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밤이면 밤마다
결혼 10년째인 줍 애청자입니다. 제 남편 잠꼬대 애기를 해 볼까 합니다. 결혼 후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죠. 자다보니 분위기가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제 신랑이 낑낑대며 장롱을 밀고 있는 겁니다.
“자기야, 왜 그래?”
“응, 벽이 무너져서. 장롱이 쓰러진다. 빨리 와서 받쳐!”
순간 이게 웬 날벼락인가. 아직 혼인신고도 안했으니 이서방네 족보에도 못 오르고, 법적으로 처녀이지 난 처녀귀신이 되는 게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하며 벌떡 일어나 장롱을 밀었죠. 그러나 제 남편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게 아닙니까? 전 살그머니 장롱에서 손을 떼봤죠. 무너지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유를 물었으나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이것이 남편의 첫 잠꼬대 목격입니다. 그후로도 남편의 잠꼬대는 계속됐죠. 이제 몇 가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자다가 이상해서 눈을 뜨면 항상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날 쥐를 잡겠다고 휴지통이나 베게를 냅다 던집니다. 그것도 그냥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낮은 포복자세로 한눈을 지그시 감고, 다른 눈은 어느 한쪽을 향해 노려보다가 수류탄 던지듯이 던지는 겁니다. 또 어느 날은 주방이며 화장실, 작은 방까지 불을 켜고 한 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한 손은 조용히 하라는 듯이 입에 갖다 대고 살금살금 살핍니다. 이유인즉,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는 거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꿈을 꿀 당시에는 물어보면 다 얘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물어보면 기억을 전혀 못하는 겁니다. 지난 봄에는 강원도로 야유회를 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을 배웅하며 잠꼬대를 조심하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죠. 그러나 그 버릇 남 안주더군요. 일행 중 한명이 자다가 목이 말라 눈을 떠보니 제 남편이 바로 자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 주먹을 불끈 쥔 채 두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노려보고 있더랍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놀랐겠어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그머니 돌아누워서 자는 척했더니 제 남편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코까지 골며 자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 몇 번을 망설이다가 제 남편에게 어젯밤 행동에 대해 물었으나 기억을 할 리가 없죠. 그날 밤, 이 소문이 퍼져 서로들 제 남편과는 동침을 꺼려 혼자서 편히 잤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자다 말고 애들방으로 뛰어가더니 작은 애를 안고 안방으로 다시 오더군요.
“아니 왜 그래?” 울지도 않는데...?”
“응, 불이 났어. 큰 불이 났어.”
또 잠꼬대 시작이구나 싶어 장단 좀 맞췄지요.
“그래, 큰일이네. 지혜는?”
“안되겠다. 불길이 너무 거세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그러더니 남편은 다시 잠을 청하는 겁니다.
다음날 아침.
“꿈속에서도 남녀 차별하는 거야? 구하려면 큰 애부터 데리고 와야지 그게 뭐야?”
그러나 남편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던군요. 한번은 TV를 보고 있는데 소파에 누워 있던 남편이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갑자기 기계체조 선수처럼 몸을 홱 돌려 거실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지더군요. 또 무슨 꿈을 꾸나 싶어 보고만 있었죠. 그랬더니 벌떡 일어나 소파 틈새로 손을 넣어 뭔가를 찾더군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소파를 벽에서 거실 가운데로 끌어내는 겁니다. 저러다가 아마 소파를 들어 올리려고 할저도 모르겠다 싶어 말했죠.
“왜 그래 또?”
“응, 큰 뱀장어야. 이 속으로 들어갔는데 잡았다가 놓쳤어.”
그러고는 계속해서 수색을 하는 겁니다.
“그래? 야 크네. 알았어. 이제 그만 자자.”
저는 남편을 달래서 재웠죠. 또한 남편은 낮에 있었던 일을 밤에 잠꼬대 행동으로 나타냅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이 고스톱을 했는지 포커를 했는지 일이 잘 풀리는지 안 풀리는지 모든 것을 알 수가 있었죠. 더구나 잠이 들었을 때 굼금한 것을 물어보면 다 대답을 합니다. 이러니 제 남편은 제 손바닥 안에 있을 수밖에요. 며칠 전 추석 때의 일입니다. 저희 친정에는 저를 포함해서 1명의 아들과 7명의 딸들이 있습니다. 아래로 셋만 미혼이고 위로 다섯은 결혼을 했죠. 명절날은 각자가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가 되면 친정으로 다들 모입니다. 20여 명이 넘게 말입니다. 낮에는 남자들은 집 앞 냇가에 가서 낚시를 해서 저녁에 붕어찜이랑 매운탕을 해서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잠잘 때가 문제였죠. 남편의 잠꼬대 버릇을 아는지라 저희 부부와 얘들, 그리고 친정부모님이 안방에서 잤죠. 설픈 잠이 들었을 무렵입니다.
“야, 빨리 벌려봐. 이것 봐라 무척 크지?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본다.”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눈을 떠보니 제 남편 그림자가 창쪽에서 주무시고 계신 친정 엄마 옆자리에 앉아 있는게 아닙니까?
“자기야, 나 여기 있어. 이쪽으로 와. 왜 거기서 그래?”
그랬더니 남편은 “빨리 벌리라니까. 이것 봐 정말 크지?”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나 용기를 내서 불을 켰죠. 남편은 한손에는 파리채를 다른 한손엔 베개를 들고 있는 겁니다.
“왜 그래?”
“응, 이것 봐 크지? 월척이야. 이렇게 큰 것을 낚시로 잡았어. 어망 빨리 벌리라니까.”
전 이불을 탁탁 쳐서 펴놓고 말했죠.
“자 여기 어망에다 담아. 정말 크네.”
그러자 남편은 이불 위에 베개를 놓더니 이불을 오므려 물에 담가놓듯 살그머니 던지는 겁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 친정에는 웃음꽃이 피었죠. 잠꼬대도 유전인가요? 제 아들과 딸애도 잠꼬대가 너무 심해요. 잠꼬대 광경을 카메라로 찍으면 코미디 영화 한편의 흥행작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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