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도가와 유가 - 전자방
온백설자* 가 제나라로 가던 중 노나라에서 묵었는데, 노나라 사람 중 뵙기를 청하는 자가 있었다. 온백설자가 말했다. "안 된다. 중국의 군자는 예의에는 밝으나 사람의 마음을 아는데는 어둡다고 들었다. 나는 만나고 싶지 않다." 제나라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노나라에서 묵게 되자 이 사람이 다시 만나기를 청했다. 온백설자가 말했다. "먼젓번에도 나를 보기를 청하더니, 지금 또 내게 만나자고 하는구나. 이는 반드시 나를 깨우치려 하는 것일 게다." 나가서 그 손님을 만나고 들어오더니 탄식을 했다. 그 이튿날도 손님을 만나고 와 또 탄식하자 심부름꾼이 물었다. "손님을 만나고 올 때마다 반드시 탄식하시니 어쩐 일이십니까?" 그는 말했다. "내가 전부터 너에게 말하지 않더냐? 중국의 백성은 예의에는 밝으나 사람의 마음을 아는 데는 어둡다고. 아까 내가 본 사람은 나오고 물러감이 하나는 규를 이루고, 하나는 구를 이루었다.* 또 종용함이 한편으로는 용과 같고, 한편으로는 범 같았다. 나를 간하는 것은 자식과 같고, 나를 타이르는 것은 아비와 같았다. 그래서 탄식하였다." 그를 만나본 중니는 말이 없었다 자로가 물었다. "스승께서는 온백설자를 보고 싶어한 지 오래되셨는데, 보고도 말하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중니가 말했다. "그와 같은 사람은 눈으로 보아도 도가 있었다. 역시 말로는 어떻다고 할 수가 없구나."
* 온백설자 : 온백이 성이고, 이름은 설자. 남쪽의 어진 사람. 초나라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 하나는 규를.... 이루었다 : 규는 그림쇠, 구는 곱자로서, '법도'를 가리킨다. 즉 법도에 알맞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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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백설자가 제나라로 가던 도중 노나라의 도읍에서 묵게 되었다. 그 소문을 듣고 재빨리 만나기를 청해온 사람이 있었으나 온백설자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나는 거절하겠다. 이 지방의 선생들은 도덕이니 예법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몹시 자상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관해서는 무척 둔감하다고 들었다. 그런 자들은 만나고 싶지 않다."
제나라에서 돌아오는 도중 다시 노나라에서 묵게 되었는데, 앞서 찾아왔던 자가 다시 만나기를 청했다. "한 번 거절을 당하고도 거듭 만나자는 것을 보니 끝까지 나를 깨우쳐줄 생각인 모양이다."
이렇게 말한 온백설자는 그를 딴 방으로 불러들여 만났다. 그리고 그를 보내고 돌아와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튿날 다시 그를 만난 뒤에도 온백설자는 여전히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물었다.
"그분만 만나면 으레 한숨을 쉬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음, 앞서도 말하였듯이 이 지방 사람들은 도덕이니 예절이니 하는 것에만 까다로울 뿐, 사람의 심리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아까 그자 역시 행동거지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훌륭했다. 풍채도 당당해서 임금을 능가할 만한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어버이가 자식을 대하듯 간절하고 정답게 나를 타일러주었기에 자연 한숨이 나왔다."
온백설자가 만난 사람은 바로 공자였다. 공자는 집으로 돌아오자 한 마디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궁금하게 여긴 자로가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온백설자를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셨으면서 그 원을 푼 이제 아무 말씀도 없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그는 듣던 것보다 뛰어난 인물이었다. 한 번 보기만 해도 전체가 도 그 자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도저히 말로는 그를 설명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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