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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하나로
손가락 열 개로만 세기엔 턱 없이 모자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결혼한 지. 아닌 분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결혼할 때의 설렜던 느낌은 유아기 적 기억마냥 가물가물합니다. 이제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함께하며 다져진 동지애, 허물없이 편안해진 형제애 같은 연대감만 남았다고 할까요. 그저 무덤덤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한 모임에 빠진 선배가 부부동반 여행을 갔다는 얘길 듣고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전에는 누가 아이 떼놓고 여행 갔다는 얘길 들으면 속으로 욕했거든요. 참 유난떤다고. 지금까지 모든 걸 아이들 위주로 했기에 둘만의 여행은 절대불가 항목이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에 '우리도 둘이서 여행 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으니 무뎌진 관계에 봄날이 오는 신호인가 봅니다.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의 다양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합니다.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든 아니든 좋은 관계가 주는 기쁨과 평화를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러지 못합니다.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해도 다 이해해 줄 사람이니까, 하는 과도한 믿음 때문일까요?
저 역시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대화의 화제가 아이들, 집안일이었지 남편의 마음을 챙기고 다독인 기억이 없네요. 가족과 사회에 비치는 남편으로만 바라봤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봐 주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부부 사이가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이고,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애써야겠습니다. 마침 내일이 발렌타인데이네요. 아침 식탁에 초콜릿 하나 놓는 것으로 시작해야겠습니다. 한 번도 준 적 없는 초콜릿을.
글 《행복한동행》 김정아 편집장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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