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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투명한 창문으로 들어와 아이들 얼굴 위로 부서진다.“ 선생니임!”알림장을 다 쓴 아이들이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던 김 선생님을 부른다. 김 선생님은 어서 끝내 달라는 아이들 눈빛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문을 연다. “자, 오늘도 열심히 공부해 주어서 참 기쁘다. 내일 만나자. 창민이는 선생님하고 데이트하고.” 썰물 빠지듯 교실을 나가는 아이들 사이로 시무룩한 창민이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 숙제를 해 오지 않은 창민이에게 시계를 가리키면서, 3시까지 끝내면 집에 보내 준다고 했다. 김 선생님은 창민이가 문제 푸는 것을 도와주고, 아이들 독서 기록장을 읽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사이 가방을 멘 창민이가 꾸벅 인사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3시였다.“ 시간이빠르네. 애썼다. 앞으론 꼭 숙제해 오고.”
창민이가 간 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한 김 선생님은 무심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2시 10분이었다. 그런데 교실 시계는 3시 5분을 가리켰다.' 세상에….'김선생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창민이가 책상 위에 올라가 시계 바늘을 돌려놓은 것이다. 괘씸하기보다, 만약 발을 헛디디기라도 했다면 하는 생각에 밤새 창민이를 어떻게 지도할까 고민했다.'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으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 아니면 반성문을 쓰게 해?'
아직까지 여러 생각으로 복잡한 김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창민이를 바라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민이가 책을 들고 곁으로 온다. “오늘 숙제 다했어요.” 머뭇거리더니 말을 잇는다. “어제는 잘못했어요. 동생이랑 엄마 선물을 사러 가기로 했거든요.” “선물?” “네. 어제는 엄마가 동생이랑 저를 위해 태어나신 날이거든요. 동생이 밖에서 기다려서요. 선물 사러 다니느라 오늘 숙제도 못했는데, 결국 선물도 못 사고….” “그럼선생님한테 말하지. 그러다 다치면 어떻게 할 뻔했니?” “엄마는 선물 사는 것보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는 걸 더 기뻐하실 거예요. 숙제를 다했는데 시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아서…. 다시는 위험한 행동 안 할게요.”
창민이가 푼 답에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김 선생님은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선생님 해라. 내 말을 네가 다 하니? 그나저나 나도 결혼해서 빨리 아이 낳을까? 창민이 같은 아이면 5명도 괜찮은데….'
남미애 님 | 서울신성초등학교 교장
-《좋은생각》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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