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흰구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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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에서 마종기 시인이 보내 준 두권의 시집. <그 나라 하늘빛>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여러 번 읽었다. `바람의 말` `나비의 꿈` `비오는 날` `우화의 강`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들이다. 평범한 일상의 삶. 남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서 그토록 깊고, 절제되고, 따뜻한 시를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의 눈과 마음을 한껏 부러워했다. 장미꽃 우표가 붙은 그의 편지도 시만큼이나 아름답고 따뜻하다. 어느 성당 기공식에서 기념 삽질을 하며 흙을 붓다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왈칵 눈물이 나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그의 아버지 마해송 씨의 동화 `모래알고금` `앙그리께`를 밤새워 읽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새롭다.
7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라는 시집 속의 모든 말들은 모두 깨끗하고 아름답다. 비오는 날, 숲의 향기를 맡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이 시집을 읽으면 사슴 닮은 눈을 지닌 옛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늘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어쩌다 시상이라도 떠오르면 그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지에 적어서 베개 밑에 깔고 자곤 한다. 자다가도 생각이 나면 적어 놓으려고, 그리고 새로 솟은 생각을 더 깊이 익혀 두고 싶어서..., 남들은 단 몇 분 만에 읽어 버리고마는 짧은 시라도 쓰는 이에게 그것은 하나의 커다른 기다림이고 인내의 열매이다.
8
`우리들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들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가벼운 것일지라도
새들은 가끔씩 깃털을 버리는가 보다
버릴 것은 버리면서
가볍게 하늘을 나는가 보다`
권영상님의 새들에 대한 시 몇 구절을 새소리 들으면서 읊어 보았다. 최근에 작가로부터 받은 동시집 <아흔아홉 개의 꿈>의 갈피마다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시어들. 그의 동시들은 내가 가장 많이 편지나 카드에 인용하는 시이기도 하다. 오늘은 고운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 마침 먼 나라에서 수녀원을 방문한 손님에게 드렸더니 매우 기뻐하였지. 결국 선물은 돌고 도는 것,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만을 위해서 꽉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도 더 필요한 이에게 선뜻 내어 놓을 수 있는 선선함이야말로 인색한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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