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여든아홉번째 이야기 - 세 마리 물고기
남해의 수위가 어느 날 갑자기 높아져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들게 되었다. 그때 운이 나쁜 물고기 세 마리가 파도에 휩쓸려 해변의 작은 웅덩이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자 물고기들은 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했다.
"우리들은 지금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파도가 몰아칠 때 있는 힘을 다해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앞쪽에 고기잡이 배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물고기들은 감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큰 파도가 웅덩이에 몰아쳤을 때 첫 번째 물고기가 먼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훌쩍 솟구쳐 배를 뛰어넘어갔다. 두 번째 물고기는 수초 아래 숨어서 천천히 배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 그러나 세 번째 물고기는 망설이며 왔다갔다 하다가 힘을 다 써 마침내 어부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첫 번째 물고기는 곧이어 닥칠 위험을 예상했기에 죽을 힘을 다함으로써 살 수 있었던 것이고, 두 번째 물고기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물고기는 작은 웅덩이가 일시적으로 안전할 뿐임에도 우유부단하게 망설이다가 기력을 다 잃고 어부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출요경>
아흔번째 이야기 - 독나무의 뿌리
옛날에 공원을 관리하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공원에는 독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공원에 놀러온 수많은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두통 내지 복통을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그 사내는 독나무가 바로 그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도끼를 들고 가서 그 줄기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독나무는 예전과 똑같이 자라났고 도리어 나뭇잎이 더욱 무성해졌다. 또다시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어떤 사람이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그 나무 아래로 와서 땀을 식혔다. 그러나 그 사람은 땀이 다 마르기도 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내는 다시 도끼를 가지고 가서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러나 독나무는 죽기는커녕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었다. 사내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독나무를 베어보았지만 독나무는 끊임없이 자랐다. 결국 그 독나무 밑에서 땀을 식히던 사람들과 심지어는 그 사내의 부모형제와 친척까지 모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내는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비통하게 생각하며 그 지방을 뜨기로 했다.
다른 지방을 향해 길을 가던 도중 그 사내는 한 현인을 만났다. 현인은 그 사내의 얼굴이 수심에 가득차 있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사내는 독나무에 얽힌 슬픈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현인이 그 사내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건대 당신이 당한 일은 모두 당신 자신이 자초한 일이오! 물을 막고자 하면 반드시 제방을 튼튼히 쌓아야 하는 법이고, 나무를 베려면 마땅히 그 뿌리를 뽑아야 하는 법이오. 당신은 독나무가 잘 자라게 도와준 것이나 다름없소. 빨리 돌아가서 독나무의 뿌리를 파버리면 다시는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없을 것이오."
<출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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