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어리석은 일 - 지락
천하에 지락이 있을까, 혹은 없을까? 몸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없을까?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의거하며,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처하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리며, 무엇을 즐겨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는가? 무릇 천하가 존경하는 것은 부귀와 수선*이다. 좋아하는 것은 몸을 편히 하고 맛있게 먹으며, 아름답게 입고 좋은 색깔을 보며,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빈천과 요악*이다. 싫어하는 것은 몸이 안일하지 않고 입이 좋은 맛을 얻지 못하며, 형체가 좋은 옷을 입지 못하고 눈이 좋은 색을 보지 못하며, 귀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얻지 못하면 근심하여 우울해진다. 형체를 위하는 이런 것들은 어리석은 일이다.
* 수선 : '수'는 오래 사는 것, '선'은 남에게 칭찬받는 것을 말한다. * 요악 : '요'는 일찍 죽는 것, '악'은 남에게 비난받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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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지극히 즐거운 일이 있을까, 없을까? 자기 몸을 안전하게 살리는 길이 있을까. 없을까? 그런 것이 있다고 하면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무엇에 의거하며,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거처하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멀리 하며,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싫어할 것인가? 무릇 천하에서 높이 치는 것은 부귀와 수선이며, 즐기는 것은 한 몸의 안락함과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의복과 좋은 빛깔과 듣기 좋은 음악이다. 또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은 가난하고 천한 것과 일찍 죽는 것,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은 몸이 편치 못하고 맛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 아름다운 옷을 입지 못하고 좋은 빛깔을 보지 못하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일 그것들을 얻지 못할 때는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마련이니, 이야말로 한 몸뚱이만 위하는 어리석은 짓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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