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1. 창업의 문
귀머거리, 미치광이 흉내로 일관한 권절
권절(1422-?)의 본관은 안동이고, 자는 단조, 호는 율정이다. 어릴 적부터 얼굴이 빼어나고 힘이 장사여서 남이장군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으며 많은 책을 읽어 두루 박식하였다. 세종 29년(1447)에 문과에 합격하였다. 세종은 그의 재주가 문무를 겸한 것을 보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더 익히게하여 사복시 직장을 제수하고 집현전 교리로 뽑았다. 세조가 대군으로 있을 때 자주 그의 집에 와서 장래의 일을 이야기하였는데, 권절은 귀먹은 척하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세조가 즉위한 후 그의 재주를 아껴서 첨지중추부사로 선발하고 궁중 수의를 맡겼으나 권절은 미친 척하고 그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국가는 태평하고 성주는 만수하소서!" 그는 일생 동안 벼슬을 하지 않고 이렇게 보냈다.
숙종 30년(1704)에 이조 판서에 증직되었다. 시호는 충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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