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추남 애태타 - 덕충부
노애공*이 중니에게 물었다.
"위에 애태타라는 악인*이 있었소. 남자도 그와 같이 있으면 사모하여 떠날 줄을 모르고, 여자가 보면 부모에게 청하기를,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선생의 첩이 되리라.'하는 사람이 이미 수십 명이었소. 그러나 일찍이 그가 외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고, 항상 남과 화목할 뿐이었소. 군왕의 지위로 죽을 사람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고, 모은 녹으로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오. 또 그 추함은 세상을 놀라게 하지만 외치지 않고 어울릴 뿐이며, 지식이 나라 안에 그치는데도 남녀가 앞에 모이는 것은 반드시 특이한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오. 과인이 불러보니 과연 천하를 놀라게 하는 추남이었소. 과인과 함께 지낸 지 몇 달이 안 되어 그의 인품에 호의를 갖게 되었고, 1년이 못 되어 과인은 그를 신뢰하게 되었소. 나라에 재상이 없어 과인은 그에게 국정을 맡기려 했소. 민망한 듯이 뒤에 대답하는데, 망설이는 것이 사양하는 것 같았소. 과인은 쑥스러웠으나 가까스로 나라를 맡겼는데, 얼마 안 되어 과인을 떠나가버렸소. 과인은 무엇을 잃은 듯 걱정이 되고, 이 나라를 다스리며 함께 즐길 사람이 없는 듯하오. 그는 어떤 인물이오?"
중니가 대답했다.
"저는 일찍이 사신으로 초에 갔었습니다. 마침 돼지 새끼가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것을 보았는데, 잠시 후에는 놀라 달아났습니다. 자기들을 보지 않으며, 자기들과 다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미를 사랑하는 것은 그 형체를 사랑함이 아니라, 그 형체를 부리는 본질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전사자를 장사 지낼 때는 삽*을 보내주지 않고, 월자는 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이것은 다 그 근본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천자를 모시게 되면 손톱을 깎거나 귀에 구멍을 뚫지 않고, 새신랑은 바깥 일을 쉬며, 관청에서도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형체를 보존하는 것도 족히 그와 같은데, 하물며 덕을 온전히 아는 사람이겠습니까? 지금 애태타는 말을 안해도 믿고, 공이 없어도 친하게 되면, 사람으로 하여금 나라를 주게 만들고도 받지 않을까 염려하게 합니다. 반드시 그는 재능이 온전하고, 덕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애공이 물었다.
"무엇을 가리켜 재주가 온전하다고 하오?" "사생 존망, 궁달 빈부, 현명함과 우매함, 비난과 칭찬, 기갈과 한서 등은 사물의 변화이고 운명의 움직임이기에 밤낮으로 눈앞에서 번갈아 일어나도 그것의 시작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화를 어지럽히지 않고 올바른 마음을 꾸준히 유지하면 만사는 봄과 같이 됩니다. 사물과 접촉하여 그 마음에 때를 만드니, 재능이 온전하다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가리켜 덕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오?" "물이 완전히 멈추어 있을 때가 가장 평평하기 때문에 이를 표준으로 삼습니다. 안에 간직하고도 밖으로 흔들리지 않지요. 덕은 조화를 이루는 수양인데, 덕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으면 만물이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애공은 훗날 민자*에게 말했다.
"처음 내가 남면을 하여 천하의 임금이 되었을 때는 백성의 기강을 바로 잡고 그들의 죽음을 근심하는 것으로 내가 할 일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소. 이제 지인의 말을 들으니 나는 자격이 없으며, 행동을 경솔히 하여 나라를 망칠까 두렵소. 나와 공구는 군신이 아니라 덕으로 맺은 친구일 뿐이오."
* 노애공 : 노나라의 제25대 왕. 삼환이라 불리는 공족 삼가에 의해 추방당했다. * 악인 : 용모가 추악한 사람. * 삽 : 전쟁에서 세운 공을 기리는 장식물. * 민자 : 민자건. 공자의 제자.
******************************************************************************
노예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위나라에 애태타라는 지극히 못생긴 사내가 있었소. 그와 잠시만 같이 있어도 남자는 그를 사모하여 떨어지지 못하고, 여자는 첩이라도 좋으니 옆에 있게 해달라고 부모를 조른다 했소. 그러나 이 사내는 남의 비위만 맞출 뿐, 자기의 의견을 주장하는 일이 없다는 거요. 재산도 권력도 없는데다가 천하에 다시 없는 추남이지만 모두가 사모하니 특출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불렀다오. 과연 소문과 같이 세상에 보기 드문 추남이었소. 그러나 나는 함께 지낸 지 몇 달이 채 못 되어 그에게 호의를 갖게 되었고, 1년이 안 되어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게 되었소. 마침 재상 자리가 비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국정을 맡기려 했소. 그러나 명백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소. 그 담담한 태도에 쑥스럽기는 했으나 가까스로 국정을 떠맡겼는데, 얼마 안 되어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소. 나는 마음이 허전하여 무엇을 잃은 것만 같구려. 나라를 다스리며 같이 즐길 사람이 다시는 없을 것 같으니, 대관절 그는 어떤 인물이오?"
공자가 대답했다.
"제가 초나라에 갔을 때, 새끼 돼지가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끼 돼지는 곧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살아 있을 때의 어미가 아님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새끼 돼지는 어미의 몸이 아니라 그 마음을 사랑한 것입니다. 전사자의 관에는 삽을 꾸미지 않고, 월자는 산에 관심이 없습니다. 외형보다 내용을 소중히 하기 때문입니다. 천자를 모시는 여자에게는 몸에 장식을 못하게 하고, 새신랑은 바깥일을 쉬며, 공적인 일도 면제받습니다. 이것은 다 몸을 보존하려는 것입니다. 사람이 형체를 유지하는 것도 이와 같은데, 온전한 덕을 보존하는 것은 말할 나위조차 없지 않겠습니까? 애태타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도 남이 믿게 하고, 공적이 없이도 호감을 샀습니다. 또 나라를 맡기게 하고도 오히려 거절할까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태타는 천성대로 사는 덕의 소유자임에 분명합니다."
애공이 물었다.
"온전한 재능이란 어떤 것이오?" "사생과 존망, 곤궁과 영달, 현명함과 우매함, 비난과 칭찬, 기갈과 한서 따위는 모두 현상이 변화하는 모습이고 운명의 표현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우리들 앞에 전개되지만 인간의 지혜로는 그 인과 관계를 알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 없이 모든 것을 자기의 운명으로 알고 마음을 즐겁게 가져, 일체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만이 무한히 변화하는 바깥 세계에 대해 항상 새로운 조화를 창조해나갈 수 있습니다. 온전한 재능이란 바로 이러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면 덕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오?" "멈춰 있는 물이 사물의 높이를 계산하는 기준이 됩니다. 물은 본성을 안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밖으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수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덕이란 만물과 일체가 되어 그것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덕의 소유자는 괸 물과 같아서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뒷날 애공은 민자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최상의 정치라고 믿고 있었소. 그러나 공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는 임금이라는 명성만이 있을 뿐, 덕을 지니지 못했음을 깨달았소. 나는 비로소 가볍게 행동하여 나라를 망치는 일이 없을지 두려워하게 되었소. 그것을 가르쳐준 공자는 나의 신하가 아니라 내가 덕을 닦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