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3 - 최명희
4 돌아오라, 혼백이여(1/4)
밤이 깊어 고비에 이르렀다. 달빛 없는 반공으로 치솟은 노적봉의 검은 날개가, 무너지게 캄캄한 어둠을 쓸어 안으며, 금방 마을의 뒷등으로 고꾸라질 듯 위태하게 보인다. 깍아지른 바위 벼랑과 숨은 골짜기, 검푸르게 우거진 소나무 수풀도 짙은 먹빛으로 무겁다. 마치 거대한 낟가리를 쌓아 놓은것 같은 형국이어도 노적봉이라고 부르는 산마루의 드높은 능선이, 우줄 우줄 오늘따라 봉두처럼 어수선하다. 어둠이 한 치만 더 목에차면 곧 난발을 할 기세다. 쌓여 있던 낟가리들이 검은 짚북더미 머리를 풀어 헤치며 우우우 한꺼번에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그 허물어진 어둠이 거센 물살로 마을을 휨쓰는 소리가 공중을 가른다. 바람 소리다. 소스라쳐 다시 보면 산마루는 시커멓게 솟구쳐 오른 파도 꼭대기인가도 싶다. 한순간에, 천지를 울리는 굉음을 토하며 마을을 뒤덮어 삼킬 듯한 위용이 아슬아슬하다. 그 서슬에 질린 바람이 낮은 소리로 운다. 삼키는 울음이다. 울음에 얹힌 바람은 어둡게 엎드린 마을의 지붕과 지붕 위를 지향없이 휘돌다가, 사람 자취 끊어진 고샅으로 곤두박질을 치는가 싶더니, 이윽고, 잎사귀 하나 남아 있지 않은 감나무의 앙상한 가지 끝에 가슴을 바고 흐느끼며 호곡한다. 그 소리에, 잠 못 드는 마을 사람들의 귀가 허옇게 일어선다. 일이 났는가. 돌아누워 뒤척이던 사람들은 아예 일어나 앉고, 하릴없이 마음을 조이며 등잔불 아래 앉아 있던 사람은 방문을 비긋이 열고 바깥을 내다본다. 풍지가 더르르 우는데, 바깥은 오직 캄캄할 뿐이다. 일년 중에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를 바로 앞둔 하늘에는 숨은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다. 어둠과 합세한 두터운 구름이 금방 내려앉을 것처럼 무겁게 웅크리며 하늘 한 자락을 물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은 뭉친 구름 덩어리가 아니라, 두리 기둥이 받치고 있는 덩실한 골기와 지붕이었다. 이 매안 마을의 입구 평평한 지형인 아랫몰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거기서도 한참이나 올라가는 중뜸에 이르러서도 저만큼 아득하게 보이는 곳, 원뜸. 노적봉의 엄연한 기상이 벋어 내리면서 또아리를 튼 그곳에 높다랗게 솟아오른 검은 지붕은, 매안의 이씨 문중 종가의 것이다. 이 지붕은, 순식간에 밀려와 덮치려는 어둠의 기세와, 기어이 떠받치며 버티려는 기둥의 안간힘이 서로 상충하여 뒤엉킨 형상을 하고 있다. 어둠의 기세가 자못 사납다. 짓눌리어 신음하는 용마루가 하늘을 향하여 머리를 든다. 캄캄하신 하늘이여. 그러나, 하늘은 대답이 없다.
간절한 머리를 둘어 하늘을 우러르는 것을 두 눈을 부릅뜬 막새 기왓장, 망와이다.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을 지켜 달라고 기와에 도깨비 얼굴을 새겨 지붕마루 높은 곳에, 하늘을 바라보게 얹어 놓은 망와의 귀면이 애소로 일그러진다. 어쩌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우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옆에서 그 소리를 대신하여 운다. 가슴을 가르며 우는 소리다. 문풍지를 두드리며 우는 바람 소리에 촛불이 놀란 듯 까무러들더니, 이윽고 불꽃을 너훌거리며 길게 펄럭인다. 탁, 타닥, 타악. 촛불 심지 타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춧불 아래 누운 청암부인의 누렇게 바랜 노안에, 흔들리는 불 그림자가 일룽거린다. 그래서 두드러져 뼈가 솟은 곳은 적막한 골짜기 같았다. 사람의 얼굴을 두고 이마와 코, 그리고 턱이며 양쪽 광대뼈를 일러 오악이라 한 말이 참으로 옳은 것을 알겠다. 이미 오래전에 살을 다 벗어 버리고 개결한 뼈로만 남은 듯한 청암부인의 얼굴은 말 그대로 산악처럼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그네의 얼굴은 노근처럼도 보인다. 대저 뿌리란 그 몸을 땅 속에 숨기어 묻는 것이 이치이다. 그러나 노근은 지상으로 솟아오른 뿌리이다. 제 뿌리를 뻗고 있는 산의 지질이 비옥하여 흙이 두터운 곳에 사는 나무는 그럴 리가 없지마는, 천인단애 까마득한 낭떠러지나만중철벽 척박한 땅에 서서, 그 뿌리가 암석의 틈바구니에 끼이고, 흙을 깍는 물살에 씻기어 제 둥치를 지탱하기 어려운 나무는, 처절한 젊은 날을 보내고 노목이 되면, 이제 그 뿌리의 뼈가 땅 위로 울툭 불툭 불거져 드러나니. 그 모습은 모질고 끈덕진 세월을 다 육탈하고, 세상을 벗어 버린 초연한 기상을 느끼게 한다. 어머님의 한세상이 이에서 무엇이 다르리오. 이기채는 청암부인의 머리맡에 여윈 무릎을 꿇고 앉아, 속으로, 터지려는 곡읍을 삼킨다. 방안에 둘러앉은 사람들도 손으로 입을 막아 울음을 참으며, 하염없는 눈으로 청암부인을 지켜본다. 그러나 부인은 고요히 감은 눈을 뜨지 않은채. 다만 몇 모금의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이기채의 처 율촌댁이 청암부인 머리맡에 흰 백지를 폈다. 그리고 그 위에 색실로 맺은 혼백 매듭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그것은 다홍과 청람빛이 선연한 명주실 매듭이었다.
이제 곧 이승을 하직하고 떠나려는 사람의 머리맡에 정성스럽게 서서, 남은 사람은 매듭을 맺는다. 두 가닥의 색실을 한데 섞어 꼬아서 한 가닥으로 만들고는, 뒤쪽은 열 십자가 되고, 앞쪽은 우물 정자가 되게 맺은 것의 이 가닥 저 가닥을 둥글게 뽑아 내, 세 개의 고를 지으면, 그것은 서럽고 아름다운 꽃일 모양으로 피어난다. 아무리 조여도 꼭 조여지지 않고, 고가 어느 쪽으로나 마음대로 움직이게 맺어야 하는 혼백 매듭은, 죽은 후에 넋이나마 막힌 데 없이, 걸린 데 없이, 천지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라는 뜻이리라. 아직은 살아 있는 망인의 마지막 숨결을 이 실 매듭에 받아 모신 다음, 청.홍의 색실에 어린 그 혼백은, 이윽고 초상이 나면, 신주를 만들기 전에 흰 비단 천을 접어서 만든 혼백 속에 끼워 넣는다. 색실에 스며든 혼백이 넋이라면, 신주 대신 접은 흰 비단은 넋을 담은 집이라고 할 것인가. 임종을 맞이하는 절차는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이 오직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슬픔뿐일 때는 먼 곳의 일 같던 죽음이, 이렇게 구체적인 형상을 띄우고 모양을 드러내니 가슴이 내려앉으면서, 닥쳐오고 말았구나. 저리게 절감이 되었다. 어둠을 머금어서 더 휘황하게 일룽이는 촛불 아래, 꽃 같은 다홍과 깊은 물빛 청람의 색실 매듭이 요요하다. 그 처연하게 고운 색실 매듭은, 이제는 그냥 실이 아닌 것이다.
어머니, 이 실에 혼백을 모시겠습니다. 부디, 맑으신 당신 넋이 이곳으로 드소서. 하얀 백지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동심결에 눈이 멎은 이기채는 속에서 치미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흐윽, 울음을 토한다. 그러나 곧 울음 끝을 자른다. 지금은 울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임종이 임박하면, 둘러앉은 사람들은 울음을 멈추고, 조용히, 가시는 분의 마지막을 배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종의 자리에서 자손들이 너무나 애통하게 울부짖으면, 떠나는 망인의 넋을 소란스럽게 괴롭히는 일이 되고, 또 망인의 발이 눈물에 젖어 무거운 탓에 가볍고 좋은 곳으로 못 간다고 하였다. 아아, 하오나. 이기채는 어금니를 힘주어 문다. 잇사이로 눈물이 배어난다. 원통하여 어찌 그냥 가시게 할 수 있으리. 그의 머리 속에, 아들 강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머니, 아직은 가지 마십시오. 조금만 더 머무르시어, 강모란 놈, 그놈 보고 가셔야지요. 이기채는 침음 하였다. 언제였던가. 유명을 달리하면 어제도 전생이려니. 기동은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의식은 희미하게 남아 있던 청암부인은, 한동안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깊은 절망에 무거웠다. 그러더니 미간을 오랫동안 모으고 있었다. 마치 온몸의 남은 기력을 기어이 눈으로 모아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 마저도 힘이 드는 듯 미간을 풀어 버리면서 입시울을 몇 번 움직였다. 무슨 말인가 하려는 것이 분명하였다. 숨소리로라도 대강 짐작하여 알아들을 수 있었던 그네의 말을, 그때는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님, 무슨 말씀 하시려고요?”
율촌댁이 청암부인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듯이 물었다. 청암부인은, 다급히 목 메이어 묻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머니.”
이번에는 이기채가 청암부인의 팔을 잡고, 깊은 잠을 깨우는 사람처럼 불렀다. 그러자 그네의 입 모양이 둥그런 시늉을 했다.
“어머님이 혹시 강모 찾으시는 거 아닐까요?”
율촌댁이 이기채를 돌아보았다.
“어머니이, 강모 찾으십니까?”
이기채가 청암부인의 귀에 대고 소리를 쳤다. 그제서야 그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끄덕이는 시늉이라고 해야 옳았다. 이기채는 잠시 망연하여 율촌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음 수간, 청암부인에게로 눈길을 돌렸을 때는 그네가 이미 의식을 잃어 버리고 만 뒤였다. 사람의 형체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빈 껍데기에 불과하였다. 의식이 없는데,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한들 그것이 무엇이리오. 한낱 나무토막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의식의 마지막 실낱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바로 강모였었다. 그 강모가 지금은 여기에 없다. 한 문중의 종가에 종손으로 나서 가문의 부형이 되어야 할 그가, 헐렁하게 비워 놓고 떠나 버린 자리에, 만주 봉천 어딘가에 있다더라. 는 허망한 소문만 돌아왔었다. 그 말을 들은 이기채는 놋재떨이를 새되게 두드리며 말했었다.
“그놈 말 다시는 내 앞에서 하지 마라.”
탁, 타닥.
촛불의 심지가 튄다. 심지가 부실한 것인가, 아니면 허공을 가르면 우는, 지월의 바람이 들어오는 때문인가. 그러나, 그래서가 아닐것이다. 미동도 하지 않는 청암부인의 바튼 숨결을 대신하여 그렇게 심지가 타는 것이리라. 촛불이 숨결 같고, 숨결이 촛불 같다. 끊어질 듯 잦아들다가, 멈추었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면서 가파르게 터져 나오는 숨소리 끝에 촛불의 길고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다. 청암부인의 발치에 그림자처럼 앉아 있는 인월댁은, 지난번 청암부인이 혼곤한 잠에서 깨어난 듯 잠깐 의식이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이렇게 발치에 앉아 있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불쌍헌...사람...”
입 속으로 숨소리처럼 남긴 한 마디가 그대로 가슴에 얹혀, 그만 어깨를 꺽으면서 거꾸러져, 체읍을 참지 못하던 날을 떠올린다. 그날따라 집안도 조용하고, 청암부인도 숨이 차서 쉬엄쉬엄 몹시 힘들어 하며 말하는 것만이 다를 뿐, 정신이 맑은 것 같았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살던 이승의 자리를 그래도 한 번 둘러보고 떠나려는 혼백의 마지막 기운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그 마지막 기운을 함께 나눈 것이, 속절 없이 살아온 인월댁의 한세상 차디 찬시름을 다 쓰다듬어 주고도 남았던 것이다. 오래 속내 말을 나눈 끝에, 인월댁과 청암부인의 눈이 서로 고요히 마주친 그 순간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었다. 그날 일이 바로 지금인 것처럼 눈앞에 떠오르는 인월댁은, 숨이 고르지 않은 촛불 자위에서 멍울멍울 녹으며 흘러내리는 촛농이 부인의 눈물인 것만 같다. 그 뜨거운 촛농이 인월댁의 가슴 한복판을 가르며 미끄러져 내려간다.
후읍.
그 순간 청암부인은 깊은 숨을 들이쉰다. 방안에 둘러앉은 사람들도 따라서 숨을 들이쉰다. 그러나, 그네의 메마른 몸 속으로 한번 빨리어 들어간 숨은 다시 새어 나오지 않았다. 율천댁이 황급히 몸을 기울여 청암부인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아무런 기척이 없다. 옆에 앉은 효원이 백지에 싼 햇솜 한 조각을 청암부인의 인중 위에 송구스러운 기색으로 얹어 놓는다. 이 무슨 참람한 일이냐, 내가 할머님 절명을 확인하다니, 잠시 숨을 멈추신 것일 뿐, 아직 살아 계시어 정신이 있으시면, 내 이 못할 짓을 어찌 용서받으리. 효원은, 새어 나오는 흐느낌을 누르지 못한다. 방안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깃털보다 가벼워 스러질 것 같은 햇솜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부인은 숨을 거둔 것이다. 아직도, 내쉬지 않은 숨이 몸 속에 살아 있을 것이언만, 그네는 아무런 말 한 마디 따로이 남기지 않고 눈을 감았다. 아이고오, 아이고오오. 이기채가 곡성을 터뜨렸다. 율촌댁은 머리에서 비녀를 뽑았다. 머리를 풀고 곡을 하는 율촌댁 옆에서 효원이 호곡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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