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我介然有知, 行於大道, 唯施是畏, 大道甚夷, 而民好徑, 朝甚除, 田甚蕪, 倉甚虛, 服文綵,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是謂道과, 非道也哉.
사아개연유지, 행어대도, 유시시외, 대도심이, 이민호경, 조심제, 전심무, 창심허, 복문채, 대리검, 염음식, 재화유여, 시위도과, 비도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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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셋째 장
직역
나에게 잠깐 동안 지혜가 생겨서, 대도를 행하하고 한다면 늦출까 그것이 두렵다. 큰 도는 대단히 평탄한데, 사람들은 샛길을 좋아한다. 조정이 매우 깨끗할 때 밭은 잡초가 무성하고, 창고가 텅 비어있다. 복장이 아름답고, 허리에 날카로운 칼을 두르고, 실컷 먹고 마시고, 재화에 남음이 있다. 이들을 일컬어 도적이라 한다. 도가 아니다.
해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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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만약 나에게 조그마한 지혜라도 있어서 위대한 도를 행할 수 있다면, 그때에는 오로지 작위 함이 있을까 두려워 할 것이다. 위대한 도는 매우 평탄한데도 백성들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궁궐은 깨끗한데 백성들의 논밭에는 풀이 무성하고, 창고는 비어 있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오색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비단 옷을 입고, 예리한 칼을 차며, 맛있는 음식도 싫증을 내며, 재물을 넘치도록 가지고 있으니, 이것은 바로 도둑의 사치이지 도가 아닌 것이다.
주
개연: 조그마한, 미세한. 시: 인위, 작위를 뜻함. 시를 이의 차자로 보고 바르지 못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는 뜻으로 새겨 사의 동의어로 해석하는 이도 많음. 외: 두려워하다, 떨다, 무서워하다. 이: 평탄하다의 뜻임. 경: 지름길. 조심제: 궁궐은 매우 깨끗한데 단장되어 있다는 뜻임. 조는 궁궐을 뜻하며, 제는 깨끗하게 소제되어 있다는 뜻임. 백성들의 논밭은 풀이 무성하다는 뜻의 전심무와 상대되는 말이므로 지배계급의 이기주의적 사치에 대한 비난임. 도과: 도둑의 사치, 위정자의 가렴주구를 통렬히 비난한 말임.
해
나에게 큰 도를 행할 만한 지혜가 있다면, 작위 함이 있을까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무위자연의 도는 안전하고 편안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사악하고 신속한 지름길만을 가고자 한다. 작위 함은 백성들로 하여금 무위자연의 도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것은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이기적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서 속임수와 착취로써 백성을 대한다면 이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백성들의 논밭은 전쟁과 부역으로 풀만이 무성한데 지배계급은 호화로운 궁궐에서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고 고급 요리에도 싫증을 낼 정도의 사치를 부리고 있으니, 이것은 남의 재물을 약탈하여 잘사는 도둑의 소행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이 도와는 거리가 먼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노자는 이 장에서 지배계급의 가렴주구에 대하여 통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는 사회 밑바닥의 서민의 입장에서 당시 사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에 의한 사치와 횡포에 대한 규탄은 맹자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사람을 죽이는데 몽둥이로 죽이는 것과 칼로 죽이는 것에 다른 점이 있습니까?"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를 잘못하여 죽이는 것에 다른 점이 있습니까?"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러면 임금의 주방에는 살찐 고기가 있고, 마굿간에는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들은 얼굴에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있다면, 이것은 짐승을 몰아 가지 고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짐승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도 사람은 미워하거늘 하물며 나라의 정치가 짐승을 몰아 가지 고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일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어찌 백성의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임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노자와 맹자는 모두 춘추 전국의 난세에 태어나 위정자의 횡포한 정치와 부조리한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철인이었다. 다만 맹자의 경우는 그 치유책으로 인의에 의한 왕도 정치를 주장한 데 반하여, 노자의 경우는 무위 이치를 처방전으로 제시하였음은 두 현인의 세계와 인생을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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