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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994호
2020.6.8. (음 4.18. - 윤) / 발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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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master@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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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 등 텍스트가 물음표(?)로 보이는 경우 누리집에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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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오늘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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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웃지 않는 사람과 잘 웃는 사람을 경계할 것. ―아놀드 H.그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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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 한글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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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國 - 米國
“영길리국(英吉利國), 애란국(愛蘭國), 사객란국(斯客蘭國)이 합쳐져 한 나라를 이루었기 때문에 대영국(大英國)이라고 부르고, 국왕의 성은 위씨(威氏)이며….”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와 윌리엄 4세를 한자로 옮긴 이름이 그럴듯하다. 순조32년(서기 1832년) 7월21일치 <조선왕조실록>의 한 대목이다. 기록이 있던 날 이후 180여년이 흐른 오늘, ‘대영국’은 변함없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결과 ‘독립안 부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영란’(英蘭)은 ‘잉글랜드’를 음역한 것이라 하면서 ‘미국, 독일, 호주, 태국은 여전히 음역어로 통하는 나라’라 했다. 그랬더니 “미국도?”, “다른 나라는 그럴듯한데 ‘미국’은 어떤 이름을 옮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美國’과 ‘米國’으로 달리 표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묻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미국’을 뜻하는 한자이름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아묵리가’(亞墨利加), ‘아미리가’(亞美里加)처럼 ‘아메리카’와 비슷한 게 있고, ‘미리가’(美理哥), ‘미리견’(美利堅·彌利堅·米利堅)처럼 원이름이 알쏭한 것이다. ‘America’의 발음이 첫음절 ‘어’는 약하게, 악센트가 있는 둘째 음절 ‘메’는 강하게 들리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美國’, 일본은 ‘米國’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신문을 훑어보면 ‘美國’과 ‘米國’이 외국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종 때부터 순조 즉위년(1907년)까지는 ‘美國’이다가 1908년부터 ‘米-’로 기록된다. 일제강점기 ‘米國’은 광복 후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다시 ‘美國’이 된다. ‘美國’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米國’은 ‘쌀이 많이 나는 나라’라는 이야기는 제 나름의 생각을 담아 갖다 붙인 것이다. ‘아세아’(亞細亞)와 같이 음역은 ‘한자를 가지고 외국어 음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 3M
어느 대기업 사장이 시설 담당자를 불러 호통쳤다. “우리가 테이프 만드는 회사인가? 안내판 표기 제대로 못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어찌 만들 수 있겠는가!” 주차장 천장 높이 안내판의 ‘3M’이 문제였다. 이것은 다국적기업의 회사 이름이고, 단위로 해석하면 ‘3메가(M, 백만)’가 된다. 안내판은 ‘3m’로 바로잡혔다. 그 일은 사내 문서는 물론 소비자를 위한 제품 설명서도 쉽고 바른 문장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단위를 밝히는 기호는 전문 영역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바루어 써야 ‘뒤탈’이 없다.
도량형 표준화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즈음해 시작되었다. 토지 면적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려는 귀족의 꼼수에 맞서기 위한 필요성 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1791년 프랑스 국민회의는 과학아카데미에 십진법에 기초한 측정법을 보고하도록 했다. 길이에 미터(m), 무게에 킬로그램(㎏), 시간에 초(s, second)를 기준으로 삼은 ‘엠케이에스(MKS) 시스템’은 여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국제단위계(SI)는 1960년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국제단위계의 기본 단위는 길이(m, 미터), 질량계(㎏, 킬로그램), 시간(s, 초), 전류(A, 암페어), 온도(K, 켈빈), 물질량(mol, 몰), 광도(cd, 칸델라)의 일곱 개다. 단위 기호와 접두어는 로마자 소문자로 쓰는 게 원칙이지만 고유명사(인명)에서 온 경우에는 대문자를 허용한다. 넓이(㎡)는 ‘제곱미터’, 부피(㎥)는 ‘세제곱미터’로 읽는다. ‘평방’과 ‘입방’은 쓰지 않는다. ‘m/s’의 이름은 ‘미터 매 초’이지만 읽을 때는 ‘초당 *미터’라 하면 된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백삼십칠 킬로미터 퍼 아워(137㎞/h)’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 조사 결과를 전한 ㅇ케이블의 한 대목이다. ‘퍼’(per)와 ‘아워’(hour)는 영어이다. ‘시속 137킬로미터’라 해야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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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우리나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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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의 사막 - 기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 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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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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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 함석헌
제1부
씨알의 설움 (3/6)
깜깜한 깊음 위에 움직이는 얼
생각이 왜 그리도 좁으냐? 옅으냐? 작으냐? 쾨쾨 고리냐? 우리의 근본 탈은 작은데 있다. 웃어도, 울어도, 저 혼의 깊은 밑바닥에서 해본 일이 없고 막힌 목구멍 콧구멍에서 했지. 싸움을 해도 하늘 땅이 뒤흔들리게 한번 못하고 손톱으로 꼬집은 첩년 같은 음해 모해를 쏠아먹은 싸움이다. 침략주의가 좋은 거야 아니지만, 5천 년 역사에 국경선 밖에 한 번 나가본 일이 없고, 만주족. 몽고족. 흉노족. 말갈족도 꾸고 나중엔 동해바다 섬 속에서 호랑이 소리 한번 못 즐어보고 자라난 일본조차도 빈말로나마 꾸어본 ‘천하통일’의 꿈을 감히 한 번도 꾸어본 일이 없으니, 이게 어떻게 된 민족일까? 그래 오늘날 지구를 둘로 나누는 싸움의 일선이 되면서도, 이까짓 미국 어느 큰 회사의 중역 자리만도 못한 자리 하나 다투기에 나라의 힘을 송두리째 다 부서뜨려 결단을 내고 있는 건가? 야, 참 작구나, 근시로구나, 썩었구나! 희랍은 어린애 손바닦만 해도 서양 문명의 횃불을 들었고, 유대는 갓난애기 발잔등만 해도 인류의 나갈 한길을 내지 않았나? 땅이 좁아 못했다는 소리는 못할 것이다. 로마도 티베르강 옆 조막 같은 일곱 언덕에서 싸우던 것들이 세운 것이 아닌가. 영국도 북해에서 도 “ 참 사람은 발꿈치로 숨을 쉰다.” 했다. 사람이 음흉하면 “ 그놈 밑구멍으로 숨 쉬는 놈” 이라 하지만 이것은 밑구멍이 아니고 발꿈치다. 밑구멍으로 쉬면 똥냄새밖에 날 것 없다.
정치가란 대개 밑구먼으로 숨 쉬는 놈들이다. 그러므로 그 하는 일이 썩은 냄새가 난다. 발꿈치는 대지 어머니의 가슴에 가 닿는다. 숨을 발꿈치까지 쉬면 자연 어머니의 가슴의 맥박에 통할 것이요, 대지의 어머니의 맥박에 통하면 자연 하늘 라버지의 숨에 통할 것이다. 어머니 배꼽은 아버지 배꼽에 마주 닿아 있다. 사실 하늘 길은 인심에서 지심으로 천심에 뚫려 있다. 하늘을 보려면 먼저 땅을 봐야 하고 땅을 보려면 먼저 가슴을 들여봐야 한다. 사람이 참되면 그 사람 땅만 보고 다니는 ‘사람’ 이라 하지 않던가? 땅을 보는 사람이 하늘을 본다. 천문 연구는 지문 연구로 시작됐다. 그런데 서울 장안을 두루 다녀봐야 땅 보고 다니는 놈은 별로 없고 저나 꼭 같이 더러운 사람 얼굴만 보고 다니는 놈은 별로 없고 저나 꼭 같이 더러운 사람 얼굴만 건너다 보고 두리번 거리더구나! 그러다가 자꾸 마주까고 넘어지더구나! 사람을 잡으려는 종교가 들은 가엾은 계집의 얼굴만 건너다보았고, 하늘 말씀을 받은 예수는 땅에다 글을 썼지. 땅의 글은 아니 나오려나? 정말 큰 글 보려나.
맨 처음에 하나님이 하늘 땅을 지으시니라.
땅이 두루뭉수리요, 빈탕이며 캄캄함이 깊음 위에 있다.
하나님의 얼이 물 위에 움직이더라.
맨 처음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미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니라.
아옴.
하늘 위 하늘 아래 내가 홀로 높으니라.
그것이 너니라.
글은 하늘 얼의 움직임이다. 우주 만유는 하나님의 글월이다. 절대의 영이 캄캄한 빈탕의 물낯 위에 숨을 불면 물결이 일어난 것이 만물이다. 이른바 무명겁해에 바람 없이 물결이 인 것이다. 글 쓰려면 하늘 숨 마셔야 한다. 늘 하는 소리지만 위대한 예술 없는 것은 위대한 종교 없기 때문이다. 불교가 아니 즐거웠단 말 아니요, 기독교가 아니 들어왔단 말 아니다. 다 왔지, 다 위대한 종교지. 하지만 남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우리 초가삼간보다 작은 집이다. 내 종교가 큰 종교지, 내 거 되지 못한 종교, 따라서 한 사람도 건지지 못하는, 종교가 아니라 종교의 허울이 무슨 위대한 종교일 수 있을까? 제 종교만 큰 종교다. 제 종교를 가진 한 사람만 있어도 온 세상이 다 구원될 것이다. 한 사람이 물에서 나오면 모든 사람이 다 살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건진다고 큰말을 하는 종교는 한 사람도 못 건질 것이다. 그것은 누구의 종교도 아니기 때문이다.
큰 것은 하나님이요, 큰 것은 나다. 하나님과 직접 연락된 내가 ‘한’ 곧 큰 것이요, 그 직선을 중축으로 삼으면 온 우주를 돌릴 수 있다. 그러니 나에까지 뚫리지 못한 종교, 나와 하나님을 맞대주지 못하는 종교, 참 종교 아니다. 나의 종교가 종교다. 교도 있는 것은 종교 아니다. 참 종교는 한 사람의 신자를 가질 뿐이다. 교도 많을 수록 가짜 종교다.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해라. 그럼 나가 세계를 구경하리라. 아무도 이 결혼의 중간에 서지 말라. 하나님이 음란을 미워하신다. 중보소리 많이 하는 종교 협잡 종교다. 그리스도가 중보란 말은 중보 없단 말이다. 예수의 단 하나의 목적이야 말로 중보 없앰이었다. 십자가에 죽어 부활하여 하늘에 간 예수는 곧 ‘무’ 다. 만물을 부정한 데가 하늘이다. 빛은 빈탕으로만 달린다. 엑스광선은 있는 것도 없이 보는 빛이다. 중보란 종교심을 이용해 먹는 민중 착취기관이다. 중간에서 받아 돌리는 소리는 모두 거짓말이다.
나라를 좀먹는 갖은 협잡과 죄가 비서에서 나온다. 애당초에 속일 마음 없는데 왜 사람을 직접 못 만나고 비서를 둘까? 진리엔 비서 없다. 비서에서는 문학은 못 나온다. 이름도 비서, 글 감추는 놈이다. 글을 감춤은 사람 감춤이다. 우리나라에 위대한 문학 없는 것은 민중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직접 만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도 유교도 기독교도 그것을 아직 하지 못했다. 거기가 씨알의 설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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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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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飯千金(일반천금)
一(한 일) 飯(밥 반) 千(일천 천) 金(쇠 금)
사기(史記) 회음후(淮陰侯)열전의 이야기. 한신(韓新)이 무명의 서민이었을 때, 집안이 가난한데다가 별 재간도 없어서 항상 남에게 얹혀 먹고 사는 신세였다. 이렇다보니 그를 싫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일찍이 남창(南昌)의 한 마을의 촌장 집에서 자주 밥을 얻어 먹었는데, 여러 달씩이나 신세를 진적도 있었다. 한신을 귀찮게 여기던 촌장의 아내는 아침 밥을 지어 몰래 먹어 치우곤 하였다.
어느 날, 한신은 회수(淮水)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마침 물가에서 무명을 표백하고 있던 노파들을 보았다. 그들 중 한 노파가 굶주린 한신의 모습을 보고 수십 일동안 그에게 밥을 먹여 주었다. 이에 한신은 크게 감동하여 언젠가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신은 초왕(楚王)에 봉하여진 뒤, 고향 회음에 와서 자신에게 밥을 주었던 노파를 찾아 천금을 주고, 촌장에게는 일백전의 돈을 주었다.
작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큰 보답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一飯千金 이란 한 끼니 밥에 천금이라는 뜻으로 은혜에 후하게 보답함 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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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 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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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1 - 정채봉, 류시화 엮음
2. 평범한 행복
금붕어 - 강정순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키 작은 소년이 금붕어 가게 앞에서 어항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큰 대야에 담겨 있는 풀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한참이나 서성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별로 깨끗한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으나 동그란 문이며 까무잡잡한 피부가 무척 귀여운 아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한쪽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드디어 주인 아저씨가 눈치채고 주의를 주었다.
"얘, 왜 거기 서 있니? 비켜라."
소년은 아직도 주저하는 몸짓으로 조금 비켜 섰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아저씨, 저 빨간 붕어 얼마예요?"
주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사려고? 그건 비싸다. 200원 자리야."
소년이 말했다.
"150원밖에 없는데 어떡하죠? 할머니가 돌아가시려고 해요."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할머니와 그 소년은 붕어를 기르고 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할머니가 그날부터 몹시 편찮으시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소년은 붕어 때문에 할머니가 병이 나신 걸로 생각하고 매일 10원씩, 20원씩 생기는 돈은 모조리 저금해서 붕어 값을 보아 온 모양이었다. 조금 싼 붕어를 가져가면 어떠냐고 했더니, 반드시 처음의 그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죽은 붕어와 닮았다는 것이었다. 소년의 간절한 눈빛을 본 주인이 마침내 150원에 붕어를 주었다. 소년은 동전을 하나하나 털어 내놓고는 붕어를 들고 기뻐하며 뛰어갔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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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과학/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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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 장 피에르 모르
제3장 : 하늘의 소식
이미 달의 사진을 보아서 달에 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도,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갑자기 그것이 하늘에 떠 있는 원형이 아니라 구멍과 돌기로 뒤덮여 있는 구와 같다는 것을 발견할 때 충격을 받는다. 갈릴레오 자신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별들의 소식))에 이렇게 썼다.
"내가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 경위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고 나서이다. 즉, 초승달이 나온 지 4~5일 후 달이 빛나는 두 개의 뿔 모양일 때,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경계는 완전한 구형에서 처럼 결코 매끄러운 선이 아니라, 반대로 울퉁불퉁하며 불규칙적이고 갈지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갈릴레오는 이러한 묘사로 만족하지 않고 썩 훌륭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 의 책 전체는 그가 그린 삽화로 가득 차 있다.
울퉁불퉁한 달 : 신화의 종말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사이의 경계 부근에 밝은 곳에는 밝은 반점이 있다. 경계가 이동함에 따라서 검은 반점은 감소하고 밝은 반점은 증가한다. 그것은 지구에서와 똑같다. 태양이 하늘에 떠오르면 산에 빛을 받는 부분이 증가하는 반면 골짜기의 어두운 반점은 감소한다. 이것은 달에 산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갈릴레오는 달의 산과 골짜기들을 '공작의 꼬리'에 있는 것과 같은 둥근 반점으로 묘사했고, 반점의 태양 반대쪽 테두리는 밝게 빛나는 데 반해 태양 쪽의 테두리에는 검은 가장자리가 있다고 적었다. 이 반점들은 산맥으로 둘러싸인 둥근 골짜기들이다(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크레이터라 부른다). 갈릴레오는 그 어두운 부분의 길이로부터 산의 높이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어떤 산의 높이는 7000m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당시 알려져 있었던 지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았다. 지구보다 훨씬 더 작은 달이 더 높은 산을 지니고 있으므로 지구보다 훨씬 더 울퉁불퉁한 셈이 된다.
여기에서 갈릴레오는 하나의 반대에 직면한다. 달이 그렇게 울퉁불퉁하다면 밝은 쪽 테두리가 들쑥날쑥하게 보이지 않고 왜 그렇게 완전한 원형으로 보이는 것일까? 갈릴레오는 그 테두리에 많은 산맥이 차례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산맥의 움푹한 부분은 다른 산맥의 융기로 채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파도 치는 바다가 멀리서 보면 평평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파도의 꼭대기는 모두 같은 높이이고, 파도를 가르고 있는 골짜기는 숨는다. 산, 골짜기, 갈릴레오는 지구네 사용되는 용어를 가지고 달을 묘사했다. 그는 가장 큰 크레이터를 산맥으로 둘러싸인 보헤미아 같은 지역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지구와 달이 동일한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보았다.
신비를 벗는 '달의 지구조'와 '지구의 빛'
곧 그는 처음으로 '지구조'(태양관선을 받지 않는 달의 부분이 지구의 빛을 받아 발하는 청백색 빛:역주)현상을 해석하면서 위의 사실에 대한 보충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지구조는 초승달의 직후나 직전에 밝은 부분이 가느다란 모양일 때 달의 나머지 부분을 덮고 있는 회색을 띤 조명이다. 매우 오래 전에 알려진 이 현상에 대해서 '새 달의 품속에 있는 헌 달'과 같은 온갖 시적인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갈릴레오 시대까지 아무도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달을 보기 전에 이미 이러한 설명을 생각해 냈으며 몇몇 친구와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발견과 더불어 이를 발표해야겠다고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빛은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듯 달 자체나 별이 만든 빛이나(그렇다면 월식 때에도 보일 것이다) '달을 투과한' 태양빛이 만든 빛도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논의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달을 비출 빛으로서 무엇이 남는가? 그것은 지구이다. 달이 우리에게 반쪽의 어두운 면을 보일 때 지구는 정확하게 반쪽의 밝은 면을 달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조란 '달에 비춘 지구의 빛'이다. 갈릴레오는 달이 지구처럼 산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후 지구도 달처럼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즉 달처럼 태양빛을 반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구와 하늘, 그리고 지구와 온천체가 절대적으로 분리된 전통적 세계관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망원경을 별들의 세계로 돌리다 : 별, 별, 별....
우리는 눈의 망막까지 도달하기에 충분한 밝기를 지닌 별들만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직경이 불과 몇 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우리의 동공에 별빛이 잡히는 대신에, 열배나 큰 직경을 가진 망원경에 포착된 후에 수렴되어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면, 100배나 더 많은 별들을 보게 될 것이며, 맨눈에 보이지 않든 많은 별들이 보일 것이다. 갈릴레오는 삽시에 열배나 많은 별들을 발견했다. 그는((별들의 소식))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오리온좌의 성운들을 모두 묘사하려 했으나, 성운이 포함하고 있는 별들의 양이 너무 많고-500개 이상-시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그러므로 나는 맨눈에 보이는 여덟 개의 별 외에 허리띠(삼태성)와 80개의 별이 있는 오리온의 칼만을 그렸다." 마찬가지로 그는 묘성군을 이루고 있는 빛나는 여섯 개읜 별들도 그때까지는 보이지 않던 40개의 별의 구름 속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별들의 들판처럼 보이는 은하수였다. 그곳에서는 수십개의 별이 아니라 수천 개의 별이 보였다. 수천 년 전부터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 희미하게 빛나는 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져왔다. 그런데 망원경에 눈을 대자 그 신비는 해결되었다. 그것은 무리지어 모여 있는 수천개의 별, 별이었다. 그는 은하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세 번째로 발견한 것은 은하수 자체의 물질, 본질이었다. 은하수는 사실상 무리지어 흩어져 있는 수많은 별들의 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위대한 증거 : 눈으로 본다
그때부터 갈릴레오는 날마다 발이 되면 관찰을 했다. 그리고 낮에는 일을 했다. 그는 더 완벽한 망원경을 만들고 있었다. 1610년 초에 새로운 망원경이 준비되었다. 그것은 30배의 확대율을 보여주는 놀라운 망원경이었다. 그것은 갈릴레오가 만든 다섯 번째 망원경이었다. 그는 친구에게 주거나 외국의 동료들에게 보내거나 심지어는 팔기 위해 많은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것은 거가 평생토록 가장 아끼며 항상 가지고 다녔던 망원경이었다. 그는 이 망원경을 가지고 가장 훌륭한 발견을 했다. 그는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1610년 1월 7일, 밤이 되자마자 망원경으로 관찰을 시작했다. 그때 목성이 보였다. 그 망원경은 정말 훌륭한 것이었으므로 나는 그 행성의 근처에 밝게 빛나는 세 개의 작은 별을 볼 수 있었다(전에 사용하던 망원경은 덜 좋은 것이었으므로 이 별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목성에 대한 이별들의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동쪽 * * O * 서쪽
1월 8일 나는 동일한 관찰을 하면서-나는 내가 왜 그것을 관찰하게 되는지 모르겠다-그것들이 다른 위치에 있음을 발견했다.
동쪽 O * * * 서쪽
이제 세 개의 작은 별들은 목성의 서쪽에 있었다."
갈릴레오는 처음에는 '밝게 빛나는 작은' 세 개의 별들은 항성(항성은 그가 매일 밤 수백 개나 보는 것들이었다)이고 목성이 그 앞에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성이 항성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미심쩍은 사실은 목성은 1년 중 그 시기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후 이틀 밤 동안은 구름이 끼었고 갈릴레오는 애가 탔다. 드디어 1월 10일 하늘이 갰다.
동쪽 * * O 서쪽
목성이 가던 길로 갑자기 되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갈릴레오는 이동한 것은 목성이 아니라 이 별들이라는 사실을 일순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 별들은 항성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인 것이다.(그러나 갈릴레오는 그들을 위성이라고 하지 않고 '행성'이라고 불렀다)그리고 그날 세번째 작은 별이 보이지 않은 것은 그것이 목성 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 확실하다.
며칠 뒤 갈릴레오는 목성 주의를 도는 위성이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갈릴레오는 열정적으로 이 별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 네 '행성'이 목성을 따라서 하늘을 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적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로 해도 달이 지구를 "따라서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대를 했다. 갈릴레오는 이에 대해 이와 같이 답변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의심을 가라앉힐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증거를 지니게 되었다. 모든 행성이 태양 주위의 큰 궤도를 따라 돌고 있듯이 어떤 행성이 다른 행성의 주위를 돌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목성과 네 별 모두가 12년 동안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네 별들이 목성의 주위를 도는 것을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 가장 훌륭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적들이 그들의 눈으로 보게 하기까지 겪어야 할 어려움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는 곧 '친절한 학생'으로부터 새로운 발견을 가져올 휴가를 얻어냈다. (별들의 소식)은 1610년 3월 12일에 출판되었다. 그는 순식간에 성공을 거머쥐었다. 단 며칠 만에 500부를 찍은 책이 절판되었다. 갈릴레오와 망원경, 달에 있는 산들, 그리고 제개의 새로운 '행성'이 전유럽 사람들에게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갈릴레오는 이 행성들에게 '메디치의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 여기에 토스카나 대공의 이름이 붙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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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모두 시계를 갖고 있다
제6장 생물 시계의 다양한 주기
광주성
그렇다면 식물의 광주성 시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의 길이, 즉 낮의 길이일까? 단일 식물, 장일 식물로 나누는 것을 보고, 여러분은 낮의 길이가 광주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광주성은 낮의 길이보다 밤의 길이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나라의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도꼬마리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데 끝이 뽀족한 잎을 갖고 있으며 여름에는 노란 꽃을 피운다. 도꼬마리는 단일 식물이다. 단일 식물인 도꼬마리를 재료로 해서 광주성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낮의 길이인가, 밤의 길이인가를 실험해 보았다.
실험은 두 가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도꼬마리를 여러 무리로 갈라 첫번째 무리는 6시간 동안 어둡게(밤)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명을 비추었다. 두번째 무리는 7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17시간은 밝게 했다. 세번째 무리는 8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네번째 무리는 9시간, 다섯번째 무리는 10시간, 여섯번째 무리는 11시간 동안 어둡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밝은 조명을 비춰 주었다. 그랬더니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밤)이 지속된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웠고, 나머지 도꼬마리들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로서 도꼬마리는 9시간 이상 어두운 시간이 지속되어야만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실험의 두번째 과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번째 과정이란 낮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 밤의 길이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도꼬마리를 두 무리로 나누었다. 이번에는 두 무리의 도꼬마리에 빛을 비추는 시간에는 차이를 두지 않았다. 두 무리 모두 9시간은 어둡게 해 두고 나머지 15시간은 밝게 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 무리에게는 어두움이 지속되는 시간의 중간쯤에 밝은 섬광을 비추었다. 밤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무리에게는 조명을 비추는 시간의 중간 쯤에 조명을 중단해서 낮이 잠시 끊어지도록 했다. 만일 밤의 지속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첫번째 무리는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고, 낮의 지속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면 두번째 무리가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결과는 밤의 지속 시간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왔다. 어두운 시간에 섬광을 비춘 도꼬마리가 꽃을 피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밝은 시간 동안 잠시 캄캄하게 한 도꼬마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꽃을 피웠다.
단일 식물은 밤의 길이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일 식물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장일 식물을 재료로 한 실험도 해 보았다. 똑같은 시간 동안 조명을 비추면서 한쪽에는 밤 시간에 섬광을 비추고, 다른 한쪽에는 낮 시간에 잠시 캄캄하게 했던 것이다. 결과는 단일 식물과 마찬가지로 밤 사이에 섬광을 준 쪽이 꽃을 피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광주성 시계에 의존해서 꽃을 피우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낮의 길이가 아니라, 밤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식물의 광주성 시계가 어느 부분에 들어 있는가를 알려는 실험이 시도되었다. 역시 도꼬마리를 재료로 한 실험이었다. 도꼬마리 두 그루를 화분에 심어 한쪽은 잎을 모두 따 버렸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잎을 하나 남겨 두고 다른 잎은 모두 땄다. 준비가 끝나자 이 두 화분을 하루에 9시간 이상 캄캄한 곳에 놓아 두었다.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잎을 모두 따 버린 화분에서는 꽃이 피지 않았고 잎을 하나 남겨둔 화분에서는 꽃이 피었다. 다른 실험도 시도되었다. 도꼬마리를 두 화분에 나누어 심은 뒤, 이번에는 잎을 모두 남겨 두었다. 그리고 한쪽 화분에서는 잎새 하나를 빛이 들지 않도록 싸 두고 이 두 화분에 하루 15시간 이상 조명을 비추었더니 잎새 하나를 싸둔 도꼬마리만 꽃을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잎새 하나가 계속되는 어둠 속에서 있었기 때문에 그 잎새에 있던 광주성 시계가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두 실험을 통해 과학자들은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식물의 광주기성 시계는 잎에 있다는 것이다. 잎은 매일 낮에 햇빛이 비칠 때는 그 에너지로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든다. 하지만 밤이 되면 광합성을 마치고 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주성의 생물 시계가 작동을 해서 하루하루의 해의 길이, 즉 시간의 경과를 재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를 잴 뿐이 아니라 자라고, 꽃을 피우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뷔닝의 가설은 그가 가설을 내놓은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뷔닝의 가설만으로 광주성 시계의 태엽이나 톱니바퀴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광주성 시계의 신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어둠 속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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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경제/경영/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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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제가 사장님 전 재산을 날렸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록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던 중에 기술개발주식회사(현재의 한국종합기술금융)의 7억 융자가 떨어졌다.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다. 그렇지만 그 돈이라고 오래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이미 끌어다 쓴 각종 사채며 은행빚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무렵 전주에 살던 동생 내외가 어린 조카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파산할 지경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고, 그저 평소처럼 떠들고 놀면서 즐겁게 보냈다. 동생네 식구들이 하룻밤을 묵고 떠날 시간이 되자, 막상 몇만 원 여비도 챙겨줄 돈이 없었다. 아내와 안방에 숨어서 이불 속까지 뒤져보았지만 그렇다고 없는 돈이 갑자기 생겨날 리가 만무했다. 다행히 내 자동차에는 기름이 약간 남아 있었다. 동생네를 고속버스터미널까지 태워주긴 했지만 어린 조카들의 새까만 눈을 바라보면서도 과자값 한푼 집어주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게만 여겨졌다. 혼자 돌아오는 차안에서 느껴야 했던 참담한 부끄러움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월급이란 것을 한 번도 가져다주지 못했으니 아내의 고생은 특히 극심했다.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의 학비마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도시락 반찬을 마련하는 것이 매일 아침마다의 커다란 근심이었다. 나는 그러한 집안 사정들을 애써 모른 척했다. 같이 걱정한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길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집안일 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간 기술개발에도 사업에도 모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어려운 와중에도 아내는 금송, 고려영산홍, 일본 철쭉, 주목 등의 관상 수를 아이들과 함께 잘 관리해 나갔다. 관상 수를 정원에 들이자는 것은 애초에 내 의견이었지만, 사업에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정원관리를 소홀히 하는 동안 오히려 아내와 아이들이 그놈들에게 잔뜩 정을 붙여 가는 눈치였다.
어느 날엔가 모처럼 환한 시간에 집에 돌아와 보니 정원이 썰렁했다. 이상해서 정원을 가만히 살펴보니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듬성듬성 구덩이가 생겨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철없이 역정을 내는 내 앞에서 아내는 말없이 흐느꼈다. 하기는 그 동안 애들 학비며 생활비를 무엇으로 충당해왔는지 가장인내가 진작부터 궁금해했어야 정상이었다. 그렇게 암담한 생활 속에서도 큰딸 은경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이화여자대학교 건강교육학과에 합격해준 사실은 우리 내외의 커다란 기쁨이었다. 양장 한 벌 해 입히지 못하는 못난 부모를 추호도 원망하는 기색 없이 은경이는 아내의 구닥다리 옷을 입고 입학식에 나갔다. 딸을 입학식에 보내놓고서 아내와 나는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이나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말하는 것 자체가 상처였던 시절이었다.
파산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이었지만 직원들에게는 용케 감추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정규만이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파산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힘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내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드디어 장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함께 있던 아내와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만세를 불렀다. 이 지긋지긋한 고생도 이젠 끝이구나 생각하니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고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나는 듯이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정말로 기계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계에는 실로 어이없는 결함이 있었다. 기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웨이퍼를 검사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던 것이다. 숙달된 기술자가 육안으로 검사하는 것보다 대략 4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사람이 일하는 것보다 4배나 느린 멍청한 기계를 과연 누가 사준단 말인가.
사람의 눈을 대신해야 할 '머신비전'이 문제였다. 머신비전 분야에 최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의 'CCC 테크놀로지'에서 개발을 맡았다. 그렇다면 당시의 기술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소리였다. 더 이상 개선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백정규가 내게 했던 한마디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가 사장님 전 재산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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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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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피천득
눈물
스탠더드 석유회사 런던 지점에 다니던 시인 월터 델라메어를 생각하면서 내가 텍사스 석유회사 서울 지점에 석 달 동안이나 취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오후, 그레이스라는 타이피스트가 중요한 서류에 '미스' 투성이를 해놓았다. 애인을 떠나보내고 눈에 눈물이 어려서 그랬다는 것이다.
간다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워 보이지 않아라
이별의 눈물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어려서 울기를 잘하였다. 눈에서 눈물이 기다리고 있는 듯이 울었다. "사랑의 학교"라는 책 속에 있는 난파선 이야기 위에는 나의 눈물 자국이 있었다. 채플린이 데리고 다니던 재키 쿠간이라는 어린 배우는 나를 많이 울렸다. 순이가 나하고 아니 논다고 오래오래 울기도 하였다. 입이 찝찔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찝찔한 눈물, H2O 보다는 약간 복잡하더라도 눈물의 분자식은 다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눈물의 다양함이여! 이별의 눈물, 회상의 눈물, 체념의 눈물, 아름다운 것을 바라다볼 때의 눈물, 결혼식장에서 딸을 인계하고 나오는 아빠의 눈물, 그 정한이 무엇이든간에 비 맞은 나무가 청신하게 되듯이 눈물은 마음을 씻어준다.
눈물은 인정의 발로이며 인간미의 상징이다. 성스러운 물방울이다. 성경에서 아름다운 데를 묻는다면, 하나는 이역 옥수수밭에서 향수의 눈물을 흘리는 루스의 이야기요, 또 하나는 '누가복음' 7장, 한 탕녀가 예수의 발 위에 흘린 눈물을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씻고, 거기에 향유를 바르는 장면이다.
미술품으로 내가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거기에는 마리아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있다. 저 많은 아름다운 노래들은 또한 눈물을 머금고 있지 아니한가.
도시에 비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이 '눈물 내리는 마음'이 독재자들에게 있었더라면, 수억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는 '가솔린 한 방울 피 한 방울'이라는 기막힌 표어가 있었다. 석유회사 타이피스트, 그레이스의 그 눈물에는 천만 드럼의 정유보다 소중한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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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3. 지식 버리기
<가짜를 버리고, 자신의 지혜를, 자신의 이해를 일으켜라.>
위대한 학자 나로빠가 깨닫기 전의 일이다. 그때 나로빠는 학생수가 만 명이나 되는 큰 대학의 부총장이었다. 그날 나로빠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경전들과 귀한 책들이 가득하였다. 마침 깜빡 잠이 든 나로빠는 어떤 비젼을 보았는데, 전혀 꿈같진 않은 생생한 것이었다. 비젼이었다. 아주 늙고 추하기 짝이 없는 마녀같이 징그러운 노파가 나타났는데, 너무도 추하여서 나로빠는 몸서리를 쳤다. 마녀같은 노파가 기괴한 입으로 말하기를,
<나로빠,뭘 하고 있소?>
나로빠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부하고 있소>
<철학, 종교, 인식론, 어학, 논리학 또...>
<나로빠, 그걸 죄다 이해하시오?>
<... 그렇소. 모두 이해합니다만>
<낱말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뜻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노파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로빠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 지는 걸 느꼈다.
<낱말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귀같은 노파가 춤을 추며 노랠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파의 징그럽게 추한 모습이 점점 변해가더니 아주 아리따운 모습이 나타나는 거였다. 그걸 보고 나로빠는 얼른 생각했다. "이 여자를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더욱 즐겁게" 나로빠는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또 그 뜻도 이해합니다>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던 여인이 돌연 노래를 그치고 춤도 멈추었다. 그러더니 슬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은 다시 추하게 일그러져 갔고 마침내는 전보다 훨씬 더 추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나로빠는 당황하여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로빠, 그대가 거짓말을 안 하는 훌륭한 하자여서 난 행복했는데, 이제 거짓말을 했으니 슬퍼서 그러오. 나나 그대나 아는바이지만, 그대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던가요>
순간 비젼이 사라져 갔고 나로빠는 꿈을 깨듯 퍼뜩 눈을 떴다. 나로빠는 이미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책에 손대지 않았다. 그는 "안"것이다.
지혜로운 자, 이해하는 자는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향기롭다. 뜻을 이해하는 자는 아름다워지고, 말만 이해하는 자는 추해진다. 추해라, 말들은. 아름다워라,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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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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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 그림을 누르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위키백과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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