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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장면에서 크게 마음이 뒤흔들려 본 적 있으세요? 영화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나 매체와는 상관없이 그냥 평범하게 슬픈 장면인데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당황했던 기억이요. 이런 문제를 호소하는 칼럼을 읽고 '나도 그런데'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이런 증상 때문에 난처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에게는 그 장면이 아버지의 눈물입니다. 주인공 남자애가 너무 귀여워서 꽤 재미있게 본 <빌리 엘리어트> 라는 영화에서도 한번 눈물이 터져 옆에 사람 창피하게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압력을 느끼는 점을 압점, 고통을 느끼는 점을 통점이라고 하니 이건 눈물점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여기서 제 눈물점을 건드린 부분은 빌리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파업에서 빠지는 장면이었어요. 항상 '남자는 이래야 돼'하며 폼을 잡고 빌리를 윽박지르던 아버지가 얌전하게 도시락 가방인가를 손에 쥐고 공장으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 말입니다. 파업에서 빠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아버지를 억지로 버스에서 끌어내리려는 큰아들에게 저항하던 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터뜨립니다.
빌리의 아버지는 작은 아들이 우스꽝스런 타이츠를 입고 여자애들이나 하는 춤 따위를 하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아들의 꿈을 위해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는 절대 하지 않을 타협을 하고 고집을 꺾습니다. 그 때문에 평생 함께했던 직장 동료와 친구들에게 배신자로 찍혀 욕먹는 수모를 감수하고서요. 그 장면에 특히 마음이 움직였던 건 자기가 보호해야 할 대상을 가슴으로 싸 안고, 날아오는 돌은 자기가 대신 맞겠다는 아버지의 희생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후 곳곳에서 들려오는 뉴스와 장면을 보면서도 전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궁지에 몰렸던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내와 아들과 딸과 친구와 자기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 했던 남자,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서요.
전대통령 중에서 가장 젊고, 서민적이고, 대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그가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정치를 떠나 일반인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고요.
실컷 울고 영화관을 나오면 잊게 되는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 건드려진 눈물점은 꽤나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증상에 빠진 분들도 모두 힘내시길….
글 《아이찬》 배수인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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