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1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용맹이 지나치면 제명까지 살지 못한다 - 자로
공자가 자로에 대해 평하였다. "자로는 용기를 좋아하는 것에서 나를 앞서는데, 그것을 알맞게 사용하는 법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자로와 같이 강직한 성품에 용맹이 지나친 사람은 제명까지 살기 어렵다.
공자보다 9세 아래인 자로는 제자들 중에서 가장 성격이 거칠고 용맹스러우며 황소고집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수탉의 깃으로 만든 관을 쓰고, 수퇘지 가죽으로 만든 띠를 두르고 다녔다. 자로는 처음 공자를 만났을 때, 그를 업신여기고 포악한 짓을 서슴없이 행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예를 갖추어 베풀고 좋은 말로 이끌어 그를 제자로 삼았다.
"군자에게도 용기란 것이 있습니까?"
어느 날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군자는 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군자가 용기만 좋아하고 의리가 없다면 나라를 어지럽히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의리가 없으면 도둑이 된다."
자로는 스승으로부터 한 가지 교훈을 들으면 그것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는 교훈을 실천하기 전에 다시 새로운 교훈을 듣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하였다. 공자는 자로의 인물 됨됨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했다.
"자로는 한 마디의 말을 듣지 않고도 송사가 걸린 문제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용기를 좋아하는 것은 나를 앞서는데, 그것을 알맞게 사용하는 법은 모르고 있다. 따라서 자로와 같이 강직한 성품에 용맹이 지나친 사람은 제명까지 살기 어렵다. 자로는 다 떨어진 헌 무명옷을 입고서도 여우털이나 담비털로 만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 앞에 당당하게 나설 줄 안다. 그러나 자로의 학문은 마루에 올라왔으나, 아직 방안까지 들어오지는 못한 상태다."
자로가 위나라 대부 공회 밑에서 읍재라는 관직을 맡고 있을 때였다. 일찍이 위나라의 왕 영공에게는 남자라는 애첩이 있었다. 태자 괴외는 남자에게 죄를 짓고 주살될 것이 두려워 다른 나라로 도망쳤다. 영공이 죽고 나서 남자는 자신의 아들 영을 왕으로 세우려 했으나, 영은 이를 거절하고 망명한 태자의 아들 첩에게 제위를 양보하였다. 이렇게 하여 괴외의 아들 첩이 위나라 왕이 되었는데, 그가 바로 출공이다. 그런데 출공은 즉위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망명한 아버지 괴외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왕위를 내놓기 싫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괴외가 대부 공회에게 반란을 일으키자고 제의하였다. 공회는 이를 받아들이고 군사를 일으켜 출공을 내쫓았다. 이렇게 하여 괴외가 왕위를 계승하였는데, 그가 바로 장공이다. 이처럼 위나라에 반란이 일어났을 때 마침 자로는 성안에 없었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출공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길에, 자로는 마침 자고를 만났다. 자고 역시 공자의 제자로 위나라 대부였다.
"반란이 일어났다는데 자네 지금 어딜 가나?"
자로가 물었다.
"이미 늦었네. 대왕(출공)은 달아나고 성문도 굳게 닫혔네. 어서 도망가세. 여기서 어물쩡거리다가는 반란군에게 잡히고마네."
"나라의 봉록을 먹는 자가 어찌 이런 환난을 보고 도망칠수 있단 말인가?"
자로의 말을 듣고도, 자고는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할 수 없이 자로는 혼자서 성으로 달려갔다. 자로가 바라보니, 왕위에 오른 괴외는 공회와 함께 높은 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주군께서는 어찌 반역자 공회와 함께 계십니까? 청컨대 그를 제게 내어주십시오. 이 손으로 죄인을 죽이겠습니다."
자로가 소리쳤다. 그러나 괴외는 공회와 같이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자로에게 공신을 내줄 리 만무하였다. 화가 난 자로는 대에 불을 질러 위로 타오르게 하였다. 위험을 느낀 괴외는 휘하의 장수 석걸과 호염을 시켜 자로를 베어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많은 군사들이 자로를 에워싼 가운데 칼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자로는 혼자이고 상대는 수도 없이 많았다. 어느 순간 상대 군사 중 한 명의 칼이 자로의 갓끈 한쪽을 끊어놓았다.
"잠깐!"
그때 자로는 상대의 공격을 저지시켰다.
"아니, 뭐야?"
공격을 하려던 군사들이 멈칫하였다.
"군자는 죽을 때에도 갓을 벗지 않는다!"
자로는 끊어진 갓끈을 다시 고쳐맨 뒤에 반란군의 칼에 찔려 죽었다. '자로가 용맹이 지나쳐 제명까지 못산다'고 한 공자의 말은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용기 : 진정한 용기는 지혜로운 용기다. 용맹이 지나치면 자신의 뜻을 펼치기도 전에 일을 그르치게 된다. 용기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알맞게 부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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