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하늘이 길러준다 - 덕충부
인기지리무신*이 위영공에게 설명했다. 영공이 말을 듣고 온전한 사람을 보니 그 목이 야위고 가늘었다. 옹앙대영*이 제환공에게 설명했다. 환공이 말을 듣고 온전한 사람을 보니 그 목이 야위고 가늘었다. 그러므로 덕이 커지면 외형을 잊게 된다. 사람이 잊을 것은 잊지 않고 잊지 않을 것은 잊으니, 이것이 정말로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인은 노니는 곳이 있어 앎을 곁순*으로, 규범을 아교풀로, 덕을 붙들어매는 것으로, 기교를 장사하는 것으로 안다. 성인은 꾀하지 않으니 어찌 지식을 쓰며, 쪼개지 않으니 어찌 아교풀을 쓰며, 잃을 것이 없으니 어찌 덕을 쓰며, 파는 일이 없으니 어찌 장사를 하겠는가? 이 네 가지는 천국이며, 천국이란 하늘이 기르는 것이다. 이미 양식을 하늘에서 받았는데, 어찌하여 다시 인간의 노력을 하겠는가? 사람의 형체는 가졌으나 사람의 정이 없다. 사람의 형체를 가졌으므로 사람과 함께 사나,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시비가 없다. 미미한 것은 사람에게 속했기 때문이나, 크고 위대한 것은 홀로 하늘의 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 인기지리무신 : 가공의 인물로서, '인기'는 다리가 굽은 것, '지리'는 꼽추, '무신'은 언청이를 가리킨다. * 옹앙대영 : 가공의 인물로서, 큰 혹이 달린 추한 사람을 말한다. * 곁순 : 원문은 얼로서, 본뜻은 '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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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에다 꼽추, 언청이까지 겸한 인기지리무신이 위영공에게 도를 말했다. 영공은 이 불구자의 말에 감동하여, 그 뒤로는 육신이 온전한 사람을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 목에 큰 혹이 달린 옹앙대영이 제환공에게 도를 말하니 환공 또한 이 불구자의 말에 감동하여, 그 뒤로 육신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런 예로 알 수 있듯이 덕이 뛰어나면 외형을 잊게 된다. 반대로 외형에 사로잡히면 덕을 잊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정말 망각이다. 따라서 성인은 아무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다. 지식도 쓸데가 없고, 규범은 사람을 구속하는 아교풀이며, 세속적인 도덕은 허식에 불과하고, 기교도 장사의 수단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이 어찌 성인을 괴롭히겠는가? 지식과 규범, 도덕과 기교는 천국인 것이다. 하늘이 길러주는데 새삼 인위를 필요로 하겠는가?
성인은 사람의 형태를 취하지만 인간의 욕정은 갖고 있지 않다. 사람의 형태를 지닌 까닭에 인간 사회에서 살고 있으나 욕정이 없으므로 시비의 대립을 초월해 있다. 성인도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미미한 존재이지만 자연의 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는 한없이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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