는 가덕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이두식 표기이다. '가'는 더한다는 뜻이므로 '더'라 읽어야 하고 '덕'은 그대로 '덕'이라 읽어야 한다. 그래서 '더덕'이라 한다. 말하자면 한편 {명물기략}에서는 더덕을 사삼이라 하고, 양유, 문희, 식미, 지취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더덕의 종류에는 북사삼과 백사삼이 있다. 북사삼은 뿌리의 빛깔이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백사삼은 연한 갈색이다. 그리고 북사삼은 뿌리가 굵고 생장력이 왕성하지만 백사삼은 잔뿌리가 많으며 길고 가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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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더덕의 일반적인 성분으로는 에너지 53Kcal, 수분 82.2%, 단백질 2.3%, 당질 4.5%, 섬유질 6.4%,회분 1.1%, 칼슘 90mg, 인 12mg, 철 2.1mg, 비타민 B1 0.12mg, 비타민 B2 0.22mg, 니코틴산 0.8mg 등이다. 이와같은 성분 구성은 다른 산나물과 별로 차이가 없다. 다만 다른 나물에 비해 칼슘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사포닌 및 스테롤 성분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 약리효과를 가늠할 수가 있다. 즉, 인삼처럼 사포닌을 품고 있어 이것이 약효를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쓰임새 더덕은 대체로 식용 및 약용으로 쓰인다. 어린 잎을 삶아서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며, 뿌리는 고추장장아찌, 생채, 자반, 구이, 누름적, 정과, 술 등을 만든다. 특히 햇더덕을 얇게 저며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들겨서 찬물에 담가 우려낸 다음, 꼭 짜서 참기름으로 무치고 양념장을 골고루 발라가면서 석쇠에 구워낸 더덕구이는 일미이다. 이처럼 더덕으로 만든 요리에는 더덕구이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더덕구이는 고기보다 맛이 있다. 이밖에도 산채비빔밥이나 산채정식에서 곁들여 내놓는 더덕생채는 단연코 뛰어난 별미이다.
{명의별록}에서는 더덕을 일컬어 '인삼, 현삼, 단삼, 고삼, 사삼을 오삼이라 하는데 모양이 비슷하고 약효도 비슷하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더덕은 이같은 오삼 중에서 식용 소비가 가장 많다. 더덕은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중요한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더덕의 약성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지만 특히 위, 허파,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효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전해온 민간요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물을 마시고 체한 데 효과가 있으며, 음부가 가려울 때나 종기가 심할 때, 독충에 물렸을 때 가루를 내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또한 {한국민속약}이라는 문헌에 의하면 더덕은 거담, 강장, 고혈압, 보양보음, 부인병, 산후약, 위냉병, 해소, 해열, 풍열, 혈변에 쓰이고, 인삼,구절초를 섞거나 꿀을 섞어 보약을 만든다고 한다. 한방에서 더덕은 흔히 인삼 대용 생약재로 쓰인다. 특히 오래된 더덕 속에 고여있는 물은 인삼 이상으로 몸에 좋다고 하여 다투어 마시기도 한다.
이것이 토종 우리나라에서 더덕은 대부분 야생하는 것을 채취하여 식용한다. 따라서 그 수확량이 많지 않을 뿐더러, 갈수록 야생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오랜 옛날부터 더덕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요즘에는 수요에 비해서 재배량이 극히 적은 까닭에 중국에서 더덕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옛날에는 우리가 중국에 수출을 했지만 근래에 와서 뒤바뀐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덕의 질을 따지면 단연코 우리나라 산야에서 야생한 것이 최고다. 중국산 더덕은 국내산에 비해 검고 크다. 만져보면 물렁물렁한 감촉이 느껴지며 육질은 딱딱하다. 또한 더덕 특유의 향과 맛이 떨어져 먹으면 나무를 씹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잘라도 즙액이 나오지 않고 속이 꽉 차있지 않다. 반면에 야생종인 토종 더덕은 굵기가 가늘고 키도 작으며 미색(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또한 주름이 선명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만져보면 단단한 감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육질은 연하며 잘랐을 때 젖색깔의 더덕즙액이 나오고 속이 꽉 차 있으며 향기가 진하다. 더덕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적합한 산나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산간지대에서 많이 난다. 이곳에서 나오는 더덕의 양이 국내 생산량의 7할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공재배도 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곳에서 우리의 오랜 토종인 튼튼하고 질좋은 더덕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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