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문화의 이해 - 공일주
3. 언어의 이중구조
양층언어
아랍사회에서는 상층과 하층 간의 기능적인 언어구분이 뚜렷하다. 가령 쉽게 말하면 쿠란에서 내려오는 아랍어는 문어체로서 상층어에 해당되고, 실제 오늘날 아랍 각 지역에서 쓰이는 아랍어는 하층어에 해당된다. 그래서 상층어는 사원의 설교, 국회연설, 라디오와 텔레비전 뉴스방송, 신문사설, 보도기사, 시 등에 쓰이고, 하층어는 하위직 직종을 가진 가진 하인, 웨이터, 근로자에게 지시를 내릴 때, 가족, 친구, 동료와 대화할 때, 그리고 라디오 연속극 및 서민문학에 쓰인다. 또, 아랍어에서 고전 아랍어와 현대 표준 아랍어는 상층어이고 다양한 지역방언과 구어체 아랍어는 하층어이다. 현대 표준 아랍어는 고전 아랍어의 많은 기능을 떠맡고 있으나, 어휘, 문체에서 서로 다르다. 특히 상층어와 하층어 중에서 상층어는 사회적 선망을 얻게 되는데, 그 예로 쿠란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상층어를 쓰려 하며, 또 상층어는 아랍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해 주고, 고전작품이 갖는 우위성을 지닌 아랍문학의 문학어로 간주된다. 상층어와 하층어의 또다른 차이는 아랍인은 하층어를 어릴 적부터 배운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는 상층어도 동시에 배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전혀 배울 수 없다. 따라서, 상층어는 교육을 통해 배우고 하층어는 습득된다. 하층어는 상층어에서 배운 낱말들을 차용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특히하층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공식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 결과 상층어의 어휘가 하층어에 혼합된다. 심지어 학식있는 아랍의 대학교수들마저 고전 아랍어도 아니고 방언도 아닌 구어체 교양 아랍어를 쓰고 있다.
오늘날 아랍에서 가르치는 아랍어는 현대 표준 아랍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랍의 많은 학자들은 고전 아랍어가 쿠란의 언어이고, 구어체 방언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과 논리성과 풍요로움을 지녔으므로, 고전 아랍어가 가장 이상적인 교육어라고 한다. 따라서, 고전 아랍어가 마땅히 교육되어야 하고, 고전 아랍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만 구어체 방언이 가르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필요성에 따라 “왜 학습자가 아랍어를 배우고 싶어하는가? 배운다면 어느 종류의 아랍어가 해당 학습자에게 가장 적절한가? 즉, 고전 아랍어인가? 현대 표준 아랍어인가? 혹은 구어체 방언이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방언이 되어야 할까?” 등의 사회 언어학적 질문이 요구된다. 가령, 아랍에서 농사짓는 농부에게 고전 아랍어나 현대 표준 아랍어는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다는 그가 속한 지역의 방언만이 의사소통에 적합하다. 반면에, 아랍에서 업무를 수행하려는 외교관은 현대 표준 아랍어의 습득 없이는 전문가로서의 업무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힘들다. 그리고 현대 표준 아랍어를 공부해야 뉴스나 잡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쿠란이나 문학작품, 아랍시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전 아랍어의 원화자(Native Speaker)는 오늘날 존재하지 않고 고전 아랍어가 쓰이는 지역도 없다. 또, 현대 표준 아랍어는 현대라고는 하지만, 그 현대의 개념으로 보아 10년 전 또는 20년 전의 작품이나 교재에 쓰인 어휘나 문체도 현대의 어휘, 문체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현대 표준 아랍어의 원화자도 없고 사용지역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구어체 방언은 현재, 아랍 각 지역에 쓰이며, 원화자도 존재한다. 결국, 아랍의 22개국에 1억 8천만 이상의 원화자가 쓰고 있는 아랍어는 각 나라마다 다르고 한 나라안에서도 각 지역마다 다른 구어체 방언의 화자라는 사실이다. 아랍인들 사이에는 은근히 자기가 쓰는 방언이 표준어에 근접해 있다고 우겨댄다. 어쨌든 아랍인들 사이에 일치된 여론은 상층어, 즉 현대 표준 아랍어가 현대적 필요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고전 아랍어와 현대 아랍어는 글로 나타내므로 문어체이고, 각국의 방언은 구어체이다. 문어체 아랍어와 각 나라에서 쓰이는 아랍어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긴 구어체 교양 아랍어는 자연히 우세한 방언의 요소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현대 표준 아랍어는 현대의 문학, 저널리즘, 텔레비전, 라디오, 뉴스, 과학과 기술, 저작, 행정과 외교 등에 쓰이는 문어체이다. 이 문어체 아랍어가 아랍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을 걸쳐 그 차이를 확대시켜 왔을지라도 현대 표준 아랍어는 쿠란이나 중세 아랍문학에 쓰인 고전 아랍어에서 문법론의 대부분을 공유한다. 이 같은 아랍어의 상층어는 점차 그 모습을 갖추어 현대 아랍어 또는 표준 아랍어라고 아랍인 학자들이 일컫게 되었고, 그 밖의 아랍어 학자나 아랍어 방언 학자들은 현대 표준 아랍어라 일컬었다. 아랍지역에는 위와 같은 아랍어만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아랍어외에도 그들의 일상생활에 또 다른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8세기 이후, 아랍인의 정복으로 아라비아 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두 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었는데, 오늘날 아랍어와 함께 베르베르(Berber)어를 쓰는 나라는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모로코이며, 이 곳의 베르베르인은 약 1200만,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이중언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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