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제6교시 : 직유법과 은유법은 글맛을 돋운다.
-'무엇은 무엇과 같다' '무엇은 무엇이다'의 묘미
1. 무심히 던졌던 한 마디
강도 푸르고
산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길섶의 풀잎도 푸르다.
이러한 문장이 하나 있다고 하자. 얼핏보면 매우 잘 쓴 문장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문장은 뜻이 아주 애매모호하다. 이 문장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드높은 성벽이 가로막혀 있는 느낌이. 그렇다면 그 성벽이란 어떤 것일까? 중학교 2학년때, 나는 아주 절친한 친구와 짝이 되어 무척 기뻤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그 친구와 나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사이가 나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들어온 친구는 운동장에서 느꼈던 신나는 기분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한창 들 떠 있었다. 그는 여느때 처럼 내 자리로 와서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나에게 실없이 장난을 걸었다. 옆구리에 간지럼을 먹이기도 하고, 뒤통수를 슬쩍 때리며 킥킥 거리기도 하고 ...... 하지만 나는 그 장난을 받아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 전날 저녁, 평소에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학원비가 든 지갑까지 잃어 버린채 맥이 빠져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뒈지지 않으려면 건드리지 마"하고 거칠게 말을 뱉아 버렸다. 내 말을 들은 친구는 나의 어깨를 흔들면서, "무슨일 있었어?"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생겼으면 위로를 해 주겠다는 뜻인 듯.
"이 자식아 건드리지 말라고 그랬잖아? 너 정말 죽을래?" 나는 친구의 손을 뿌리치며 이렇게 소리치고는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야아, 왜 그러니? 말좀 해봐"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구"
친구는 자신의 위로와 친절이 순식간에 거부당한 것이 분하고 억울한 듯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새삼스럽게 따지고 들었다.
"야, 뒈지지 않으려면 건드리지 말라고? ... 아니, 이제보니까, 너 사람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구나." 그제야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표정을 부르럽게 바꾸면서 "아무것도 아니니까 상관하지 마"하고 말했다. 그것은 '네가 상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 모른 체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친구는 "아무것도 아니라니? 아니긴 뭐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내가 싫으면 솔직하게 싫다고 그래 그래 정 싫으면 선생님한테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할 테니까"하고 토라져 버렸다.
"아니라니까"
나는 다시 강하게 부인했다. 그것은 '절대로 너와 짝이 된 걸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렇지만 친구는 나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너는 '아니라니까'라는 말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니? 말끝마다 '아니라니까, 아니라니까......' 나는 네가 '아니라니까'라고 할 때마다 속이 상해 죽겠어"하고 말했다. 나는 이제 어떤 말을 하더라도 토라진 친구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렇듯 절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에는 슬프고 쓸쓸한 심정을 가누지 못한 채 혼자서 맥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 날 밤 내내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왜 '뒈지지 않으려면'이라는 극단적인 말을 했는지, 또 '건드리지 마라'고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아니라니까'라는 말은 어떤 뜻으로 했는지에 대해 누누이 설명했다. 그런데 그러한 설명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의 구구한 설명을 친구가 오해할까 두려워 졌다. 이제 한 마디 한 마디의 말 그 모든 것이 무서워 졌다. 나는 친구가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 만한 말에 대해 또 설명하고, 그 설명 가운데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도다시 설명하였다. 그러고 나소 보니 공책 9쪽을 빽빽하게 메워 놓았다. 그 때 무심히 던졌던 '뒈지지 않으려면 건드리지 마라'는 한 마디가 나와 친구사이의 감정을 이토록 복잡하게 비틀어 놓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내 뜻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달해 주지 못할 때가 있다. 또 전해질 필요가 없는 뜻까지 전해져서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글을 길게 써 보아도 내가 말하려는 내용이나 감정, 기분이 읽는 이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을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비유를 사용한다.
2. 무엇은 무엇과 같다.
이글의 앞머리에 인용한 문장은 '푸르다'란 말을 생각 없이 너무 함부로 써 버렸다. 낱말은 쓴다고 해서 그 뜻이 오롯이 다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푸르다'는 말은 어떤 부분에서는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해 주지만,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그 뜻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 글쓴이가 자신의 뜻을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동원하는 것이 비유이다. 강, 산, 하늘, 풀잎이 똑같이 푸르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쓴 사람은 '푸르다'라는 낱말 하나로 일관하고 있으니 아주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푸르다'라는 낱말이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비유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 수단이자 장치이다.
(1) 옥색 비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강
(2) 진한 쑥물을 부려 놓은 듯한 산
(3) 쪽물을 들여 놓은 듯싶은 하늘
(4) 늦은 가을 아스팔트 바닥에는 은행잎들이 노랑나비들의 시체처럼 퍼덕이고 있었다.
(5) 함박꽃 마냥 탐스런 눈송이가 쏟아지고 있었다.
(6) 황소같이 큰 파도들이 모래톱을 들이받고 있었다.
(7) 직유법은 안내원이나 누님처럼 다정다감한 비유법이다.
(8)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받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의 걸음도 시원하다.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9) 넓바우 연안에서 잎에 잔등 위로 펼쳐진 하늘에 민들레 꽃가루 같은 별들이 달려 있었다. 가득 밀려 오른 바닷물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원시 양서류 처럼 넘실거리면서, 잠든 사람의 숨길 처럼 불규칙적으로 게으르게 모래톱을 핥고 있었다. 그 물결에서 별들이 덩어리지기라도 하고 더욱 잘게 깨어지기도 하였다 - 한승원의<아리랑별곡> 중에서
위의 물장들은 직유법이 잘 드러나 있는 예들이다. 직유법은 비유법 가운데서 가장 소박하고 친근한 비유이다. 고급스런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렵거나 까다롭지도 않다. 딱 보면 그 느낌이 그대로 와 닿으므로 부담스럽지 않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손잡아 안내해 주는 예쁜 안내원이나 누님처럼 다정다감한 비유법이다. 그만큼 호소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유법이기도 하다. 직유법은 표현 하고자 하는 대상, 즉 '원래의 생각(원관념)'에다가 '비유가 동원된 생각(보조관념)'을 고리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손을 잡아 안내해 주는 고리들은 '~처럼','~듯이','~같이','~듯싶다','~마냥','~인 양' 등이 쓰인다. 그래서 직유법은 '무엇은 무엇과 같다'의 형태를 띤다. 하나의 문장 속에 '원래의 생각'과 '비유가 동원된 생각'이 어우러져 그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 준다. 이 때, 이 둘 사이에는 반드시 같거나 비슷한 점이 있어야 한다.
(6)의 '황소같이 큰 파도들이 모래톱을 들이 받고 있었다'를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 파도 = 원래의 생각
. 황소 = 비유가 동원된 생각
. 같이 = 위의 두 개념을 연결시켜주는 고리
여기서 '원래의 생각'과 '비유가 동원된 생각'은 '크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이싿. 이번에는 독자들이 보내 온 글들 중에서 직유법이 잘 쓰인 문장 하나를 인용해 보겠다. 어미새가 알을 보호하듯(이) 조심스럽게 내 맘에 품어둔 꿈이 있다. 자, 그러면 여기서 어떤 것이 '원래의 생각'이고, 어떤 것이 '비유가 동원된 생각'이며, 또 어떤 것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고리'인지 각자 생각해 보자.
3 무엇은 무엇이다.
글을 쓰는데 있어 비유법은 싸움터에 나간 장수가 비밀스럽게 숨겨 가지고 있다.가, 문득 꺼내 휘두르는 칼과 같다. 그러므로 비유법을 적절하게 잘 쓰는 사람일수록 글을 잘 쓴다고 할 수 있다. 비유법 중에서 직유법 보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은유법이다. 은유법은 직유법에서 사용하던 연결고리를 생략한 모양새이다. 그래서 은유법은 '무엇은 무엇이다'의 모양으로 나타난다. '황소같이 큰 파도들이'라는 말은 은유법으로 바꾸려면 '같이'를 생략하면 된다. 즉'파도는 황소이다'가 그것이다. 그러면 밑줄친 부분에 유의하면서, 아해의 예문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낙엽은 폴랑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 처럼 풀어져
일광의 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김광균의 <추일서정>중에서
(2)고독은 나의 광장
나의 침실
나의 우주
나의 초원
-조병화의 <고독> 중에서
(3) 이슬은 가을 예술의 주옥편이다. 하기야 여름엔들 이슬이 없으랴? 그러나 청랑 그대로의 이슬은 청랑 그대로의 가을이고야 더욱 청량하다. 싱싱한 가을 아침 풀잎마다 꿰어진 이슬 방울들의 영롱도 표현할 말이 막히거니와, 달빛에 젖고 벌래 노래에 엮어진 그 청신한 진주 떨기야 말로 보는 이의 눈만 부실 뿐이다. -이희승의 <청추수제> 중에서
(4)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포장한 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이제 은유법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어느정도 개념이 잡혔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앞에서 직유법의 예로 들었던 문장을 모두 은유법으로 바꾸어 보도록 하자 .옥색 비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강 - 강은 옥색 비단이다.
.진한 쑥물을 부려 놓은 듯 한 산 - 산은 진한 쑥물이다.
.쪽물을 들여놓은 듯싶은 하늘 - 하늘은 쪽물이다.
.늦은가을 아스팔트 바닥에는 은행잎들이 노랑나비들의 시체처럼 퍼덕이고 있었다. - 은행잎들은 노랑나비들의 시체이다.
.함박꽃마냥 탐스러운 눈송이가 쏟아지고 있었다.-눈송이는 함박꽃이다.
.황소같이 큰 파도들이 모래톱을 들이받고 있었다.-파도는 황소이다.
.직유법은 안내원이나 누님처럼 다정다감한 비유법이다. - 직유법은 안내원이나 누님이다.
4. 직유법이나 은유법이 잘 드러난 글
이번에는 독자들이 보내 온 글들 중에서 비유법을 한번 훑어보도록 하자. 아래 문장은 직유법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잘못된 장래의 희망을)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을 때 얼음이 녹고 눈이 녹듯이 서서히 녹여서 저 수평선 너머의 바다로 던져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장은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있다. 다음과 같이 고쳐 보자.
(잘못된 장래의 희망을) 겨울이 지나 따스한 봄이 왔을 때 햇살이 얼음을 녹이고 눈을 녹이듯이 서서히 녹여서 저 수평선 너머의 바다로 던져 버려야 할 것이다.
왜 이렇게 고쳐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쓸모 없이 지내고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내 마음속 어느 깊숙한 곳에서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위의 문장에서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를 직유법으로 바꾸어 보는건 어떨까? 내 뒤통수를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문장도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쳤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이렇게 쓸모 없이 지내고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생각이, 내 마음속 어느 깊숙한 곳에서 뒤통수를 내리쳤다.
다음 문장도 직유법을 잘 쓰고 있다.
나의 미래는 뿌연 안개에 가려져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을 은유법으로 바꾸어 보도록 하자.
나의 미래는 뿌연 안개이다.
5. 비유는 글쓴이의 개성에 따라 다르다. 직유법과 은유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직유법은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어 친근하고 소탈한 반면, '같이','처럼','듯이','마냥' 등의 연결고리를 붙이기 때문에 조금은 너덜너덜해 보인다. 이에 비해 은유법은 그 연결 고리를 생각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그런만큼 은유법은 좀 거만해 보이고 쌀쌀해 보인다고 할까. 하지만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훌륭하다고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둘 다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니까. 글을 쓰면서 직유법으로 쓸 것인가, 은유법으로 쓸 것인가 하는 것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뿐이다.
생각해 봅시다.
1. 비유법 중에서 가장 소박하고 단순한 것은 직유법이다. 이 직유법에는 반드시 연결 고리가 사용된다. 그렇다면 그 문장이 직유법을 쓰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릴수 있는 그 연결고리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아는대로 적어보자.
2. '내 마음은 호수요'나,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등은 은유법의 대표적인 예 들이다. 이 문장을 직유법으로 바꾸어 보고 은유법과 직유법은 djEJs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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