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길상의 상 - 서무귀
자기에게는 아들이 여덟 명 있었다. 그들을 앞에 불러놓고 구방인*을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내 아들들의 상을 봐주시오, 누가 복된가를." 구방인이 대답했다. "곤이 복됩니다." 자기는 깜짝 놀라 기뻐하며 말했다. "어째서 그렇소?" "곤은 장차 임금과 같은 음식을 먹으며 일생을 마칠 것입니다." 자기는 놀라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내 자식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구방인이 말했다. "무릇 임금과 같이 먹으면 그 은택이 삼족에까지 미치는데, 하물며 부모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지금 선생이 이 말을 듣고 우는 것은 복을 막는 것입니다. 아들은 복되나 아버지의 상은 불길합니다." 그러자 자기가 말했다. "구방인, 그대가 무엇을 안다고 곤을 복되다 하는 거요? 술과 고기는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나는 거요. 그대가 어찌 그 복이 연유하는 까닭을 알겠소? 내가 일찍이 짐승을 기른 적이 없는데 암양이 집의 서남쪽에서 나오고, 사냥을 좋아하지 않는데 메추라기가 집의 동남쪽에서 나온다면, 그대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소? 나는 내 자식들과 함께 그저 하늘과 땅에서 사는 거요. 즐거움을 하늘에서 얻고, 먹는 것을 땅에서 얻소. 우리는 남과 함께 하지 않으며, 함께 꾀하지도 않고 이상한 짓을 하지도 않았소. 나는 자식들과 함께 하늘과 땅의 정성에 힘입었고, 만물과 서로 얽혀 있지 않소. 나는 애들과 한결같이 자득한 모습일 뿐, 남과 함께 일의 됨됨이에 관해 어떻다 논하지 않았소. 그런데도 세속의 보상이 있을 수 있소? 무릇 괴이한 조짐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괴이한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오. 이것은 아마 나나 내 자식의 죄가 아니라 하늘이 준 게 아닌가 하오. 그래서 우는 거요." 얼마 안 있어 곤은 연나라에 가게 됐는데, 도중에 도둑에게 잡혔다. 그들은 곤을 온전히 팔기는 어려우니 발을 자르면 되겠다고 하여 그의 발을 잘라 제나라에 팔았다. 그는 마침 거공에게 팔려 문지기가 되었으나 몸은 고기를 먹으며 일생을 마쳤다.
* 구방인 : 이름난 관상쟁이인데, 말의 관상을 잘 본 사람이라고도 한다. * 지경 : 원문운 극. 극과 통하여 '불행'을 뜻한다. * 문자기 : 원문은 가. 규와 통하여 '문지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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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곽자기에게는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자기는 아들들을 불러 모아놓고, 관상술의 대가인 구방인을 불려들였다.
"자식들 중에서 누가 제일 행복하게 될지 점쳐보아 주시오." "곤이란 아드님이 제일 행복하게 되겠습니다." 자기는 매우 기쁜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에게 어떤 좋은 상이 나타나 있소?" "이 아드님은 머지않아 임금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신분이 되어 평생을 안락하게 보낼 것입니다."
자기는 금세 얼굴빛이 변하며 눈물을 흘렸다.
"내 자식이 그런 불행 속에 떨어질 줄이야……." "무슨 그런 말씀을. 국왕과 같은 음식을 들 수 있는 처지가 되면 그 혜택이 일가 친척에게도 미치게 될 터인데, 더구나 부모의 행복이야 얼마나 크겠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눈물을 흘리시는 것은 자진해서 행운을 사양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드님에게는 좋은 상이 나타나 있으나, 슬프게도 아버님 되시는 당신에게는 불길한 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구방인이 안타까운 듯 말하자 자기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대체 뭘 안다고 내 자식이 행복하게 될 거라는 거요? 당신에게 보이는 것은 고작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뿐,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 그 까닭은 모르고 있지 않소? 지금까지 가축을 기르거나 사냥한 일이 없는 우리집에 갑자기 암양이 서남쪽에서 태어나고, 메추라기가 동북쪽에서 태어났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겠소? 나는 자식들과 함께 천지 자연 속에 놀면서 있는 그대로의 생활에 만족해왔소. 우리들은 다같이 세속에 사로잡히지 않았고, 지혜나 꾀를 쓰는 일도 없었으며, 세상을 놀라게 한 행동도 없었소. 천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밖의 일로 인해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없이 살아왔소.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일은 되어가는대로 맡겼을 뿐, 이것저것 좋은 것을 선택하는 일이 일절 없었소. 그런 우리들에게 세속적인 보상이 주어질 리가 있소? 이상한 징조가 나타나는 자에게는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는 법이오. 그 같은 일을 한 기억조차 없는 우리 부자에게 그런 이상한 징조가 나타난 것은 아마 하늘이 준 운명일 것이오. 이것을 슬퍼하지 않으면 어쩌겠소?"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자기는 곤을 연나라로 보냈는데, 곤은 도중에 산적을 만나 붙잡히고 말았다. 산적들은 젊은 곤을 그대로 두면 도망칠 염려가 있다고 생각해 그의 다리를 자른 다음 제나라에 팔아넘겼다. 거공에게 팔려가 문지기가 된 곤은 구방인의 예언대로 임금과 같이 고기를 먹으며 그 생애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