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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한달 전부터인가 어슬렁거리며 만년필을 주웠다 던졌다 하다가
다시 침대로 들어가 버렸죠.
아마도 뭔가 쓰고 싶었나 봐요.
두 번째 여행에서도 종이와 펜은 따라갔지만 단 한 글자도 못 적고 일주일을 돌았죠.
집에 돌아와 짐을 풀며 노트와 펜은 또 그 자리에 던져졌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버렸죠.
아무것도 아무도 그 무엇도 변한 건 없고.......
식물들을 씻고 물도 갈고 죽은 놈은 떼 내고
거실도 이 방도 저 방도 청소하고 곰팡이 설은 그릇들도 좀 설거지하고
쓸데없이 냉장고 한번 열었다 닫고 빨래는 내일 하지 뭐. 하고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 버렸죠.
눈이 옵니다. 아주 많이.
이틀 전 거제도에 있었는데 그 강풍을 몸으로 느껴보니 신선했어요.
비가 따귀 때리듯 때리고 나뭇잎들이 사정없이 날아오고,
심지어 해변을 걷기가 불가능 할 정도였죠.
그 때 저 물에 들어가면 물 밖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났죠.
밖은 무서워도 물속은 평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났죠.
준비했던 이별이 준비하는 사별로 가면
누구 하나는 미쳐가요.
시커먼 냉장고를 열고 소주 두 병을 꺼내 오는데 쪽팔리더군요.
오는 길에 욕실 거울과 마주쳤거든요.
저게 나인가. 저 모습이 나였던가.
손에 든 소주병이 파르르 떨립디다.
마시고 나니 편해졌어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써요.
담배도 맛나고요.
쓰다가 눈물이 나면 침대로 들어가 버리면 되죠.
언제쯤 다시 펜을 들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아요.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쓰고 싶으면 쓴답니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오늘처럼 추하게
술을 훔쳐오듯
가져와 먹기도 하잖아요.
쓰기 싫어서 안 쓰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써봐야 쓰레기라 안 쓰는 게죠.
도를 정도로 닦은 자는
나쁜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지요.
어느 날 휘리릭 저 침대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끝이겠죠.
더 이상 이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놈도 없고
시커먼 냉장고에서 훔치듯 소주를 터는 놈도 없고
조용히 먼지 내린 방안을
커튼 사이로 진리라는 빛이 쪼아 댈 때 나는 참으로 사라지고 없겠죠.
아직은 숨 쉬니까.
산 자들의 세상에 살아가니까.
대체 이게 살아있는 것인가.
고민할 필요 없죠.
다시 침대로 들어가면 되죠.
언젠가 정제된 문학으로 저 침대를 쓰겠죠.
간 만에 넋두리였습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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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님에게 달린 댓글
읽어 주셔 고맙습니다. 지금은 잘 지내려 노력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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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글로 쓰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분이 너무 힘들어 하는걸 지켜보는 건
글로 보는것도 슬프네요
인생은 왜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는 걸까요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길 바랍니다.
2018년 글이라 지금은 어떠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