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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 이청화
쫓기는 몸이여,
우물 속으로 뻗어 내린 등나무 넝쿨에
겨우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지만
입으로 흘러드는 다섯 방울 꿀은 달더란 말이지.
거기 왜
위에서 덮치려고 긴 코를 연신 늘어뜨린 코끼리도
사방의 우물벽 틈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네 마리 독사도,
밑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솟구치는 독룡도,
금방 다 잊어 버릴 정도로
다섯 방울의 꿀은 달더란 말이지.
달더란 말이지
머리를 쏘아대는 무수한 벌떼들도
매어 달린 등나무의 밑동을
번갈아 갉아먹는 흰쥐와 검은쥐도,
영 눈에 보이지 않게
다섯 방울 꿀은 달더란 말이지.
사형을 언도 받고 쫓기는 죄인이여.
번호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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